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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하는 교회, 대물림되는 상처… 정서 돌봄 '신호등'을 켜라 / 김모니카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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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3-08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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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저지초대교회에서 열린 ‘2026 BLESSED 컨퍼런스’에서 김모니카 박사는 한인 교회 내 정서 돌봄의 공백을 지적했다. 구체적인 임상 사례와 통계를 바탕으로 성도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고, 사전 예방부터 위기 개입(의무 신고)까지 아우르는 실질적인 '신호등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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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교회의 정서 돌봄 공백과 대안을 제시하는 김 박사. 모니카 김 박사(PhD, MAR, MEd)는 심리학자이자 성경적 상담가로, 20년 이상의 상담 경력을 가지고 있다. 현재 개인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주 Ambler에 위치한 Hope Montco Church에서 돌봄 및 상담 디렉터로 섬기고 있다.

아시안 청소년 5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고, 절반 이상이 학교에서 인종차별을 경험한다. 제자 훈련과 성경 공부만으로 이 깊은 상처를 온전히 덮을 수 있을까.

2월 28일 뉴저지초대교회 교육관에서 막을 올린 ‘2026 BLESSED 컨퍼런스’ 현장. "이 작은 자 중의 하나라도"를 주제로 모인 800여 명의 사역자들 앞에 선 김모니카 박사(Hope Montco Church 돌봄·상담 디렉터)는 미국 내 한인 교회가 외면해 온 '정서 돌봄의 공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심리학자이자 성경적 상담가인 김모니카 박사는 통계와 생생한 임상 사례를 교차시키며, 성도의 정신건강 붕괴를 전문가나 담임목사에게만 떠넘길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제자 훈련의 사각지대, 침묵하는 성도들

한인 이민 교회는 전통적으로 성경 지식과 공동체 교제를 강조해 왔다. 믿음이 좋으면 우울증이나 불안 같은 심리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무언의 전제가 깔려 있다. 김 박사는 이를 아시안 문화 특유의 '수치심과 낙인(Shame and Stigma)'으로 분석했다. 성도들은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깊은 우울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가면을 쓴 채 주일 예배당에 앉아 있다.

사역자들도 고통을 마주하는 것을 꺼린다. 누군가 강렬한 부정적 감정을 쏟아낼 때, 교사나 리더들은 불편함을 느끼고 상황을 빨리 무마하거나 외면하려 한다.

김 박사는 데살로니가전서 5장 11절과 잠언 15장 22절을 인용하며 "성경은 조언자가 많을수록 계획이 성취된다고 말한다"며 "모두가 전문 상담사가 될 필요는 없지만, 교회는 성도의 고통 한가운데 머물며 짐을 나눠 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목회자의 번아웃과 대물림되는 트라우마

강연장 대형 화면에 통계 자료가 띄워지자 참석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바나 그룹 조사에 따르면 미국 담임목사의 24%가 사역 포기를 고민한 적이 있다. 교인 전체의 정서적 위기를 목회자 한 사람이 온전히 감당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평신도 리더와 교사들의 동역 없이는 목회적 돌봄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

아시안 아메리칸이 처한 현실은 돌봄의 필요성을 더욱 증명한다. 2025년 'Stop AAPI Hate' 설문에서 아시안 성인 53%가 인종 혐오를 경험했고, 청년층(18-29세)은 이 비율이 74%에 달한다. 부모 세대의 이민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억눌린 트라우마가 언어 폭력이나 무관심의 형태로 자녀 세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도 심각하다.

김 박사는 "누구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고난의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복음적 소망을 제시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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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의 가정, 방관하는 교회

김모니카 박사는 실제 상담실에서 마주한 한 가정의 비극을 공유하며 교회 내 돌봄의 구멍(Gaps)을 꼬집었다. 심각한 중독에 빠진 한 남편은 수시로 집을 나가 가족의 재정을 탕진했고, 아내가 돈을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며 풀타임으로 일하던 아내는 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교회 리더들은 깊이 공감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방관했다. 이 여성은 깊은 실망감과 좌절을 안고 발제자를 찾아왔다.

이 사례는 교회가 범하는 세 가지 착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긴급한 필요를 듣고도 구조적 대응을 하지 못하는 '방관', 심각한 문제를 단 한 번의 만남으로 덮으려는 '일회성 접근(One-off approach)', 외부 기관에 연결한 후 상태를 점검하지 않는 '사후 관리(Follow-up) 부재'다.

결국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을 담임목사나 부서 책임자가 가장 늦게 알게 되는 촌극이 벌어진다. 이 대목에서 적지 않은 참석자들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초록, 노랑, 빨강… 교회를 살리는 신호등 모델

추상적인 공감을 넘어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됐다. 김모니카 박사는 각 사역 부서에 즉각 적용할 수 있는 다층적 돌봄 시스템인 '신호등 모델(Traffic Signal Model)'을 소개했다. 

김 박사 본인이 여섯 살 때 친오빠를 익사 사고로 잃고 극심한 고통을 겪었으나, 당시 한인 가정과 교회에서 아무런 정서적 돌봄을 받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이 시스템을 강조하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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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Green)은 '사전 예방적 돌봄'이다. 전 성도를 대상으로 일상적인 슬픔, 우울, 스트레스를 다룬다. 특정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소그룹 성경 공부나 세미나를 통해 감정적 어려움을 공론화하고,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중보기도 팀을 꾸려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단계다.

노란색(Yellow)은 속도를 늦추고 주의를 기울이는 '목적 있는 돌봄'이다. 누군가 심각한 우울감이나 가정 불화를 털어놓을 때, 부서 팀원들이 모여 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 평가한다. 외부 전문가에게 위탁하더라도 ‘정보 제공 동의서(Release of Information)’를 통해 진행 상황을 공유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한 기독교 상담사 네트워크 명단을 미리 확보해 두는 숙제가 교회에 주어진다.

빨간색(Red)은 아동 학대, 가정 폭력, 자살 충동 등 즉각 멈춰야 하는 '최우선 위기 개입' 상황이다. 김 박사는 "교회의 교사나 자원봉사자들은 법적으로 '의무 신고자(Mandated Reporter)'에 해당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관련 교육 이수와 연방수사국(FBI) 배경 조사 등 명확한 위기 대응 매뉴얼을 갖추지 않으면 교회는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고, 무엇보다 생명을 잃게 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짐을 지신 것처럼, 서로의 짐을 지어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십시오." 김모니카 박사의 마지막 메시지와 기도가 예배당에 울려 퍼졌다. 800여 명의 사역자들은 각자의 사역지로 돌아가 켜야 할 생명의 신호등을 머릿속에 그리며 긴 여운 속에 세션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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