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일상이 된 나라" 베네수엘라, 770만 탈출 행렬이 남긴 텅 빈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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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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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지난 10년간 베네수엘라는 정치·경제적 혼란 속에 '고통의 10년'을 보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8%가 자신의 삶을 '고통(Suffering)' 단계로 평가했으며, 성인 4명 중 1명은 타국으로 영구 이주를 희망한다. 치안 부재와 경제난 속에 770만 명이 떠난 자리, 남은 이들의 삶의 질마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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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행렬 (AI사진)
한 국가의 영혼이 숫자로 측정될 수 있다면, 지금 베네수엘라의 계기판은 '위험'을 넘어 '붕괴'를 가리키고 있다. 단순히 경제 지표가 나빠졌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송두리째 뽑혀 나갔다는 뜻이다. 한때 남미의 부국이었던 이 나라는 이제 국민 4명 중 1명이 "이곳을 영원히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절망의 땅으로 변모했다.
최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는 베네수엘라가 겪어온 '고통의 10년(Decade of Distress)'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하에서 지속된 정치적 불안과 초인플레이션은 사회 구조를 해체시켰다.
2024년 조사 결과, 베네수엘라 국민의 28%는 자신의 삶을 '고통(Suffering)' 단계로 평가했다. 이는 2012년의 수치와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번영(Thriving)'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2010년대 초반 60%대에 달했던 것을 상기하면, 이 사회가 겪은 추락의 낙차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밤길이 두려운 나라, 경제보다 무서운 치안
경제적 빈곤보다 더 뼈아픈 것은 '두려움'의 일상화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성인 중 밤길을 혼자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고작 35%에 불과하다. 이는 라틴아메리카 전체 평균(47%)보다 훨씬 낮은 수치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최하위권이다.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통계를 관리한다고 주장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공포는 여전하다.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역시 바닥을 친다. 국민의 69%는 지역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취업 시장에 대해서도 63%가 "나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신변의 안전마저 보장받지 못하니, 일상은 생존 투쟁이 된다. 통계 너머로, 오늘 하루를 무사히 넘기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베네수엘라 서민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770만의 엑소더스, 떠난 자와 남은 자
희망이 사라진 곳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은 '탈출'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 추산 770만 명 이상의 베네수엘라 국민이 이미 조국을 등졌다. 갤럽 데이터는 이 흐름이 멈추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성인의 24%가 여전히 타국으로의 영구 이주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 중 다수는 미국, 스페인, 칠레 등을 목적지로 꼽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베네수엘라의 삶의 질 지수가 2010년대 중반의 최저점보다는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갤럽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삶의 만족도가 높았던 중산층이나 젊은 인재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 결과, 통계적 착시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혹은 남은 이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적응하며 눈높이를 낮춘 결과일 수도 있다. 이는 회복이 아니라, 체념에 가깝다.
남미의 석유 부국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비극은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와 시스템의 타락이 한 사회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반면교사다. "고통받고 있다"는 28%의 외침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다. 그 땅에 하나님의 공의와 회복이, 그리고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관심이 시급하다는 절박한 구조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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