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와 종교 (1) 여자는 왜 남자보다 종교적일까? "천국행 티켓 끊는 심리, 남녀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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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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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6년 발표된 '젠더와 종교' 보고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신앙심이 깊은 이유를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연구진은 여성이 불확실한 사후 세계에 대비해 '영적 보험'을 드는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순종적인 태도를 강조한 사회화 과정과 과거 가사 노동 중심의 시간 배분도 여성의 종교성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신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믿지 않았을 때 당신이 치러야 할 대가는 영원한 지옥입니다." 17세기 철학자 파스칼이 던진 이 유명한 내기(Wager) 앞에서, 남성보다는 여성이 훨씬 더 안전한 베팅을 선택해왔다.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를 막론하고 전 세계 예배당의 자리를 채우는 건 늘 여성이 더 많았다. 단순히 여성이 '마음이 여려서' 혹은 '감성적이라서' 신을 찾는 것일까? 2026년 발표된 경제학 보고서는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해 훨씬 더 냉정하고 분석적인 답을 내놓는다.
사샤 베커(워릭대) 교수팀이 발표한 '젠더와 종교(Gender and religion)' 연구는 이 현상을 '본능'과 '계산'의 결과로 해석한다. 연구진은 여성이 남성보다 종교적인 이유를 크게 세 가지 경제·심리학적 도구로 해부했다. 그것은 바로 위험을 피하려는 본능, 사회적으로 학습된 태도, 그리고 시간의 비용이다.
지옥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보험
연구진이 주목한 첫 번째 열쇠는 '위험 회피' 성향이다. 심리학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낮다. 이는 투자나 운전 습관뿐만 아니라 영적인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무신론자가 된다는 것은 사후 세계가 없다는 쪽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과 같다. 반면 신앙을 갖는 것은 설령 신이 없다 해도 손해 볼 것이 적은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다.
밀러와 호프만 같은 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한 보고서는 "남성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남성다움의 상징으로 여기는 반면, 여성은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즉, 많은 여성에게 종교는 사후 세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해 주는 가장 강력한 영적 보험 상품인 셈이다. 실제로 자연재해나 위기 상황 직후 여성의 종교성이 급격히 상승하는 데이터는 이들이 종교를 심리적 안전망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착한 딸이 되어라"... 학습된 신앙
두 번째 요인은 자라온 환경, 즉 '사회화'다. 역사적으로 딸들은 아들보다 순종적이고, 돌봄에 능하며, 도덕적으로 정숙할 것을 요구받으며 자랐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덕목들은 대부분의 종교가 신자에게 요구하는 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베커 교수는 보고서에서 "여성은 어릴 때부터 종교적 가치관과 친화적인 성향을 기르도록 사회화됐다"고 분석한다.
반면 남성은 경쟁하고, 성취하며, 때로는 규칙을 깨는 것이 미덕인 환경에서 자라왔다. 어떤 남성들에게 교회에 나가 얌전히 앉아 있는 행위는 자신의 남성성을 억제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타크(Stark) 같은 학자는 "일부 문화권의 남성들은 종교 활동을 '나약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회 안의 '여초 현상'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가 길러낸 결과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돈이다? 노동 시장과 예배당의 함수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의 시선이 머문 곳은 '시간'이다. 1970년대 아지(Azzi)와 에렌버그(Ehrenberg)가 제시한 '시간 배분 모형'은 이를 잘 설명한다. 과거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은 직장에서 돈을 벌었고, 여성은 가사를 전담했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직장인의 시간은 '임금'이라는 명확한 기회비용이 발생하지만, 가사 노동자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유동적이었다.
따라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종교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비용이 저렴했다. 연구진은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가 낮은 사회일수록 종교 성별 격차가 컸다"는 데이터를 제시한다. 하지만 이 이론은 현대에 와서 여성이 직장으로 나가고 남녀의 시간 가치가 비슷해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후속 기사에서 다룰 '최근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결국 "여자가 더 믿음이 좋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여성은 더 안전한 선택을 하도록 진화했고, 더 종교적인 사람이 되도록 길러졌으며, 과거에는 그럴 시간적 여유가 더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견고했던 세 가지 기둥—위험 회피, 사회화, 시간 배분—이 현대 사회에서 흔들리고 있다. 다음 편에서는 종교가 여성에게 글을 가르쳤지만, 정작 사회 진출은 막아섰던 '교육과 노동의 아이러니'를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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