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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묵시'의 진짜 얼굴을 만나다… 바울세계선교회 제1회 공개성서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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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6-02-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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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묵시문학은 세상의 파괴가 아닌 감추어진 진실의 폭로이자 절망 속의 희망이다. 바울세계선교회가 주최한 제1회 공개성서강좌에서 정의현 교수와 전인숙 목사는 구약과 신약의 묵시를 해설했다. 제국의 핍박에 맞선 저항 문학인 다니엘과 새 언약의 완성을 그리는 요한계시록을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실을 살아낼 영적 원동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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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의 묵시문학은 종말의 공포가 아닌 현실을 살아낼 희망을 말한다. (AI사진)

 

'묵시(Apocalypse)'라는 단어는 종종 파국이나 종말의 공포로 오독된다. 그러나 성서가 말하는 묵시는 '베일을 벗겨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일'이자,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 피어나는 역설적인 희망이다. 팬데믹 이후의 불확실성과 전쟁의 소문이 끊이지 않는 2026년의 뉴욕, 이 도시의 한복판에서 기독교 신앙의 가장 난해하고도 매혹적인 주제인 '묵시문학'을 정면으로 다루는 자리가 마련됐다.

 

바울세계선교회(St. Paul World Mission)는 2월 20일과 24일, 뉴욕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한인연합감리교회(MET CHURCH)에서 '제1회 공개성서강좌'를 개최했다. 주제는 '성서의 묵시문학 이해'다. 20일 오후 7시에는 정의현 교수가 '구약의 묵시문학'을, 24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전인숙 목사가 '신약의 묵시문학'을 강의하며 텍스트 뒤에 숨은 하나님의 섭리를 짚어냈다.

 

제국에 맞선 저항의 언어, 구약의 묵시

 

정의현 교수는 대중이 가진 묵시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흔히 묵시를 세상의 멸망이나 참사로 이해하지만, 본래 의미는 감추어진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묵시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장르가 아니다"라며, 스가랴나 말라기 같은 후기 예언서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한 사상임을 강조했다. 예언자가 직접 신탁을 받던 과거와 달리, 천사가 개입해 환상을 해석해 주는 방식이 묵시문학의 초기 형태를 보여준다.

 

구약의 유일한 묵시 문헌인 다니엘서는 기원전 2세기, 셀레우코스 제국의 안티오쿠스 4세가 자행한 전무후무한 유대교 박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안식일을 금지하고 제단에 돼지 피를 뿌리는 극심한 핍박 속에서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왜 악이 통치하는가"라는 뼈아픈 신정론적 질문을 던졌다. 묵시문학은 바로 이 무자비한 압제와 고통의 한복판에서 잉태됐다.

 

정 교수는 묵시문학을 제국에 맞서는 '저항문학'으로 규정하며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는 '권력의 재배치'다. 거대한 신상을 부수는 돌의 환상은 세상 제국의 권력이 일시적이며 오직 하나님의 주권만이 영원함을 선포한다. 둘째는 '공간의 초월성'이다. 현실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하늘 보좌에서는 하나님이 제국을 심판하신다. 셋째는 '제국의 괴물화'다. 겉보기에 화려하고 강대한 제국들의 실상은 그저 바다에서 올라온 기괴한 짐승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특히 공간적 초월성은 핍박받는 성도들에게 강력한 위로를 제공한다. 다니엘 10장에 등장하는 천사는 페르시아, 그리스의 영적 세력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을 밝힌다. 눈앞에 보이는 제국의 폭력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보이지 않는 천상 세계에서 성도들을 위한 영적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회중석 곳곳에서는 꼼꼼히 메모를 남기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초 한국 사회를 뒤흔든 다미선교회의 휴거 소동 문헌을 인용하며 잘못된 종말론의 폐해를 지적했다 . 묵시는 전 지구적 파멸이나 공포를 조장하는 도구가 아니다. 다니엘서의 마지막 장이 "너는 가서 네 길을 가라"고 권면하듯, 묵시는 불확실한 현실을 도피하지 않고 오늘 주어진 일상을 묵묵히 살아낼 힘과 원동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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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의 묵시문학은 종말의 공포가 아닌 현실을 살아낼 희망을 말한다. (AI사진)

