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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속 존칭 삭제, '신학적 겸손'인가 '정서적 무례'인가... 김일태 성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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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12-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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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교협과 장로연합회가 공적 기도 시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님')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며 '호칭 논쟁'이 재점화됐다. 이는 하나님 절대성을 강조하려는 의도지만, 한국적 정서상 무례하게 들릴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법적 옳고 그름을 넘어, 기도의 본질이 언어의 형식이 아닌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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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열린 뉴욕장로연합회 정기총회 현장. 김일태 이사장이 발언하고 참석자들이 기도 호칭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김철수 목사'님'을 축복하여 주옵소서." 대표 기도를 맡은 장로의 입술이 순간 머뭇거린다. 여기서 '님'을 붙여야 할 것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 찰나의 고민은 한국 교회 강단에서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딜레마다.

 

최근 뉴욕 교계의 한 성도에게서 시작된 이 해묵은 숙제에 대해 "기도의 대상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라며 사람에 대한 존칭 생략을 공식 권고하고 나섰다. 단순한 문법 교정을 넘어, 예배의 본질을 되묻는 묵직한 화두가 던져졌다.

 

뉴욕장로연합회는 지난 12월 13일 열린 제16회 정기총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앞서 김일태 이사장이 제안하여 뉴욕교협은 지난 10월 임시총회에서 기도 시 존칭 생략 안건을 통과시킨 데 이은 후속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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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뉴욕교협, 기도시 사람 존칭 생략 만장일치 통과

[2024년] 김일태 이사장, 기도할 때 피조물에 대한 존칭생략을 다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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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교협에서 같은 주장을 해 온 김일태 이사장은 "하나님과 독대하는 기도 시간, 사람에게 존칭을 쓰는 것은 신학적으로나 국어 문법으로나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회칙으로 강제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결국 장로연합회는 이를 회칙에 명시하지는 않되, 회의록에 '권면 사항'으로 남겨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하나님 앞엔 모두가 죄인일 뿐"

 

논쟁의 핵심에는 한국어 특유의 문법인 '압존법(壓尊法)'이 자리한다. 문법적으로 청자(하나님)가 문장의 주체(목사, 장로)보다 월등히 높을 경우, 주체에 대한 존대어를 생략해야 한다는 논리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피조물인 인간은 그가 아무리 존경받는 목회자라 할지라도 높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신학적 대전제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보수적인 교단이나 원로 목회자들은 이 원칙을 고수한다. 기도는 사람에게 들려주는 연설이 아니라 하나님께 드리는 간구이기 때문이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을 높이는 행위는 자칫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거나, 인간 리더십을 우상화하는 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목사 김철수를 붙들어 주시고"라는 표현이 주는 투박함은, 역설적으로 하나님 절대 주권 신앙의 고백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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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 딜레마: "덕(德)이 되지 않는다면"

 

그러나 강단 밖의 현실은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대표 기도는 개인의 골방 기도가 아닌, 회중을 대표하는 '공공의 기도'다. 강단에서 "우리 교회 김철수 목사가..."라고 기도할 때, 이를 듣는 성도들—특히 한국적 예절 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하나님을 높이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존경하는 영적 지도자의 이름을 깎아내리는 듯한 언어는 듣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예배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이다.

 

언어학자들조차 "현대 국어에서 압존법은 가족이나 사제지간 등 특수한 관계를 제외하고는 거의 사문화되었다"고 설명한다. 국립국어원 역시 공적인 자리에서의 압존법 사용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추세다. 하나님을 높이는 것과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반드시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목회적 현실론'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절충안과 본질: 호칭보다 중요한 것은 '중심'

 

이러한 갈등 속에서 최근 주요 교단들은 '절충안'을 채택하는 분위기도 있다. 예장통합 등 한국의 주요 교단은 "하나님 앞이라도 제3자에 대한 호칭(목사님, 장로님)은 청중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이 무방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단, "당신의 종 님께서"와 같은 과도한 극존칭이나 미사여구는 경계한다. 직분 뒤에 붙는 가벼운 '님' 자 정도는 허용하되, 기도의 내용은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을 구하는 쪽으로 중심을 잡자는 것.

 

결국 '님' 자 논쟁은 본질적인 진리 문제라기보다 문화와 예의, 그리고 시대적 감수성의 문제다. 복음적 관점에서 볼 때, 하나님은 우리의 문법적 오류보다 그 기도의 '중심'을 보신다. 우리가 기도 중에 목회자를 언급하는 이유는 그의 인간적 됨됨이를 칭송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를 세우신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하기 위함이다.

 

형식이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지, 형식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뉴욕 교계의 이번 권고가 율법적인 언어 통제가 아닌, 기도의 본질을 회복하는 성숙한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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