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 꺼진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미국 교회의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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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0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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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미국 교회의 12월은 화려한 축제 이전에 철저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대강절 촛불 점화부터 성탄 이브의 침묵까지, 미국 교회는 10가지 고유한 문화를 통해 성탄의 영성을 체화한다. 쇼핑몰의 캐럴 대신 이웃을 향한 '앤젤 트리'와 서툰 '성탄 연극'을 통해, 교회는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의미를 다시금 사회에 각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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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색 촛불의 떨림부터 빈민가로 향하는 선물까지, 미국 교회의 12월 풍경 (AI사진)
뉴욕의 12월, 맨해튼 록펠러 센터의 거대 트리가 점등되며 세상이 화려한 축제를 선포할 때, 교회의 시간은 도리어 느려진다. 쇼핑몰 스피커가 소비를 부추기는 캐럴을 쏟아낼 때, 교회 강단은 차분한 보라색 천으로 덮이며 침묵에 잠긴다.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의 성탄은 하루의 이벤트가 아닌, 4주간 이어지는 치열한 영적 순례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와 주요 교단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 교회는 교파를 초월해 이 기간 열 가지 독특한 의식(Ritual)을 공유하며 신앙의 본질을 회복한다. 이는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니다. 세속화된 성탄 시즌 속에서 '오직 예수'라는 복음의 원형을 지키려는 몸부림이다.
빛을 향한 카운트다운: 대강절의 전례들
예배당의 공기는 ‘대강절 촛불 점화(Lighting the Advent Wreath)’로 바뀐다. 성탄절 4주 전부터 매주 주일, 강단 앞 화환에 놓인 초에 하나씩 불을 밝힌다. 소망, 평화, 기쁨, 사랑을 상징하는 이 순서는 주로 평신도 가정들이 맡는다. 아이의 서툰 낭독과 떨리는 손으로 붙이는 작은 촛불은, 어둠을 뚫고 오신 빛 되신 예수를 시각적으로 가장 강렬하게 증거한다.
가정에서는 ‘대강절 달력(Advent Calendar)’이 일상을 파고든다. 상업적인 초콜릿 달력 대신, 최근 복음주의 가정들은 매일 성경 구절을 읽으며 성탄을 계수하는 영적 도구로 이를 활용한다. 분주한 연말, 하루 한 번 멈춰 서서 말씀 앞에 서는 훈련이다.
강단을 붉게 물들이는 ‘포인세티아(Poinsettias) 장식’도 빼놓을 수 없다. 주목할 점은 이 꽃들이 대부분 교인들의 자발적 헌물이라는 사실이다. 먼저 떠난 가족을 추모하거나 감사의 제목을 담아 봉헌한다. 붉은 잎은 그리스도의 보혈을, 별 모양은 베들레헴의 별을 상징하며 예배당을 속죄의 은총으로 채운다.
가장 낮은 곳으로: 서툰 연극과 거리의 찬양
미국 교회 성탄 문화의 백미는 단연 아이들의 ‘성탄 연극(Christmas Pageant)’이다. 대사를 잊거나 동선이 엉망인 아이들이 요셉과 마리아, 양의 탈을 쓰고 강단에 선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완벽하지 않기에 그 울림은 더 크다. 가장 높으신 하나님이 가장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다는 성육신(Incarnation)의 신비가 아이들의 꾸밈없는 몸짓을 통해 재현된다.
교회 마당이나 주차장에서는 ‘라이브 네이티비티(Live Nativity)’가 펼쳐진다. 실제 양과 당나귀를 데려와 베들레헴 마구간을 재현한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입김을 내뿜으며 2천 년 전 그 밤의 척박함을 체험하는 이 행사는, 지역 주민들에게 교회의 문턱을 낮추는 강력한 전도 도구가 된다.
음악은 예배당을 넘어 세상으로 흐른다. ‘캐롤링(Caroling)’은 낡은 전통 같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성가대나 청년들은 병원, 양로원, 혹은 거동이 불편한 교인의 집을 찾아가 찬송을 부른다. 디지털 음원이 줄 수 없는 육성의 온기가 소외된 이웃의 현관문 앞에서 울려 퍼질 때, 복음은 구체적인 위로가 되어 꽂힌다.
물론 예배당 내에서는 수준 높은 성탄 칸타타가 준비된다. 헨델의 메시아부터 현대 성가까지, 수개월간 준비한 찬양은 설교 이상의 영적 감동을 선사한다.
나눔과 교제: 성육신의 사회적 실천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12월은 받는 달이 아니라 내어주는 달이다. 로비에는 어김없이 ‘앤젤 트리(Angel Tree)’가 세워진다. 교도소 수감자 자녀나 빈민가 어린이들의 소원 카드가 나무에 달리면, 교인들이 이를 가져가 선물을 준비한다.
내 가족을 위한 쇼핑 리스트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추가하는 행위, 그것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마태복음 25장의 실천이다. 이와 함께 ‘오퍼레이션 크리스마스 차일드(Operation Christmas Child)’를 통해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보낼 신발 상자 선물을 포장하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다.
공동체 내부의 결속도 다진다. ‘성탄 쿠키 교환(Christmas Cookie Exchange)’이나 ‘백지 코끼리(White Elephant) 선물 교환’은 자칫 엄숙해질 수 있는 신앙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각자 구운 쿠키를 나누고, 소박하고 엉뚱한 선물을 주고받으며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은 성도 간의 교제를 단단하게 만드는 접착제가 된다.
이 모든 여정의 끝, ‘성탄 이브 촛불 예배(Christmas Eve Candlelight Service)’가 기다린다. 24일 밤, 예배당의 모든 인공 조명을 끄고 오직 손에 든 촛불에 의지해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을 부른다. 옆 사람의 초에서 내 초로 불이 옮겨질 때, 어둠은 서서히 빛으로 물러간다. 화려한 트리도, 분주했던 행사도 사라지고 오직 '세상의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만 남는 순간, 미국 교회의 12월은 비로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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