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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과 평등의 문제10-고정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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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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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지난 번 글에서는 편견이 차별대우로 이어지는 사회적 폐단에 대하여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차별대우가 극단적으로는 인종이나 적대 집단 구성원을 말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사실에 소름 돋는 공포와 긴장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차별대우가 적대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단순히 업신여기는 시선이나 불친절하고 거친 말투에서 집단 말살에 이르는 그 중간에 여러 다른 수준과 형태로 존재하고 발전한다는 점을 우리는 심각하게 인지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지금 이곳 미국이나 한국에도 편견에서 비롯된 차별대우가 정치와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사회에서 편견으로 인한 차별대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편견과 차별대우가 줄어들 것이라고 사람들은 기대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편견과 차별대우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가 퇴보하거나 왜곡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사회보다 모든 면에서 열린 사회이기 때문에 당연히 편견과 차별대우가 줄어들어야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을 보아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병든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병이나 문제든지 그것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증상보다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합니다.

차별대우의 전 단계는 편견이고 편견의 전 단계는 고정관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편견으로 인한 차별대우를 개선하려면 그 전 단계인 고정관념부터 검토하고 접근하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편견을 가진 사람은, 자신이 배척하는 소수 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외집단 동질성 편향(outgroup homogeneity bias)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개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범주화하는 사고방식이 바로 고정관념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집단에서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부정적 특성을 그 집단의 모든 개인에게 개인 간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부여하는 단순한 인지적 관점입니다. 편견이 태도 및 정서에 속한다면, 고정관념은 인지에 속합니다.

고정관념 연구의 역사는 1922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Lippman(1922)의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문헌에서 처음으로 고정관념이라고 할 만한 개념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Lippman은 고정관념을 "반례를 목격하더라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비합리적인 생각" 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정관념이 본질적으로 외집단에 대한 모 아니면 도(all-or-none)라는 식의 생각이라는 관념을 견지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생각은 이후 카츠(D.Katz)와 브랠리(K.W.Braly)의 민족성 연구로 이어져서, "모든 독일인은 근면하고 효율적이다" 라는 주장은 게으른 독일인의 반례를 목격하더라도 바뀌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접근에 따르면 고정관념은 형편없이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입니다. 이후 올포트(G.Allport)와 캠벨(D.T.Campbell)로 이어지면서 고정관념이 단순히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생각이 아니라 좀 더 복잡한, 일종의 확률적 추측(probabilistic prediction)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나왔습니다. 이 관점에서 본다면 고정관념이 단일한 반례를 목격하고 나서 바뀌지 않는 것은 당연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합리적인 대응이라는 것입니다. 즉 "독일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근면한 사람들의 비율이 좀 더 높은 편이다" 라는 식의 설명이 고정관념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있는 데, 이렇게 구분되는 민족적 특성은 종종 과대평가되고 과장되거나 왜곡되게 마련이라는 점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고정관념이 타인을 그 범주에 맞게 일반화하는 인지적 과정임을 고려할 때 고정관념이 인지적 처리의 다양한 국면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고정관념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타인에 대해서 종종 나쁜 쪽으로 우리의 생각을 왜곡시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행동 및 제도 수준의 차별이 발생하고, 실제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편견이라는 정서적 및 태도 수준의 반응이 그 사회 구성원의 행복과 삶의 질을 저해하는데, 고정관념은 편견이나 차별과 같은 불관용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하는 논리로서 봉사하곤 합니다. 이로 인하여 수십 년 동안 사회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지 중점적으로 고민해 왔습니다.

고정관념은 타인에 대한 범주 정보(categorical information)만 주어져도 그 타인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더라도, "그 사람, ○○○ 한대!" 라는 정보 하나만으로 곧바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상당 부분 그려낸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범주 정보가 그 사람에 대한 더 자세한 개인정보에 접근할 이유를 차단하게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의 대상에 대한 여러 범주 정보들이 경합할 때에도, 고정관념은 특정 범주 하나만을 신뢰하며 애용하도록 만듭니다.

