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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 목사 "원로목사님께 ‘관등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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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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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친지 자녀의 결혼식 참석차 지난 8월 샌프란시스코를 다녀왔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옛날 알고 지내던 원로목사님을 만났다. “저 분이 나를 알아보겠어? 은퇴한지도 오래 되셨고 그 동안 안보고 지난 세월이 얼만데. . . ” 나혼자 지레짐작을 하고 그냥 모른척 얼굴을 피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테이블에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는 나에게 그 목사님이 찾아 오신게 아닌가? “아이고, 조 목사님이 여기까지 오셨군요? 반갑습니다.” 난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눈길을 안주고 모른척 지나치려던 나에게 그 원로목사님은 조용히 한방 먹이면서 “너 겸손하게 살아라!” 그렇게 타이르는 듯 느껴졌다.

내가 먼저 알아봤으면 달려가서 저는 누구입니다, 그렇게 이름을 밝히고 인사한번 굽실하면 폼나는 매너였을텐데 괜히 “저 원로목사님이 날 알아보겠나?” 그분의 기억력을 얕잡아보고 대충 건방을 떤 것이 대실수였다. 어찌보면 양심불량이었다.

그날부터 단단히 결심했다. 아는 원로목사님을 어느 자리에서 만나던지 내가 먼저 달려가서 이름과 출신을 밝히며 인사하기로 했다. 군대처럼 관등성명을 확실하게 밝히기로 한 것이다. 원로목사님들은 기억력이 젊은 사람들 같지 않다. 치매끼가 있던 건망증이 있던 기억이 가물가물 해 지는 나이가 아닌가?

겨우 예배당에 나왔거나 사람들 모이는 곳에 등장했으면 여러 후배들을 만나게 된다. 그럼 후배목사들이 찾아가서 “목사님 안녕하세요? 저 누군지 아시지요?” 이것 또한 건방이다. 기억력이 날로 쇠해지는데 어느 젊은 목사가 나타나서 “저 아시죠?” 다짜고짜 들이대면 무엄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나 당신 몰라요” “누구시더라?” 그런 대답이 나오면 당장 “아이고 원로목사님 치매끼가 왔네”라며 동네방네 소문내고 다닐 것 아닌가?

원로목사님의 기억력을 테스트하지 말자. 저 모르시겠어요? 제가 누군지 아세요? 이런 질문은 금물이다. 그냥 다가가서 알아보건 말건 정중하게 이름을 밝히고 어느 교회 목사입니다, 그렇게 밝혀드리자. 알아보시면 좋고 그냥 모른다는 표정이면 내 쪽에서 예절을 갖췄으니 그것으로 오케이다. 그래서 원로목사님 앞에서는 무조건 관등성명이 베스트 ATTITUDE다.

군대 갔다 온 분들은 다 아는 말이 관등성명이다. 이등병이나 부대 쫄다구들이 상급자에게 지적을 받거나 혹은 눈이 마주치면 차렷 자세로 경례를 하면서 고함수준으로 일러바치는 자신의 계급과 이름이 관등성명이다. 목사에게 계급장이 있을리 없다. 다만 어느교회 누구인지를 밝히면 그게 관등성명인 셈이다.

원로목사들에게 제일 가슴아픈 일이 ‘섭섭마귀’라고 하지 않는가? 뻔히 알고 있는 후배목사가 인사를 생략하고 지나치면 섭섭한 건 당연하다. “내가 은퇴했다고 이젠 별볼일 없는 노인네란 말이지? 네가 날 보고 인사도 없이 그냥 도망쳐?” 그런 서운한 마음을 심어주면 원로목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원로목사님을 잘 모시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원로목사를 자기네 교회에 민폐 끼치는 노인네로 천대하는 교회도 있다. 그런 교회에 원로목사가 어떻게 몸담고 예배하러 나가겠는가? 담임목사와 교회 중진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원로목사를 물먹이는 교회도 있다. 은퇴후 생활비를 도와준다고 했다가 교회가 조금만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짤라내는게 원로목사에게 가는 돈이다. 대개 원로목사 무시하는 그런 담임목사는 나중에 똑같이 뒤통수를 맞고 비참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음수은원(飮水恩源)이란 말이 있다. “물을 마시는 사람은 그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라”는 뜻이다. 담임목사가 새로 들어오면 담임목사와 한배를 타고 은퇴목사 서운하게 하는 장로나 평신도 지도자들은 간혹 그럴수 있다 치자. 그래도 목사는 ‘선지동산’이란 신학교에 가서 훈련받은 영적 기본기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먼저 우물을 판 선배에 대한 은혜를 망각하면 그건 목사도 아니다.

가난하고 고생스러웠지만 주님의 거룩한 종으로 살아오며 “선한 싸움을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란 영광스러운 명예를 빼면 원로목사에게 뭐가 남겠는가? 원로목사님 앞에 관등성명은 그 명예를 존중해 드리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서로 눈이 마주쳤는데 그냥 지나치지 않고 급하게 달려가서 내가 누구이고 어느 교회 목사라고 손을 잡아드리며 인사하고 사라지는 후배 목사들을 바라보시며 원로목사님은 무슨 생각을 하실까? 아마 은퇴 후 마음에 찾아드는 외로움과 섭섭함에 작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젊은 목사님들에게 묻고 싶다. 담임목사를 평생하는가? 때가 되면 모두 은퇴목사가 되고 원로로 밀려난다. 그걸 까먹고 기고만장하지 말자.

지난 10월 둘째 주일은 ‘목회자 감사의 날(Pastor Appreciation Sunday)’이었다. 그 목회자 감사의 날에 원로목사는 나가리시키고 지나간 교회는 없었는지 되돌아보자. 아니 이런 생각을 하는 교회도 있었을 것이다. 목회자 감사의 날? 꼬박꼬박 월급주면 됐지 무슨 또 감사의 날씩이나? 그렇게 목사를 ‘부려먹는 종’으로 우습게 보면 좌우지간 이민교회 앞날은 뻔할 뻔자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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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ㅂㄷㄱ님의 댓글

ㅂㄷㄱ

전 군대를 안가서 관등성명은 해본 적이 없고 그런게 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읽고보니 정말 본인은 '나같은 사람을 기억이나 할까' 하는 겸손한(?) 마음으로 인사 안해도 상대방은 오해할 수 있겠네요. '나같은 사람한테는 인사도 안하나봐' 하고요. ㅎㅎ

전 교회생활하면서 인사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아침에 한국인 특유의(?) 무관심, 무덤덤을 보고 좀 바꾸고 싶은 마음이 컷던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길 걷다가 눈만 마주쳐도 웃고 인사하는데 한국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면 불편하다는 마음이 다들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교회에서만이라도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서 전 예배 전에 될 수 있는대로 많은 사람들과 인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것도 좀 큰 목소리로요. 그리고 그런 아침 인사의 떠들석함과 즐거움이 주일 아침에 전염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아, 저는 그냥 아침에 일찍오는 평신도입니다. ^^;)

조명환 목사님은 항상 소소한 자기 경험에 자신의 단상을 담아 글을 써 주셔서 좋습니다. 우리에게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글 앞으로도 많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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