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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전쟁의 종식, 패배인가 성숙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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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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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1990년대부터 이어진 '메리 크리스마스'와 '해피 홀리데이' 사이의 문화 전쟁이 시들해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이 논쟁을 심각하게 여기는 미국인이 급감했음을 보여준다. 한 종교 전문 매체는 '홀리데이'의 어원이 '거룩한 날(Holy Day)'임을 상기시키며 두 인사의 공존을 제안한다. 이에 대해 교회의 방어적 태도를 넘어선 성숙한 복음적 수용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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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성탄 문화 전쟁은 끝났다. 이제 인사의 본질을 찾을 때다. (AI사진)

 

지난 20여 년간 12월의 미국을 달궜던 총성 없는 전쟁, 이른바 '크리스마스 전쟁(War on Christmas)'이 사실상 휴전 상태에 접어들었다. 백화점 점원이 건네는 "해피 홀리데이"라는 인사에 눈을 흘기며 "메리 크리스마스"로 받아치는 것이 신앙의 수호라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인사의 문구가 바뀌면 복음의 본질도 훼손되는가?

 

종교 전문 매체 '릴리전 언플러그드(Religion Unplugged)'의 리시 편집장은 최근 칼럼을 통해 이 소모적인 논쟁에 흥미로운 통찰을 던졌다.

 

1990년대 미국 기업들은 다문화 사회를 의식해 특정 종교색을 뺀 '해피 홀리데이'를 권장했다. 하지만 이는 성탄의 고유한 색채를 지운 무미건조한 결과를 낳았고, 되려 보수 기독교계의 반발을 샀다. 아이러니한 점은 '홀리데이(Holiday)'의 어원이 바로 '거룩한 날(Holy Day)'이라는 사실이다. 리시 편집장은 "세속적으로 변질되었다고 여겨지는 이 단어조차 사실은 하나님을 위해 구별된 날이라는 교회의 유산을 품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는 대중의 피로감과 인식 변화를 증명한다. 2024년 유거브(YouGov)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마스에 대한 전쟁이 존재한다'고 믿는 미국인은 2022년 39%에서 23%로 급감했다. 공화당 지지층 내에서도 이 비율은 59%에서 36%로 떨어졌다. 대중은 이제 두 인사가 경쟁 관계가 아님을 깨닫고 있다.

 

성탄절은 하루에 그치지 않고 대림절부터 주현절(1월 6일)까지 이어지는 긴 절기다. 리시 편집장은 "이웃에게 건네는 인사가 굳이 12월 25일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며, 두 표현 모두 선의(Goodwill)를 전하는 도구로 공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어기제로서의 '메리 크리스마스' 고집

 

리시 편집장의 분석 일부에 동의하면서도, 한 걸음 더 들어가 교회의 태도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미국 복음주의권이 '메리 크리스마스'를 고수했던 건 단순한 언어 습관이 아니었다. 그것은 급변하는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기독교적 정체성이 지워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일종의 방어기제였다. 스타벅스 컵의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격분했던 현상은 교회의 자신감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복음의 능력은 고작 인사말 하나에 휘둘릴 만큼 허약하지 않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점원이 건네는 "해피 홀리데이"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말 속에 담긴 '거룩한 날(Holy Day)'의 의미조차 세상에 설명하지 못하고, 쇼핑과 소비라는 껍데기에만 몰두하는 우리 내부의 세속화다. 유대인 이웃이 "해피 하누카"라고 말한다고 해서 기독교인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듯, 세상이 포괄적인 인사를 건넨다고 해서 아기 예수의 오심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의 전쟁에서 삶의 증명으로

 

진정한 '크리스마스 수호'는 언어의 전쟁터가 아닌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면서도 정작 가난한 이웃과 소외된 자들을 향한 시선이 부재하다면, 그것은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 반대로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하면서 그 기간을 거룩하게(Holy) 구별하여 사랑을 실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성탄의 정신이다.

 

이제 칼날을 거두고 품격을 회복할 때다. 세상이 "해피 홀리데이"라고 말할 때, 굳이 얼굴을 붉히며 교정하려 들 필요 없다. 대신 그 어원대로 12월 전체를 '거룩한 날들'로 살아내는 삶을 보여주면 된다.

 

성탄의 주인은 특정한 인사말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세상이 어떤 언어로 12월을 포장하든,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것은 결국 그리스도인들의 구별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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