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종교 (2) 성경 읽으라고 학교 세웠더니... 똑똑해진 여성들이 교회와 충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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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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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모든 신자가 성경을 읽어야 한다"며 여성 교육에 앞장섰다. 베커와 뵈스만 교수의 연구는 개신교 지역일수록 남녀 교육 격차가 줄어들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종교는 고학력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교육의 문은 열어주었지만, 노동의 문은 '전통적 성 역할'로 닫아버린 종교의 이중성을 해부한다.
16세기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는 "모든 신자는 스스로 성경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 단순한 명제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문자'가 여성들에게도 허락된 것이다. 조선 땅에 온 초기 선교사들이 이화학당을 세우고 여성에게 한글을 가르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종교는 분명 여성에게 '지식'이라는 사다리를 놓아주었다.
하지만 2026년 발표된 '젠더와 종교' 보고서는 이 아름다운 역사 뒤에 숨겨진 서늘한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종교가 여성에게 글은 가르쳤지만, 정작 그 글을 써먹을 '일터'로 나가는 문은 빗장을 걸어 잠갔다는 것이다.
사샤 베커(워릭대) 교수팀은 역사적 데이터를 통해 종교가 여성 교육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먼저 확인했다. 이들은 19세기 프로이센(독일) 지역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가톨릭 지역보다 개신교 지역에서 남녀 교육 격차가 현저히 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경을 읽어야 구원받는다"는 개신교의 교리가 딸들을 학교로 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선교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선교사가 들어간 지역의 여성 문맹률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똑똑해진 여성, 집으로 돌아가라?
문제는 그다음이다. 보고서는 "종교가 교육 격차는 줄였을지 몰라도, 그것이 곧바로 성평등한 노동 시장 참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꼬집는다. 오히려 신앙심이 깊은 여성일수록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낮고, 전업주부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다는 데이터가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명확하다. 많은 종교가 가르치는 '이상적인 여성상'이 여전히 가정 안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베커 교수는 "종교는 여성에게 성경을 읽을 지적 능력은 요구했지만, 그 능력을 이용해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것보다는 '지혜로운 어머니'나 '현숙한 아내'가 되어 가정을 돌보기를 원했다"고 분석한다.
즉, 교육은 신앙을 위한 도구였을 뿐, 여성의 사회적 자립을 위한 도구로 장려된 것은 아니었다는 해석이다.
리버티 대학 졸업생들이 보여준 통계
보고서는 흥미로운 사례로 미국의 보수적인 기독교 대학인 '리버티 대학(Liberty University)' 졸업생들이 밀집한 지역을 분석한 연구(아나예프 등, 2025)를 인용한다.
이 지역은 다른 곳보다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낮고 출산율은 높았다. 고등 교육을 받은 엘리트 여성들이지만,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커리어보다는 가정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으면 사회 진출이 늘어난다"는 일반적인 경제학 법칙이, 종교라는 변수 앞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슬람권의 사례도 이 딜레마를 보여준다. 1990년대 튀르키예에서 이슬람 정당이 집권한 지자체는 오히려 여성 교육 수준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보수적인 부모들이 세속적인 학교보다는 종교적 색채가 있는 환경에 딸들을 안심하고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교육받은 여성들이 사회로 나왔을 때, '히잡 금지' 같은 세속주의 정책이나 '남성 가장'을 강조하는 종교적 분위기 때문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유리천장보다 견고한 '거룩한 벽'
결국 종교는 여성에게 '지킬 앤 하이드'와 같았다. 교육을 통해 자아를 각성시키고 잠재력을 깨워준 은인이었지만, 동시에 그 잠재력을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는 간수 역할도 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종교가 여성의 인적 자본은 키워주었지만, 그 자본의 활용처는 제한했다"고 평가한다.
오늘날 많은 교회 여성들이 겪는 갈등도 이 지점에 있다. 대학까지 졸업하고 전문성을 갖췄지만, 교회에서는 여전히 '보조자'나 '봉사자'의 역할만 요구받거나, 일하는 여성을 '가정을 소홀히 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과 싸워야 한다.
다음 3부에서는 이 딜레마가 어떻게 '저출산'이라는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텅 빈 예배당과 텅 빈 요람의 상관관계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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