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와 교회의 가르침, 미국의 사형제 폐지 운동을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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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7-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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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영화 '데드 맨 워킹'과 가톨릭의 입장 변화는 미국 내 사형제 지지 여론을 약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반면 복음주의 개신교는 성경적 근거로 사형제를 지지하는 입장이 다수다. 이처럼 신앙에 따른 상반된 관점은 사형제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복잡한 논쟁을 보여준다.
▲한 수녀의 신념이 바꾼 미국의 사형제 (AI 생성사진)
30년 전 미국 전역에 개봉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은 한 수녀의 시선을 통해 사형제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 영화는 사형수 팻 소니어의 영적 상담가였던 헬렌 프리진 수녀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프리진 수녀는 “모든 사람은 인생에서 저지른 최악의 행동보다 더 가치 있는 존재”라며,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따라 사형제 폐지 운동에 헌신했다. 이러한 신념은 1990년대 당시 80%에 달했던 미국의 사형제 지지 여론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인들의 사형제에 대한 입장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갤럽의 2023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살인죄에 대한 사형제 지지율은 53%로 5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사형제가 공정하게 적용된다고 믿는 미국인은 47%에 불과해, 처음으로 불공정하다는 응답(50%)보다 낮아졌다. 이러한 여론의 변화는 사형수에게 종신형이라는 대안이 제시될 때 더욱 뚜렷해지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높아지는 등 세대 간의 인식 차이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 이단자 처형을 승인하는 등 사형제도를 용납했던 가톨릭교회는 1969년을 기점으로 입장을 바꾸기 시작해,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형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하며 완전한 반대 입장을 확립했다. 이러한 교회의 공식적인 가르침은 국가 살인의 도덕적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톨릭 사형제 폐지 운동에 강력한 명분과 정치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미국 주교회의의 캠페인과 교황의 직접적인 호소 등으로 이어졌다.
복음주의, 사형제 지지에 대한 신학적 입장
반면 개신교, 특히 복음주의 진영은 사형제에 대해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인의 약 75%가 사형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미국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러한 지지는 주로 구약성경에 신학적 기반을 둔다. “사람의 피를 흘리면 그 사람의 피도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음이니라”(창세기 9:6)는 구절과 ‘눈에는 눈’으로 대표되는 동해보복법(lex talionis)이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원리로 해석된다.
복음주의자들은 로마서 13장 4절의 “그것은 하나님의 사역자가 되어 악을 행하는 자에게 진노하심을 따라 보응하는 자니라”는 말씀을 근거로, 국가가 정의를 집행하기 위해 ‘칼을 사용할’ 권위를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받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사형제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를 세우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며, 잠재적 범죄를 억제하는 정당한 형벌로 여겨진다.
하지만 개신교 내에서도 사형제에 대한 입장이 통일된 것은 아니다. 연합감리회(UMC), 미국장로교(PCUSA) 등 다수의 주류 개신교단은 공식적으로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며,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회개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또한 최근 복음주의 내에서도 오판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 인종적 불평등 문제, 그리고 생명 존중의 일관성을 이유로 사형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 사형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아
한편 한국은 미국과 달리 사형제에 대한 찬성 여론이 여전히 매우 높다. 한국갤럽이 2023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9%가 사형제 유지를 찬성한다고 응답해 반대(23%) 의견을 압도했다. 찬성 이유로는 ‘흉악범에 대한 응당한 처벌’과 ‘범죄 예방 효과’ 등이 주로 꼽혔다.
이처럼 높은 국민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1997년 12월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현재까지 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적으로는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되고 있어, 법적 존치와 실제 집행 사이의 간극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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