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1천 년간 사라졌던 '장로', 그 복원의 본질은 '행정' 아닌 '목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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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 2025-12-15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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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대뉴욕지구 한인장로연합회 제16회 정기총회에서 허연행 목사(상임고문)가 '행복한 동행'을 주제로 설교했다. 허 목사는 장로직의 본질이 행정이나 목회자 견제가 아닌 '목양(Shepherding)'임을 강조하며, 중세 가톨릭 시대에 실종됐던 장로 제도의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그는 목회자와 장로가 경쟁 관계가 아닌, 치열한 목양의 현장에서 함께 걷는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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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로직의 본질은 행정이 아닌 목양임을 강조하는 허연행 목사
"장로의 제1 역할은 목회자를 견제하는 것인가, 아니면 함께 양을 치는 목양인가." 한국 교계 일각에서 장로 수련회 때마다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목회자 견제론'에 대해 정면으로 질문을 던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지기 쉬운 이민 교회 현실 속에서, 직분의 본질을 역사적·성서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통찰은 장로들의 펜 끝을 바쁘게 움직이게 했다.
뉴욕장로연합회는 12월 13일 제16회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한 해의 사역을 마무리하고 신임 리더십을 세우는 이 자리에서, 강단에 선 상임고문 허연행 목사는 베드로전서 5장 1~3절을 본문으로 '행복한 동행'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단순한 격려사가 아니었다. 그는 장로직이 지난 1천 년간 역사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복원되었는지를 짚어내며, 21세기 장로가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사라진 1천 년, 그리고 '평신도'의 탄생
허 목사는 "성경에 명시된 장로의 본질은 행정이나 치리가 아닌 '목양(Shepherding)'"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역사적 팩트를 근거로 들었다. 초대교회 이후 중세 시대로 접어들며 가톨릭교회는 사제가 미사와 성경 해석, 목양을 독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장로'라는 직분은 철저히 배제되었고, 사제가 아닌 이들을 지칭하기 위해 '평신도'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장로 제도는 중세 1천 년 동안 교회사에서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사제가 아닌 자가 목양한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6세기 종교개혁 때 칼빈이 이를 성경적으로 부활시키지 않았다면, 오늘날 장로님들은 이 자리에 계시지 못했을 겁니다."
허연행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장로직은 단순한 교회의 감투가 아니라 종교개혁의 산물이자 '만인 제사장' 사상의 실천적 증거다. 허 목사는 가톨릭에서 유래한 '평신도'라는 용어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로는 목회자와 직능만 다를 뿐 '목양'이라는 본질적 사명을 공유하는 동역자임을 분명히 했다.
"나는 장로가 되고 싶었다"
메시지는 허 목사의 개인적인 고백으로 이어지며 장로들의 감성을 터치했다. 4남 4녀 중 막내로 자란 그는, 개척교회와 작은 교회를 섬기며 고생하는 누나(사모)들과 형(목사)의 모습을 보며 성장했다.
"어린 마음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커서 저렇게 힘들어하는 목회자들을 돕는 '괜찮은 장로'가 되어야겠다. 하지만 하나님은 저를 목회자로 부르셨고, 결국 제가 그토록 되고 싶었던 장로직은 해보지 못했습니다."
이 고백은 장로직이 목회자가 하지 못하는 영역을 채워주는, 얼마나 존귀하고 필요한 자리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는 "장로님들을 뵐 때마다 목회자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든든한 기둥이자 동역자로서 경의를 표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견제와 균형을 넘어선 '동행'
허연행 목사는 한국 장로교단(통합측)의 장로 수련회 문화를 언급하며 뼈 있는 지적을 남겼다. 선배 장로들이 후배들에게 "장로의 역할은 목사의 독주를 막고 견제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 관행이, 안수집사 시절 좋았던 목회자와의 관계를 장로 임직 후 경색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성경 어디에도 장로의 본질이 견제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베드로전서는 '하나님의 양 무리를 치라'고 명령합니다. 목회자도 목양하고, 장로도 목양합니다. 같은 길을 걷는 두 직분이 서로를 견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비극입니다."
허 목사는 초대교회 성도들의 인사인 '마라나타(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를 상기시켰다. 박해의 시대를 뚫고 나간 힘은 정치적 견제가 아닌, 재림 신앙을 공유한 공동체의 결속력이었다. 허 목사는 "혼탁한 시대일수록 목회자와 장로가 '행복한 동행'을 이룰 때 교회는 세상의 소망이 된다"며, 뉴욕장로연합회가 그 거룩한 모델이 되어주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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