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단 위의 딜레마: 목회자 89%, 타투를 '용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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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2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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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한국 목회자의 89%가 성도의 문신을 수용하거나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문신을 금기시하던 과거와 확연히 다른 흐름이다. 미국 성인 32%가 타투를 보유한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한국 교회 역시 율법적 정죄보다는 선교적 포용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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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목회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57%의 목회자가 성도의 문신에 대해 불편함은 있지만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응답했다. (AI사진)
맨해튼의 한 복음주의 교회 예배당. 성찬 위원인 20대 청년이 잔을 건넬 때 셔츠 소매 아래로 언뜻 보이는 십자가 문신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이곳 뉴욕에서는 목회자가 팔에 타투를 새기고 설교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태평양 건너 한국 교회의 강단은 여전히 '살에 무늬를 놓지 말라(레위기 19:28)'는 말씀과 '표현의 자유'라는 시대정신 사이에서 줄다리기 중이다. 그런데 최근, 팽팽하던 그 줄이 서서히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1일까지 진행한 '넘버즈 Poll' 결과에 따르면, 한국 목회자의 절반 이상인 57%가 성도의 문신에 대해 "마음의 불편함은 있으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인정하며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2%에 달했다는 점이다. 과거 문신을 조폭의 상징이나 타락의 징표로 여기며 징계를 논하던 시절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변화다.
뉴욕의 일상, 서울의 변화
이러한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퓨 리서치 센터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2%가 하나 이상의 문신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타투는 자신의 신념이나 소중한 기억을 몸에 새기는 '영구적인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미국 기독교 대학 내 문신을 분석한 연구(Baylor Univ.)에서는 타투의 약 20%가 십자가나 성경 구절 같은 종교적 내용을 담고 있었다. 즉, 문신이 세속화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신앙 고백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한국 교회의 변화도 이 지점에서 읽힌다. "거부감이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은 목회자는 단 11%에 불과했다. 이는 목회 현장이 더 이상 문자적 율법주의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젊은 세대가 교회 문턱을 넘을 때, 그들의 몸에 새겨진 잉크보다 그들의 영혼에 새겨진 갈급함을 먼저 보겠다는 목회적 결단이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
불편함을 넘어서는 '거룩한 인내'
물론 57%라는 수치가 보여주듯, 대다수 목회자에게 문신은 여전히 '불편한 진실'이다. 예배의 경건성과 전통적인 신체관(몸은 성령의 전)을 해친다는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불편함을 견디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야말로 오늘날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뉴욕의 베테랑 목회자 팀 켈러가 생전 "복음은 문화에 적응하되 타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문신을 한 청년이 교회에 왔을 때, 그의 팔뚝을 보며 혀를 차는 대신 그 문신에 담긴 사연을 물어보는 것. 그것이 2026년, 한국 교회가 보여주고 있는 작지만 거대한 변화의 시작일지 모른다.
팩트는 분명하다. 한국교회는 이제 문신이라는 '현상'과 싸우는 대신, 문신을 한 '사람'을 품기로 결정했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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