 

잃어버린 에덴의 완전한 회복, 신약의 묵시

 

전인숙 목사는 신약의 요한계시록을 복음서이자 예언서, 그리고 서신서의 완결판으로 조명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이 증거된 계시이며, 종들이 마음에 간직하고 시대를 분별하여 지켜야 할 말씀이다. 전 목사는 창세기 3장 15절에 등장하는 여자의 후손과 뱀의 영적 전투가 계시록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 십자가 사건은 하늘의 영적 전쟁에서 사단의 권세를 패배시킨 결정적 승리다.

 

계시록 12장에 등장하는 '해를 입은 여자'에 대한 해석은 청중의 깊은 관심을 끌었다. 전 목사는 이를 육적인 이스라엘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내놓은 영적인 이스라엘 곧 교회로 보았다. 야곱이 얍복강에서 하나님과 씨름하며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듯, 끊임없는 영적 진통 속에서 성령의 생명을 잉태해 내는 과정 자체가 교회의 본질적 속성이라는 것이다.

 

핍박하는 세상 권세를 향한 하나님의 심판은 언제 임할까. 전 목사는 제단 곁의 금향로에 담긴 성도들의 기도가 분량이 찰 때 하나님의 의로운 심판이 땅에 쏟아진다고 강조했다. 이방인의 충만한 수가 들어오기까지, 즉 교회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선교의 사명을 완수하는 시점이 바로 역사의 전환점이다. 시대를 분별하고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할 주의 종들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이유다.

 

선교 시대가 저물어가는 오늘날, 교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신부 수업'이다. 마태복음에 등장하는 열 처녀 비유에서 기름을 준비한 다섯 처녀처럼, 핵심은 성령이 내 안에 거하시느냐다. 화려한 겉모습이나 종교적 행위 이전에, 어린 양의 피로 씻음 받아 예수 그리스도가 내면에 살아 숨 쉬는 자만이 환난의 시대를 통과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강연장에는 묵직한 긴장감과 함께 청중들의 깊은 탄식이 교차했다.

 

요한계시록의 결론이자 성경 전체의 결론인 21장은 잃어버렸던 에덴동산의 회복을 그린다. "나는 저희의 하나님이 되고 저희는 나의 백성이 되리라"는 언약의 완전한 성취다. 전 목사는 하늘 보좌에서 울려 퍼진 "이루었도다(게고난)"라는 선언이 세상을 단순히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 시의 '보시기에 심히 좋았던' 원상태로의 완전한 복원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임마누엘, 곧 알파와 오메가 되신 하나님이 우리와 영원히 함께하신다는 약속이 바로 묵시의 아름다운 종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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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울세계선교회 대표 한영숙 목사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나아가다

 

이번 강좌는 바울세계선교회에 있어 단순한 행사가 아닌 '사역의 확장'을 의미한다. 선교회는 1997년, 미주한인장로회 뉴욕노회 소속이었던 고 김종환 목사가 설립했다. 김 목사는 14세에 부친을 여의고 6.25 전쟁으로 고아가 된 후, 학도병과 육군으로 6년을 복무하며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인물이다. 처절한 가난 속에서도 밤에는 야채 가게에서 노동하고 낮에는 신학을 공부하며, 잡지 <신앙과 교회> 창간을 시작으로 <이민신학총서> 시리즈를 발행하는 등 척박한 이민 사회에 신학적 텍스트를 심는 데 주력해왔다.

 

고인이 2024년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아내이자 동역자인 한영숙 목사는 남편의 유지를 이어받았다. 한 목사는 지난 1주기 추모식에서 "김 목사는 육신의 생명은 끝났지만, 하나님 안에서 부활의 생명으로 존재한다"며 이를 '존재의 변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선교회의 사역이 설립자의 부재로 중단되는 것이 아니라, 문서(Text) 사역을 넘어 대중과 호흡하는 강연(Context) 사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선교회는 2025년 김종환 목사의 유고 시집 <처음의 노래>를 발행했고, 오는 3월 일곱 번째 이민신학총서 <영혼의 소리> 출간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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