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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상담 치료사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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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200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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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 금요일 오전 10시. 15명의 환자들이 집단 상담(Group Dynamic Therapy)을 위해 모였다.

곧, “How are you feeling here and now?”라고 물었다. 돌아 가면서, 세 단어(형용사)들로 그 당시(현재)의 기분(감정)을 표현하도록 했다. “Sad(슬프고), Depressed(우울하며), and Hopeful(희망적)”이라는 한 환자의 표현에, 세 단어의 일치성, 즉 감정의 일관성(Emotional Congruence)이 있는지에 관해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왜(Why) 그런 기분(Feeling)이 일어났는지도 물어 보았다.

속의 감정이나 기분을 솔직히 표현하는 작업의 분위기가 점점 익어 가면서, 어떤 환자는 과거와 현재의 삶의 고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자기의 삶도 비슷했음을 시인하고 있었다.

처음 이 그룹에 참가한 L의순서이다. 손을 오래 전에 들어 말하고 싶은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얼굴 안색이 침울한 표정으로 많이 변해 있었다. 말을 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괜찮아지면 이야기할 것인지를 물었다. 다시, “Anyway, how are you feeling?”이라고 물었다. 이에, 그는, “Hurting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해, 주변을 약간 의아해하게 했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들이 자기의 삶의 이야기로 들려 괴롭다는 것이었다. 말을 이을 듯 말듯 하면서 속을 내어 놓기 시작했다. 남을 괴롭히는 등 너무 많은 잘못을 한 것에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였다. L의 솔직함에 감사를 표현했다.

다시, 더 구체적으로 자기 과거를 털어 놓기 시작한다. 임신한 부인이 유산 위기 때에 무관심하여 고통을 주었던 일, 어렸을 적부터의 받은 감정의 상처들을 무마시키기 위해서 마약을 복용해 왔던 일, 돈이 필요해서 도둑질과 강도질을 했던 일, 감정을 건드리면 즉시 폭발했던 일 등등… 감정이 복받쳐서인지 여러 번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때로는, 얼굴에 경련(Quivering)을 일으키기도 했다. 환자들이 그에게 다가가 그를 꼭 안아주었다.

다른 쪽 구석에 앉아 있던, 평상시에 말이 없던, 한 여성 환자 K의 두 볼에도 조용히 눈물이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앉아 있던 사촌 언니 M도 마찬가지였다. Holiday Season(12월)에 삼촌과 여형제가 죽어서 잔혹한 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그러면서 갖은 상처들을 동시에 나누기 시작했다. 어려서 가까운 친척으로부터 받은 성학대 등의 깊은 상처들을 꺼집어 내고 있었다. 분노하면서 온갖 욕으로 고통을 준 이들을 저주하면서 절규하기도 했다. 감정을 조금 조절하면서 갑자기 목소리가를 낮추었다. 그러나 추제할 수 없는 듯 이번에는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못쓸병에 감염된 것을 이야기하면서 감정이 극에 달하는 듯 했다. 큰 소리로 울면서 방문을 차고 바깥으로 뛰쳐 나갔다.

L 옆에 앉아 있던 여성 환자 E도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는 자기의 상처보다도 오히려 딸에 대한 걱정이 심했다. 새 남편이 자기의 딸을 범할까 봐 항상 신경이 쓰였다는 이야기였다. 자기에게 정신 질환(우울증과 불안증)을 준 과거의 상처가 딸에게는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랬는데… 얼굴에 경련을 보이면서 흐느낀다. 더 이상 말끝을 이어가질 못했다.

여기 저기서 터지는 고통의 절규에 참가자들 모두가 무언으로 고통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었다. 필자의 눈에도 여러 번 눈물이 고였다. 솔직히 어떻게 도와 줄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남성으로서의 수치심도 있었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가고 싶은 충동도 여러 번 일어났다.

그룹이 끝나야 할 시간 11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나누어진 내용을 요약하고 참가자들의 감정과 기분 그리고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어 보았던 평상 시와는 달리, 조용히 환자들에 서로를 위로해 주기를 당부했다. 이어서, 참가자들에게 기도로 그룹을 마무리 하도록 허락을 받았다.

“하나님, 아버지, 솔직히 이 자리에서 도망가고 싶은 생각이 여러 번 일어났습니다. 이들의 심한 고통 나눔에 눈물 흘리는 것이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시간 이들의 고통 나눔이 참 치유 역사와 변화의 시작이 되게 하소서. 부디 성령님께서 이들의 깊은 상처 속을, 영혼 속을, 어루 만져 주셔서 짓누름의 무거운 기분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만약, 저가 이들의 아픈 고통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으시다면, 항상 그렇게 하도록 하시고 더 능력을 주시옵소서. 전지 전능하신 치료의 하나님, 당신의 아들, 우리의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하고 기도했다.

환자들이 귀가 한 오후 두 시 반.마음의 동요가 일어남을 느꼈다. 오전에 있었던 집단 상담 시간의 감정이 몸 구석 구석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는 듯 했다. 두 친한 동료들에게 억눌린 감정을 나눈다. 환자들의 고통을 듣고 감정으로 같이 이해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전이현상 (Vicarious Traumatization)을 체험하는 것 같았다.

토요일 새벽 기도회의 개인 기도 시간. 어제의 기억과 감정이 다시 조용히 눈물샘을 건드렸다. 감정의 잔유이었다. 환자들의 영혼을 위로하시고 치료해주시기를 기도했다.

월요일 아침. 환자들을 대면하기가 약간 어색할 것 같았다. 의외로 모두들 환하게 웃으며, “Dr. Lee, how are you doing?”라고 하면서 가볍게 안부를 묻는다. 모두에게 심리적 정화(Catharsis) 작용이 있었던 것 같았다. 몸이 한결 가벼워졌음을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했다. 하나님께 감사했다. 잊혀지질 않을 집단 치료 상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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