유대인이나 아시아인은 수학을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흑인은 랩과 운동을 잘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등은 아마도 대표적인 고정관념일 것입니다. 사회심리학계에서는 "가난한 사람은 정직하고, 부유한 사람은 교활하다" 는 고정관념을 연구한 것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아론 케이(A.C.Kay)는 이것이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반발을 가라앉히기 위한 보상적(complementary)으로 나타난 고정관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무서운 사실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도 그 고정관념으로 인한 피해자의 객관적인 성취나 능력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쟤는 여자라서 수학 같은 건 못 해" 라거나, "쟤는 흑인이라서 IQ가 낮을 거야" 의 두 가지가 꼽히며, 이와 관련된 학계의 최초의 보고는 1995년에 나타났습니다. 더 무서운 사실은, 정작 당사자가 그 고정관념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려는 의지를 불태울수록 오히려 성취의 저하가 더 심하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심리학자들은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열정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때로 실제로 어느 정도 진실에 부합하는 고정관념의 영향을 받더라도 더더욱 부정적 효과를 받게 되며, 긍정적 고정관념은 미약하게 그 대상자의 성취를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점도 밝혀졌습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의 사례는 많이 있음에도, 그런 사례에 대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틀린 고정관념에 대한 반례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고정관념에 종속된 새로운 하위 고정관념을 만들어내어 기존 고정관념과 차별화하는 예도 있습니다. 우리가 특정 사회집단에 대해서 “유능하지만 냉담하다, 무능하지만 따뜻하다”와 같은 고정관념은 잘 형성하지만, 유능하면서 따뜻하다거나 무능하면서 냉담한 케이스는 잘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정관념의 발생 원인에 대한 심리학자들이 주목하는 몇 가지 설명이 있습니다. 첫째는 인지적 자원의 효율적 사용입니다. 즉 고정관념은 세계를 지각하는 간단한 방법을 제공하여 정보처리의 인지적 노력이 더 적게 들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뱀 공포증 예를 들면, 모든 뱀이 인간에게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독사에게 물린 것을 목격하거나 실제로 물려 본 사람은 모든 뱀을 피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을 내리게 됩니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특정 집단의 구성원 때문에 피해를 본 경우 그 집단 구성원 전체에 대한 편견을 갖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둘째, 때때로 고정관념은 외집단에 대한 적대감과 좌절감의 전치(轉置)로 인해 동기화되면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는 희생양 만들기(scapegoating) 관련 연구자들에 의해 자주 제기되어 왔습니다. 사회의 문제나 부조리에 대해서 누군가 만만한 소수자 집단을 골라잡아 이들을 비난해야 할 동기적 필요성이 발생하고, 그 결과 그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일반화를 시도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정관념이 어느 집단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증오를 합리화하는 데 봉사하는 경우입니다. 셋째, 앞의 방법들에 반기를 들고 나타난 사회적 정체성 이론입니다. 이 방법에 따르면, 우리가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즉 정체성의 일부는 우리가 소속하여 동일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집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고정관념은 다른 집단의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을 확실하게 구분하도록 해 준다고 합니다. 집단들을 서로 구분하기 위해서 우리가 소속하고 있는 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은 비교하는 집단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하는 융통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성인과 청년을 비교할 때 사람들은 청년기의 반항을 일반적인 수준보다 강조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입니다. 고정관념은 그 비교 대상에 따라 과장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경험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결손 가정의 문제 아이들을 대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결손 가정의 자녀들은 대부분은 문제가 있다는 편견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못 고치는 병이란 편견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증상이 가벼워 정상인과 별 차이가 없는 사람들은 증상을 요령껏 숨기다가 증상이 악화한 후 중증 환자가 되어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와 같은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완치가 안 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그런 환자를 다루는 병원 근무자는 성공적으로 완치한 사례는 거의 경험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만 많이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잘못된 고정관념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처럼 고정관념은 과잉 일반화로 인하여 개개인에게 적용될 때에 대체로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게 됩니다. 고정관념은 지나친 단순화와 과장,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같은 범주나 집단에 속해 있는 타인들 사이의 다양성 역시 극도로 축소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고정관념이 정확할 때도 있음을 우리는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고정관념이 언제나 아주 생뚱맞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는 집단이나 개인에 대한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수많은 항쟁과 시위, 인권운동 등이 대두되면서 인권과 사회적 소수자들이 강조되었고, 마침 정보처리이론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는 수많은 편향과 오류들이 학계에 속속 보고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서 우리가 잘못된 생각을 너무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자성이 나타났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고정관념이 때로는 정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 입지를 잃어버렸고, 사실상 ‘고장 난 시계도 하루 두 번은 맞는 법이지’정도의 대접을 받게 되었습니다. 고정관념은 생각만큼 부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정확한 것도 아니며, 단지 ‘부정확성’이 고정관념의 핵심 특성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많은 경우 고정관념은 부정적이고, 부정확하며, 자문화 중심주의적이고, 왜곡되어 있지만, 그것은 고정관념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 아니며 다른 제3의 변인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느 사회나 개인 또는 집단에도 고정관념은 있게 마련이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이론에 따라 개인과 사회적 폐해를 줄일 수도 있고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론이라도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고정관념 또한 인간의 한계이며 약점임이 분명합니다. 인간의 한계와 약점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랑입니다. 아무리 좋은 이론과 방법이라도 사랑이 동기와 목적이 되지 않는다면 왜곡되고 악용될 수가 있고 고정관념도 사랑이 동기와 목적이 된다면 생명을 살리고 사회를 개혁할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전 16:14)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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