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억 달러 세수와 맞바꾼 영혼들… 도박장 열리는 뉴욕, 교회의 방파제는 튼튼한가 > 아멘 매거진

본문 바로가기



 

아멘 매거진

70억 달러 세수와 맞바꾼 영혼들… 도박장 열리는 뉴욕, 교회의 방파제는 튼튼한가

페이지 정보

기사 작성일2025-12-16

본문

[기사 요약] 뉴욕주 게임시설 입지 선정 위원회가 퀸즈의 리조트 월드와 하드록, 브롱스의 발리스 등 3곳의 카지노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했다. 리조트 월드는 2026년 봄, 나머지 두 곳은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한다. 맨해튼 진입이 좌절되고 외곽 지역으로 집중된 이번 결정은 70억 달러의 세수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주거 밀집 지역의 도박 중독 우려와 시위대의 반발 등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fab8ca36343fd1585c3671d6854c818c_1765897545_42.jpg
▲ 퀸즈의 리조트 월드 카지노 앞, 화려한 조명 뒤로 주택가가 희미하게 보이며 상업적 이익과 주거 환경의 위태로운 공존을 암시하고 있다.
(AI사진)

 

결국 주사위는 맨해튼이 아닌 퀸즈와 브롱스에 떨어졌다. 전 세계가 주목했던 타임스퀘어와 허드슨 야드의 화려한 청사진은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에 밀려 휴지 조각이 됐다. 뉴욕주 게임시설 입지 선정 위원회(GFLB)가 12월 15일 다운스테이트 카지노 라이선스 3장을 리조트 월드(퀸즈), 하드록(퀸즈), 발리스(브롱스)에 부여하기로 최종 승인했다. 금융의 심장부를 비켜난 욕망의 불빛이 이제 이민자들의 삶의 터전인 '아우터 보로(Outer Borough)'를 정조준하고 있다.

 

승인된 3곳의 면면은 구체적이다. JFK 공항 인근 애퀴덕트 경마장에 위치한 기존의 '리조트 월드'는 테이블 게임을 갖춘 풀 스케일 카지노로 확장해 2026년 봄, 가장 먼저 문을 열 예정이다. 뉴욕 메츠의 홈구장인 시티필드 인근에 들어설 '하드록(Hard Rock)'과 브롱스 페리 포인트 골프장에 들어설 '발리스(Bally's)'는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한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이를 두고 "수십억 달러의 대중교통 재원과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라고 치켜세웠지만, 회의장 밖에서는 "뉴욕 시민 대신 억만장자를 선택했다"는 시위대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70억 달러의 환상과 트럼프의 그림자

 

위원회는 이번 결정으로 2027년부터 2036년까지 약 70억 달러(약 9조 원)의 도박세 수입과 15억 달러의 라이선스 비용이 걷힐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막대한 숫자의 이면에는 복잡한 셈법이 얽혀 있다.

 

특히 브롱스의 발리스 선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정적 이익과 직결된다. 발리스는 2023년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으로부터 골프장 운영권을 인수하면서, 카지노 라이선스를 획득할 경우 1억 1,5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다. 뉴욕의 카지노가 누군가에게는 '잭팟'이 되겠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제이지(Jay-Z)가 참여한 타임스퀘어 입찰이나 코니 아일랜드 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된 것과 달리, 이번에 선정된 지역들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거나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분석.

 

내 집 앞의 도박장, 통계가 경고하는 미래

 

문제는 선정된 지역이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퀸즈와 브롱스라는 점이다. 접근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곧 중독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전미문제도박협회(NCPG)에 따르면, 카지노가 주거지 반경 10마일 이내에 위치할 경우 주민들의 도박 중독 위험도는 2배 이상 급증한다.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2022년 모바일 스포츠 베팅 합법화 이후 뉴욕주의 도박 중독 핫라인 신고는 폭증했다. 베일러 의대 연구팀은 "도박 중독은 뇌의 전두엽 기능을 저하시켜 합리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명백한 뇌 질환"이라고 규정한다.

 

카지노가 제공하는 화려한 볼거리와 무료 음료는 뇌의 보상 회로를 왜곡하는 미끼다. 70억 달러의 세수를 얻는 동안, 가정 파탄과 파산, 자살률 증가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그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fab8ca36343fd1585c3671d6854c818c_1765897671_48.jpg
▲뉴욕주 게임시설 입지 선정 위원회가 퀸즈의 리조트 월드와 하드록, 브롱스의 발리스 등 3곳의 카지노 라이선스를 최종 승인했다
(AI사진)

 

한인교회, '정죄'보다 '대안'이 필요한 시간

 

2026년 봄, 리조트 월드가 본격 가동되면 퀸즈 한인 사회는 도박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뉴욕의 한인교회들은 이제 추상적인 설교를 넘어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교회가 '건강한 도박 예방 교육'의 센터가 되어야 한다. 많은 이민 1세대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혹은 은퇴 후 소일거리로 슬롯머신 앞에 앉는다. 교회는 노년층을 위한 문화 교실이나 취미 클럽을 활성화해 도박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교회 마당으로 돌려야 한다. "도박은 죄"라는 율법적 선포보다, "함께 어울릴 곳이 여기 있다"는 초청이 더 강력한 예방책이다.

 

둘째, 전문성 있는 치유 네트워크의 구축이다. 도박 중독은 영적인 문제인 동시에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단위 교회가 해결하기 어렵다면, 뉴욕 지역 교회협의회 차원에서 전문 상담 기관과 MOU를 맺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상담 핫라인을 주보에 상시 게재해야 한다. 중독자 가족을 위한 자조 모임 장소를 교회 내에 제공하는 것도 실질적인 섬김이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에 카지노라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들어선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켜질 때, 교회는 그 빛에 가려진 어두운 골목을 비추는 작은 등불이 되어야 한다. 뉴욕이 도박의 도시가 되어갈수록, 교회의 역할은 더욱 선명해진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아멘 매거진 목록

Total 482건 1 페이지
게시물 검색



아멘넷의 시각게시물관리광고안내후원/연락ㆍ Copyright © USAamen.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아멘넷(USAamen.net) - Since 2003 - 미주 한인이민교회를 미래를 위한
Flushing, New York, USA
카톡 아이디 : usaamen / USAamen@gmail.com / (917) 684-0562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