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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와 종교 (3) "신앙이 밥 먹여주진 않지만 아이는 낳게 했다"... '텅 빈 요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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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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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유럽의 '텅 빈 예배당'은 곧장 '텅 빈 요람'으로 이어졌다. 2026년 보고서는 종교가 쇠퇴하면서 출산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양육 인프라의 붕괴'로 해석한다. 과거 수녀와 교회가 담당했던 '공동 육아' 시스템이 사라지자, 아이 낳는 비용이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고학력 여성이 늘어난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제공하던 '안전망'의 상실이 저출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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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교회 유아실이 창고로 변해간다. 종교라는 '마을'이 사라지자, 아이를 키우는 일은 오롯이 개인의 고독한 사투가 되었다. (AI사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과거 서구 사회에서 그 '마을'의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교회였다. 하지만 마을이 해체되고 있다. 2026년 발표된 '젠더와 종교' 보고서는 종교의 쇠퇴가 단순히 신앙의 문제를 넘어, 인구 절벽이라는 사회적 재앙과 직결되어 있음을 경고한다.

학자들은 이 현상을 서늘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텅 빈 예배당에서 텅 빈 요람으로(From empty pews to empty cradles)."

유럽, 특히 남부 유럽의 가톨릭 국가들에서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버먼 교수팀의 2018년 연구를 인용한 이 보고서는, 1960년대 이후 교회 출석률이 떨어지면서 출산율도 동반 추락했음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사람들이 '세속적'으로 변해서 아이를 안 낳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학자들은 그 원인을 '서비스의 상실'에서 찾았다.

사라진 수녀들, 무너진 육아 시스템

과거 가톨릭 사회에서 수녀들은 단순한 수도자가 아니었다. 그들은 학교 선생님이었고, 간호사였으며, 방과 후 아이들을 돌봐주는 보모였다. 수녀들이 제공하는 저렴하고 헌신적인 돌봄 서비스 덕분에 부모들은 다자녀를 양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속화와 함께 수녀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이 거대한 '무료 육아 인프라'가 붕괴했다. 보고서는 "수녀 비율의 감소가 출산율 감소를 강력하게 예측한다"고 지적한다. 종교가 제공하던 사회적 안전망이 사라지자, 육아의 비용과 부담은 고스란히 개별 가정, 특히 여성에게 전가되었다. 결국 종교의 쇠퇴는 '믿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키워줄 '이웃'이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피임약보다 강력한 '공동체'의 힘

물론 교리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 가톨릭은 피임과 낙태를 엄격히 금지했고, 이는 개신교보다 높은 출산율(이른바 '가톨릭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피임이 보편화되자 이 교리적 장벽은 무너졌다. 이제 가톨릭 신자나 비신자나 자녀 수에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극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여성들은 비종교인보다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영국의 페리-로템 연구에 따르면, 고학력 여성일수록 커리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독실한 신앙을 가진 여성에게서는 이런 경향이 훨씬 덜 나타났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네트워크'다. 교회는 여전히 서로의 아이를 봐주고, 중고 물품을 나누며,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강력한 커뮤니티다. 레러 교수는 "종교 공동체 안에서는 다자녀를 두는 것이 '축복'으로 칭송받고, 그에 따른 사회적 지위와 지원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즉, 신앙 공동체는 육아의 '심리적, 경제적 비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딜레마에 빠진 현대의 딸들

하지만 오늘날의 젊은 여성들에게 이 공식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앞서 2부에서 다뤘듯,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자의식은 높아졌는데 종교가 요구하는 역할은 여전히 '희생적인 어머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종교가 제공하는 위로와 공동체는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가부장적 규범과 결합할 때 현대 여성들은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한다"고 암시한다. 교회가 육아를 도와주는 '마을'이 아니라, 여성에게만 독박 육아를 강요하는 '시댁'처럼 느껴질 때, 여성들은 예배당을 떠나고 요람은 비어간다.

지금 한국 교회를 비롯한 전 세계 종교계가 직면한 저출산의 위기는, 단순히 "아이 낳으라"는 설교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잃어버린 '마을'의 기능, 즉 실질적인 돌봄과 지지의 시스템을 어떻게 현대적으로 복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다음 4부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교회를 떠나는 여성들과, 반대로 교회로 돌아오는 남성들의 기이한 '성별 역전' 현상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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