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안 보일 때" 오바마가 전한 위로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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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0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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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민권 운동의 거대한 산이었던 제시 잭슨 목사가 8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시카고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오바마, 바이든, 클린턴 등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총출동해 그의 삶을 기렸다. 오바마는 혐오와 갈등이 가득한 오늘날, 잭슨 목사가 남긴 '희망의 유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세상, 정말 희망을 품기가 너무 어렵지 않나요?"
시카고의 한 예배당, 수천 명의 사람이 숨을 죽였다. 연단에 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과 울림이 섞여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들려오는 나쁜 소식들, 서로를 미워하라고 부추기는 높은 분들의 목소리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우리가 한 남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7일, 86세로 하늘나라에 간 제시 잭슨 목사다.
대통령들이 사랑한 '잔소리꾼' 목사님
CNN과 주요 매체들은 이번 영결식을 "한 시대의 마감"이라고 불렀다. 이 자리에는 오바마뿐만 아니라 조 바이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까지 모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미있는 추억을 꺼냈다. 잭슨 목사가 살아생전 자신을 참 많이도 괴롭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의견이 다를 때도 많았지만, 그가 계속 옆에서 찌르고 잔소리해준 덕분에 내가 더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라며 웃음 섞인 존경을 표했다.
오바마는 자신이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잭슨 목사가 미리 닦아놓은 길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잭슨 목사가 생전에 자주 쓰던 '희망의 한계선'이라는 말을 꺼냈다.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그것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고 나라를 밝히는 빛이 된다는 뜻이다.
오바마: "그가 닦은 길 위에 제가 서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제시 잭슨 목사를 '하나님의 전령'이라 불렀다. 잭슨 목사가 1980년대에 두 번이나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며 보여준 용기가 없었다면, 20년 뒤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일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잭슨 목사가 소외된 사람들을 향해 외쳤던 "나는 소중한 사람이다(I am somebody)"라는 문장이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요즘처럼 서로 미워하라고 부추기는 시대에 잭슨 목사가 남긴 희망의 유산은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오바마는 22살 청년 시절, 낡은 흑백 TV로 잭슨 목사의 토론을 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당시 사람들은 "흑인이 무슨 대통령이냐"며 비웃었지만, 잭슨 목사는 당당히 실력으로 그 무대를 장악했다.
오바마는 그 모습을 보며 '나 같은 사람도 설 자리가 있구나'라는 꿈을 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잭슨 목사가 단순히 흑인뿐만 아니라 가난한 농부, 성소수자, 노동자 모두를 무지개처럼 하나로 묶어낸 진정한 개척자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클린턴: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든 잔소리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잭슨 목사와의 개인적인 우정을 추억했다. 잭슨 목사가 정책을 밀어붙일 때마다 자신을 얼마나 끈질기게 설득하고 괴롭혔는지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는 마치 뼈를 문 개처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라며, 그런 끈질긴 요구와 조언 덕분에 자신이 더 나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탄핵 위기 등 인생의 가장 어려운 순간마다 잭슨 목사가 전화를 걸어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주었던 따뜻한 인간미를 잊지 못한다고 전했다.
클린턴은 잭슨 목사가 남긴 명언 "피 대신 뇌를 써라(Open your brains, not your veins)"를 인용하며 그의 지혜를 치켜세웠다. 잭슨 목사는 단순히 거리에서 소리만 지르는 사람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과 숫자를 가지고 권력자들을 압박하는 영리한 전략가였다는 것.
클린턴은 잭슨 목사가 자신의 딸 첼시에게 전화를 걸어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기도해 주었던 일을 언급하며, 고인이 보여준 '보이지 않는 친절'이야말로 진정한 위대함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희망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지켜준 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잭슨 목사가 평생 싸워온 '미국의 혼을 되찾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잭슨 목사가 파킨슨병으로 몸이 불편해진 뒤에도 휠체어를 타고 민권 운동 현장을 지꼈던 모습을 떠올렸다.
바이든은 "제시는 단 한 번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특히 우리가 지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잭슨 목사가 가르쳐준 '희망의 한계선'을 끝까지 붙잡고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가자고 시민들에게 당부했다.
바이든은 어린 시절 말을 더듬어 고생했던 자신의 아픔을 꺼내며, 잭슨 목사가 가르쳐준 존엄성의 가치를 되새겼다. 세상이 자신을 작게 만들려 할 때마다 잭슨 목사가 외친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선언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었는지 고백했다.
그는 잭슨 목사가 세상을 떠나 마음 한구석에 구멍이 뚫린 기분이지만, 고인이 남긴 '희망의 유산'이 그 구멍을 채워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남은 우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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