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챔피언들, 조국 베네수엘라의 상처를 신앙으로 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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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6-03-1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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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마이애미 론디포트 파크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3-2로 우승을 차지한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의 승리 이면에는 굳건한 신앙이 자리하고 있었다. 패배의 위기마다 전술 대신 기도를 택한 이들은,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조국과 디아스포라 한인들에게 '하나님은 신실하시다'는 묵직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202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타구가 포수 미트에 꽂힌 순간, 그라운드를 채운 것은 굉음이 아닌 무거운 침묵이었다. 세계의 정상을 밟은 챔피언들은 환호하며 뒤엉키는 대신, 마운드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론디포트 파크의 밤공기를 가른 것은 스코어보드의 3-2 승리 공식이 아니라, 조용히 읊조리는 감사의 기도였다.
베네수엘라 야구 대표팀은 마이애미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사상 첫 월드 베이스볼 우승을 차지했다. 현지 중계화면과 보도에 따르면, 9회 말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투수 다니엘 팔렌시아는 글러브를 낀 손을 하늘로 뻗은 채 십자 성호를 그었다.
수년간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팔렌시아 선수가 "이 공은 내 공이 아니라 당신의 공입니다"라고 고백한 짧은 기도는, 베네수엘라 대표팀이 이번 대회 내내 보여준 신앙적 여정의 축소판이었다.
"아무도 믿지 않았을 때, 우리는 기도했다"
9회 초 2-2 동점 상황에서 결승 2루타를 친 유헤니오 수아레스 선수는 1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수아레스 선수는 자신의 스윙을 확신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하나님께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기도했을 뿐이다." 아무도 베네수엘라의 우승을 점치지 않았을 때, 선수들은 끝까지 신앙을 붙들었다.
대표팀의 진정한 힘은 절망의 문턱에서 빛을 발했다. 조별리그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한 날 밤, 선수단 미팅은 전술 회의장이 아닌 기도회로 변했다. 감독과 코치진, 선수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유니폼을 입을 기회에 감사했다. 다음 날 디펜딩 챔피언 일본을 꺾은 기세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기적으로 이어졌다.
시상식 무대에 선 선수들의 목소리는 베네수엘라 국가 '용감한 민족에게 영광을(Gloria Al Bravo Pueblo)'의 마지막 소절 앞에서 심하게 흔들렸다. 눈물을 훔치는 선수들의 모습은 국가를 일종의 찬송가로 승화시켰다.
마이애미는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다. 이날 구장을 찾은 3만 6천여 명의 관중은 "우리는 할 수 있다(Sí se puede!)"는 구호 대신 "하나님은 신실하시다(Dios es fiel!)"를 외쳤다. 오랜 경제 위기와 정치적 분열로 고통받던 이들에게 이번 우승은 "우리는 버림받지 않았다"는 뚜렷한 증거로 작용했다.
상처 입은 조국에 남긴 위로, 그리고 제단의 흙
매 경기 시작 전 베네수엘라 더그아웃에서는 선수들이 어깨를 맞대고 기도하는 풍경이 반복됐다. 승리 자체보다 포기하지 않을 용기와 서로를 탓하지 않을 마음을 구했다.
대회 MVP를 차지한 마이켈 가르시아 선수는 트로피를 안고 하늘을 바라봤다. 가르시아 선수는 "이 상은 팀과 우리 뒤에서 기도해 준 가족, 국민의 것"이라고 고백했다. 옆에 있던 선배 살바도르 페레스 선수는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늘 기도해 준 어머니들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3주간의 짧은 여정은 전 세계로 흩어진 베네수엘라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묶었다. 결승전 직후 마이애미 시내 성당 앞에는 유니폼을 입은 청년들이 촛불을 켜고 무릎을 꿇어 감사 기도를 드렸다.
야구장 조명이 꺼지고 텅 빈 관중석을 뒤로한 채, 한 선수는 그라운드의 흙을 유니폼 주머니에 조용히 담았다. "이 흙을 고향 교회 제단 옆에 두고 싶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이 밤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마운드 위에는 화려한 축포의 흔적 대신,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기도의 발자국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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