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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독교의 위기, ‘거짓’이 아닌 ‘불필요’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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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7-03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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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노터데임대 사회학자 크리스천 스미스는 신간에서 미국 기독교의 쇠퇴 원인이 ‘거짓’이라서가 아닌, 현대인의 삶에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소비문화, 가족 해체, 디지털 혁명 속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 이후로 종교는 실용성을 잃고 다른 대안들로 대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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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독교, 더는 쓸모없다는 생각의 확산 (AI 생성사진)

 

1830년대 미국을 방문했던 프랑스의 사상가 토크빌은 “종교와 자유의 결합”이 미국을 지탱하는 핵심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국인들이 종교를 더 이상 실용적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을 때, 미국의 민주주의와 사람들의 삶은 어떻게 될까?

 

밀레니얼 세대는 왜 교회를 떠났나? 한 사회학자의 진단

미국 교회 쇠퇴, 진보와 보수 모두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수십 년간 미국의 종교, 특히 기독교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신앙을 가진 사람의 수도, 공동체에 소속된 이들의 수도 줄었으며, 교회를 향한 신뢰도 또한 무너졌다. 2020년 갤럽 조사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인의 50% 미만이 교회나 성당, 사원에 소속되어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노터데임 대학교의 사회학자 크리스천 스미스 교수는 그의 저서 「왜 종교는 쓸모없어졌는가(Why Religion Went Obsolete)」를 통해 이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수많은 통계 이면에 더 깊은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그가 내린 진단은 바로 전통적인 기독교가 점점 더 많은 미국인에게 ‘쓸모없어지고(obsolete)’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독교가 거짓으로 증명되어서가 아니라, 현대 미국인의 삶의 리듬과 가치관에 더는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치 컴퓨터 시대에 아무리 잘 작동하는 타자기가 외면받는 것과 같다고 보수성향 매체 더 불워크가 소개했다.

 

신앙을 대체하는 것들

 

스미스 교수는 신앙의 빈자리를 무엇이 채우고 있는지 주목했다. 사람들은 점성술이나 크리스탈 같은 뉴에이지 영성, 커리어와 소비 중심의 시장 가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가 주는 끝없는 자극, 그리고 정치의 신성화를 통해 의미와 소속감을 찾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대안들이 무신론이나 세속적 인본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종교가 지성적인 패러다임에 의해 대체된 것이 아니라, 종교가 주던 만족감, 정체성, 초월적 경험을 비슷한 방식으로 제공하지만 현대적 가치관과 더 잘 맞는 새로운 활동들로 대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자는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퍼펙트 스톰’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개인의 선택과 주관적 경험을 최고선으로 여기는 소비문화의 부상, 결혼과 가족의 역할 약화, 그리고 권위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디지털 시대의 도래가 바로 그것이다. 전통적인 종교는 이제 다른 종교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제공하는 도덕적 상대주의와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의 중심에 밀레니얼 세대가 있었다. 디지털 혁명, 경제적 불안정, 개인의 자유 확대를 겪으며 성장한 이 세대는 전통 종교가 더는 필요하거나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개인주의적이고, 반권위적이며, 유동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 조직화된 종교의 권위와 배타성, 훈련은 더 이상 와닿지 않았다. 이전 세대와 달리 이들은 나이가 들어도 교회로 돌아오지 않았고, Z세대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 같은 길을 가다

 

한때 미국 사회를 이끌었던 주류 개신교 교단들(mainline Protestant)의 붕괴는 이러한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성 안수, 동성 결혼 인정 등 진보적인 가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들 교단은 역설적으로 가장 급격한 교인 수 감소를 겪었다.

 

스미스 교수는 이를 ‘문화적 승리와 조직적 패배’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들 교회가 옹호했던 개인의 자율성, 다원주의 같은 가치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정작 교회 자체는 불필요한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진보적 가치를 지닌 젊은 세대는 교회가 추구하는 방향에 동의하지만, 굳이 ‘교회’라는 틀 안에서 그것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보수적인 복음주의 교회들 역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같은 이야기의 몇 장 뒤에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한때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예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라는 신앙 형태는 역설적으로 개인주의와 소비주의를 심화시켜 공동체적 헌신을 약화시켰다.

 

또한, 기독교 우파의 부상은 복음주의를 활기찬 신앙 운동에서 전투적인 정치 운동의 일부로 변질시켰고, 이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큰 불신과 피로감을 안겨주었다.

 

스미스 교수의 분석은 특정 교단이나 리더의 실패를 지적하는 대신, 사회 전반의 거대한 문화적 변화를 직시하게 만든다. 그의 진단은 교회 지도자나 신자들에게 위로 대신 명확한 현실을 제시한다. 더 나은 마케팅이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적인 갈증을 해소하고, 자신보다 더 큰 이야기를 찾으려는 인간의 근본적인 필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미국 기독교의 마지막 장은 아직 쓰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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