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왜 '구식'이 되었나: RNS가 선정한 2025년의 기독교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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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2-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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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 종교 전문 매체 RNS가 선정한 2025년 종교 도서들은 '위기'와 '재정의'로 요약된다.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종교의 진부화를 지적하거나, 목회자 아내(사모)의 역할을 성경이 아닌 문화적 산물로 규명하고, 복음주의권의 엄격한 자녀 양육 방식을 비판하는 등 내부의 성찰이 돋보였다. 뼈아픈 자성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되묻는 개신교 필독서들을 엄선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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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미국 개신교 출판계는 '성공' 대신 '솔직한 실패'와 '구조적 모순'을 다룬 책들이 주류를 이뤘다. (AI사진)
2025년, 펜을 든 기독교 지성들은 더 이상 '부흥'을 노래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메스를 들고 환부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신앙이 개인의 성공이나 교세 확장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가정과 전쟁의 폐허, 그리고 시대에 뒤처진 교회의 구조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미국 종교 전문 뉴스 RNS가 발표한 '2025년 최고의 종교·영성 도서' 리스트는 이러한 기류를 명확히 보여준다. RNS는 올해의 책들이 "정치적 폭력과 집단적 불안 속에서, 신앙이 가장 치열하게 논쟁 되는 지점들을 파고들었다"고 평가했다. 선정된 도서 중, 한국 개신교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저작들을 추려 그 함의를 짚어본다.
종교는 이제 '구식(Obsolete)'이 되었는가
노터데임 대학의 사회학자 크리스천 스미스(Christian Smith)는 그의 저서 <신앙은 왜 구식이 되었나(Why Religion Went Obsolete)>를 통해 미국 내 전통적 신앙의 붕괴를 사회과학적으로 진단했다. 스미스는 단순히 교인 수가 줄어드는 현상을 넘어, 조직화된 종교 자체가 현대인의 삶에서 '적합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을 추적한다.
저자는 "이 책이 반(反)종교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기독교인인 스미스는 교회가 쇠퇴한 원인을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대신, 교회가 변화된 문화적 토양을 읽어내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음을 지적한다. 이는 "요즘 젊은이들은 믿음이 없다"고 한탄하기보다, 교회가 제공하는 시스템이 현대 사회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지를 묻는 뼈아픈 통찰이다.
'사모'라는 이름의 비성경적 굴레
미국 복음주의 진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베일러 대학의 역사학 교수이자 목회자 아내인 베스 앨리슨 바(Beth Allison Barr)의 <목사 아내가 된다는 것(Becoming the Pastor’s Wife)>이었다. 바 교수는 "목회자 아내의 역할이 성경적 소명이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직책"임을 역사학자의 시선으로 증명한다.
책은 사모들에게 요구되는 외모, 내조, 자녀 양육, 그리고 무보수 사역 노동이 어떻게 '거룩한 의무'로 포장되어 왔는지를 폭로한다. 바 교수는 이러한 역할 기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성경적 진리가 아님을 인식하고 여성을 옭아매는 굴레를 벗겨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교적 가부장제와 결합해 더욱 과중한 짐을 지고 있는 한국 교회의 '사모님'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와 맥을 같이 하여, 유명 기독교 작가 젠 해트메이커(Jen Hatmaker)의 회고록 <어웨이크(Awake)> 역시 주목받았다. 26년간 '성공한 복음주의 가정'의 모델로 살았던 그녀는 이혼을 통해 겪은 처절한 상실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순결 문화'와 가부장적 신학의 폐해를 고백한다. 그녀의 책은 '이혼한 기독교인'을 금기시하는 풍토에 경종을 울린다.
'매를 아끼지 마라'는 신화의 종말
<좋은 기독교적 양육의 신화(The Myth of Good Christian Parenting)>는 마리사 프랭크스 버트와 켈시 크레이머 맥기니스가 공저한 책으로, 복음주의 가정 내 '체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저자들은 이른바 '기독교 양육 제국(Christian Parenting Empire)'이 성경의 권위를 빌려 엄격한 체벌을 정당화해 왔으며, 이것이 아이들의 영혼을 구하기는커녕 훗날 가정의 붕괴를 초래한다고 비판한다. "매를 드는 것이 성경적"이라는 오랜 믿음이 사실은 하나님의 성품을 오해하게 만드는 왜곡된 신학일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전쟁터에서 피어난 신학
마지막으로 주목할 책은 존 무나 예르와 새뮤얼 무나 예르가 엮은 <십자가와 올리브 나무(The Cross and the Olive Tree)>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가자 지구의 참상 속에서 '신학'이 어떻게 생존과 저항의 도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서구의 안락한 서재에서 쓰인 신학이 아니라, 폭격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길어 올린 '해방 신학'이다. 이는 교리가 아닌 실존으로서의 신앙을 증명한다.
RNS가 선정한 올해의 책들은 하나같이 "덮어놓고 믿으라"는 식의 맹목적 신앙을 거부한다. 대신 우리의 신앙이 문화적 편견, 잘못된 관습, 그리고 안일함 속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되묻는다. 2025년의 책들은 말한다. 진짜 믿음은 아픈 현실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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