목회자의 가장 큰 고통, 한국이나 미국이나 ‘돈’ 아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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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9-08 06:1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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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목회데이터연구소 설문 결과, 한국 담임목사들은 '성도와의 갈등'(44%)을 가장 큰 고충으로 꼽았다. 이는 미국 목회자들이 겪는 스트레스, 외로움, 관계 갈등 문제와 일치하는 현상이다. 재정보다 관계적 어려움이 더 큰 스트레스 요인임이 드러나, 전 세계적인 목회 위기 속에서 성도들의 이해와 협력이 시급하다.
▲목회자의 가장 큰 고통은 '재정' 아닌 '관계'(AI사진)
목회자들이 강단 뒤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적인 문제나 사역의 분주함이 아닌,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아픔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인해 보이는 목회자일지라도 성도와의 갈등 앞에서는 속으로 깊은 상처를 받고 있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8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담임목사 462명을 대상으로 ‘목회 현장에서 가장 마음이 힘든 때’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4.2%가 ‘성도들과 갈등이 불거졌을 때’라고 답했다. 이는 다른 어떤 요인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로, 목양의 본질이 결국 ‘사람’과의 관계에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그 뒤를 이어 ‘주일 아침, 성도가 줄어든 예배당을 볼 때’(24.2%)가 2위를 차지했다. 팬데믹 이후 많은 교회가 겪고 있는 현장 예배의 위축이 목회자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준비한 설교에서 성도 반응이 없을 때’(11.9%), ‘회의에서 장로님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할 때’(7.4%) 순으로 나타나, 설교와 당회를 비롯한 사역 전반에서 겪는 정서적 고충이 적지 않음을 짐작하게 했다.
흥미로운 점은 ‘헌금이 줄어들 때’(2.8%)와 같은 재정적 요인은 응답률이 매우 낮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외부에서 흔히 생각하는 교회의 주된 고민과 실제 목회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기타(6.3%) 의견으로는 ‘성도들의 변화 없는 모습’, ‘성도의 질병과 죽음을 마주할 때’, ‘마음을 나눌 동역자의 부재’ 등이 포함되어, 목회자의 스트레스가 대부분 관계적, 정서적 차원에서 비롯됨을 시사했다.

▲목회자의 가장 큰 고통은 '재정' 아닌 '관계'(AI사진)
미국 교회도 ‘관계의 위기’는 마찬가지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의 기독교 여론조사 기관인 바나(Barna) 그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 목회자의 40% 이상이 극심한 번아웃(burnout)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지난 한 해 동안 목회를 그만두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했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56%)와 ‘외로움과 고립감’(43%)이었으며, 그 근저에는 성도들과의 갈등과 과도한 기대치, 그리고 정치적 분열로 인한 교인들 간의 대립을 중재해야 하는 정서적 소진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의 또 다른 연구기관인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 역시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에 참여한 미국 목회자 5명 중 4명(80%)은 교회 내에서 갈등을 예상하며 사역에 임한다고 답했고, 절반 이상(54%)은 목회자의 역할이 너무 벅차다고 느꼈다. 이처럼 태평양 건너 미국 교회에서도 재정적 압박보다는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과 정신적 탈진이 목회자들을 쓰러뜨리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목회자는 영적 전사 아닌 함께 걷는 순례자
한국과 미국의 통계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현대 목회의 위기가 물질이 아닌 관계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교회는 완벽한 지도자 한 사람이 이끌어가는 조직이 아니라, 연약한 인간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보듬고 세워가는 영적 공동체다. ‘우리 목사님은 괜찮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 대신, 그들 역시 동일한 아픔과 외로움을 느끼는 한 사람의 성도임을 기억해야 한다.
목회자를 영적인 슈퍼맨으로 여기는 시선을 거두고, 함께 길을 걷는 순례자로 여기며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기도하는 성도들의 성숙한 동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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