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메리 크리스마스' 전쟁은 끝났다, 승자 없는 폐허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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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2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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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2025년 성탄절, 한때 미국을 달궜던 '메리 크리스마스' 대 '해피 홀리데이'의 문화 전쟁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세속주의의 승리라기보다 기독교 문화의 영향력 감소로 인한 무관심의 결과다. 다우섯은 싸움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영적 공허를 지적하며 기독교의 본질적 가치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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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뉴욕의 성탄 장식 아래, 행인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보며 걷고 있다. (AI사진)
미국 보수 기독교 진영이 그토록 사수하려 했던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인사를 둘러싼 치열했던 전선은 사라졌다. 한때 백화점 점원이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하면 신앙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던 그 뜨거운 분노는 어디로 갔는가. 2025년의 겨울, 뉴욕 거리는 평온하지만 어딘가 서늘하다. 전쟁이 끝나서가 아니라, 더 이상 싸울 대상조차 남지 않은 듯한 공허함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의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성탄절을 앞두고일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이 기묘한 정전을 분석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빌 오라일리와 같은 보수 논객들이 주도했던 '크리스마스 전쟁'이 사실상 종료됐음을 선언했다. 다우섯은 이 현상을 두고 "기독교가 문화적 주도권을 되찾았기 때문이 아니라, 세속주의가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승리가 예상보다 지루하고 공허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적대감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무관심'
다우섯의 분석은 냉철하다. 과거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던 기독교인들의 목소리에는 주류 문화를 뺏기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있었다. 반면 '해피 홀리데이'를 주장하던 측은 종교적 다양성을 명분으로 기독교의 색채를 지우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쪽 모두 맥이 빠졌다. 기업들은 마케팅 차원에서 두 인사를 혼용하고, 대중은 이를 심각한 신학적·정치적 이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우섯은 이를 "포용을 위한 투쟁이 무관심으로 대체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기독교가 더 이상 미국 사회의 기본값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예수가 태어난 날이라는 역사적 사실보다, 연말연시의 들뜬 소비 심리가 그 자리를 완벽히 대체했다. 기독교인들조차 세상이 자신들의 명절을 존중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 그저 자신들만의 리그에서 조용히 기념하는 쪽을 택했다.
세속주의의 승리, 그 이후의 풍경
흥미로운 지점은 다우섯이 지적한 '세속주의의 딜레마'다.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몰아내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 믿었던 세속주의자들의 기대와 달리, 현대인들은 여전히 영적인 것을 갈구한다. 다만 그 대상이 '성육신한 하나님'에서 '모호한 우주적 에너지'나 '점성술', '자기계발적 명상'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다우섯은 "크리스마스 전쟁은 끝났지만, 그 폐허 위에는 기독교적 질서 대신 혼란스러운 다신교적 영성이 자라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지켰을지 몰라도, 그 단어가 담고 있는 거룩한 충격—신이 인간이 되었다는—은 희석되었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거부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산타클로스나 루돌프와 동급의 '겨울 판타지'로 소비할 뿐이다.
껍데기 논쟁을 넘어선 본질의 회복
결국 다우섯의 칼럼이 한인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인사말을 무엇으로 하느냐 하는 '용어의 전쟁'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세상은 기독교의 형식에 더 이상 분노하지 않을 만큼 기독교를 무해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다우섯은 기독교가 다시금 세상에 울림을 주기 위해서는 문화적 기득권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세속의 풍요 속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건드려야 한다고 암시한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쟁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인사가 건네지는 순간 상대방이 성육신의 신비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는 삶의 양식이다.
2025년의 성탄절, 전쟁은 끝났다. 이제는 전후 복구가 아닌, 새로운 건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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