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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심장, 끝나지 않은 행진: 제시 잭슨 목사 84세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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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2-1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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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미국 민권 운동의 상징이자 침례교 목사인 제시 잭슨이 17일, 8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함께 흑인 인권 운동을 이끌었던 그는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흑인 정치력 신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파킨슨병 투병 중에도 "정의를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삶과 유산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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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반아시안 혐오범죄 해결을 위해 한인들이 중심이 된 아시아태평양계(AAPI, 이하 아태계) 집회에 참가하여 발언하는 제시 잭슨 목사

 

목소리는 잠들었으나 그 울림은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맴돌고 있다. 평생을 거리의 투사이자 강단의 설교자로 살았던 제시 잭슨 목사가 눈을 감았다. 그는 단순히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계자가 아니었다. 그는 억압받는 이들에게 "나는 존귀한 사람(I am Somebody)"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며, 복음이 교회 담장을 넘어 정치와 사회 정의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함을 온몸으로 증명한 인물이었다.

 

잭슨 목사의 가족은 17일(화) 성명을 통해 그가 향년 84세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미국 미디어들의 보도에 따르면, 잭슨 목사는 지난 11월부터 병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진행성 핵상 마비(PSP)와 파킨슨병 합병증으로 투병해왔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아버지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억압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섬기는 리더'였다"며 고인의 뜻을 기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그는 훌륭한 인품과 강단을 가진 좋은 사람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킹 목사의 셔츠에 묻은 피, 그리고 홀로서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태어난 잭슨은 신학교 재학 시절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를 만나며 민권 운동의 최전선에 뛰어들었다. 1968년 멤피스에서 킹 목사가 암살당하던 그 순간, 잭슨은 그와 같은 모텔에 있었다. 스승의 죽음은 젊은 잭슨에게 씻을 수 없는 충격이자 소명이었다. 킹 목사의 마지막을 지켰다는 사실은 그에게 정통성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평생 짊어져야 할 무거운 십자가이기도 했다.

 

그는 1971년 인권단체 '푸시(PUSH·People United to Save Humanity)'를 창설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잭슨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 없이는 진정한 흑인 해방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그는 기업들이 흑인 직원을 고용하고 흑인 운영 업체와 거래하도록 압박하는 불매 운동을 주도했다.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성경적 가르침을 자본주의 시장 한복판에서 실천하려는 시도였다.

 

백악관으로 향한 '무지개 연합'

 

잭슨 목사의 사역은 1980년대 들어 정치 영역으로 급격히 확장되었다. 그는 1984년과 1988년,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흑인 목사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잭슨은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모든 소수자를 아우르는 '무지개 연합(Rainbow Coalition)'을 주창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비록 그는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그가 뿌린 씨앗은 헛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흑인 인권 단체 '컬러 오브 체인지'의 라샤드 로빈슨 전 회장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제시 잭슨이 없었다면 버락 오바마도, 빌 클린턴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잭슨은 흑인 유권자 등록을 폭발적으로 늘리며 미국 정치 지형을 영구적으로 변화시켰다.

 

실언과 논란, 그러나 멈추지 않은 행동

 

물론 그의 삶이 흠결 없는 성인(Saint)의 그것은 아니었다. 1984년 대선 캠페인 당시 유대인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고, 결국 사과해야 했다. 2001년에는 혼외 자녀 문제가 불거지며 도덕적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오가 그가 쌓아 올린 공적 활동을 모두 덮지는 못했다.

 

잭슨은 탁월한 협상가였다. 1984년 시리아에 억류된 미 해군 조종사를 석방시켰고, 쿠바와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등 적성국을 직접 방문해 억류된 미국인들의 귀환을 이끌어냈다. 정부조차 손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종교 지도자로서의 권위를 내세워 만들어낸 성과였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그에게 대통령 자유 훈장을 수여하며 "제시 잭슨의 열정과 헌신 없이 우리가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치하했다. 

 

▲[동영상] 2022년 제시 잭슨 목사, 후러싱제일교회 방문 현장

 

한인 사회의 친구, 영원한 안식에 들다

 

말년의 잭슨 목사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어가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2021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재판이 열리던 미니애폴리스 법원 앞을 지켰고, 휠체어에 앉아서도 투표권 보장을 요구하다 체포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특별히 뉴욕 한인 사회와 교계에 잭슨 목사는 단순한 흑인 지도자 그 이상이었다. 그는 흑인과 한인 사회의 갈등이 깊어질 때마다 플러싱과 맨해튼의 한인 교회들을 찾아 화해의 손길을 먼저 내밀었다. "우리는 피부색은 다르지만, 고난의 역사를 공유한 형제"라며 강단에서 흘렸던 그의 눈물은, 이민자로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깊은 영적 울림을 주었다.

 

갈등을 넘어 공존을 외쳤던 '브리지 빌더(Bridge Builder)' 제시 잭슨. 이제 그는 떠났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연대와 사랑의 메시지는 뉴욕 하늘 아래 영원히 메아리칠 것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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