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감옥'이 '축복의 땅'으로… PCA 교단지가 꼽은 올해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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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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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장로교(PCA) 교단지가 2025년을 마무리하며 앨라배마 빕 카운티 교도소의 변화를 다룬 기사를 '올해의 기사 10선'으로 선정했다. 신학교육 프로그램 '언바운드 216'을 통해 폭력의 온상이었던 교도소의 재범률이 5%로 급감하고, 죄수들이 신학자로 거듭난 현장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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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빕 카운티 교도소 내 신학교육 현장. 죄수복을 입은 수감자들이 철창 안에서 조직신학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AI 사진)
카키색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칼 대신 조직신학 책을 들었다. '피의 빕(Bloody Bibb)'이라 불리며 1800년대부터 악명 높았던 미국 앨라배마주 빕 카운티 교도소가 통계학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변화를 겪고 있다. 외부와의 단절 속에서 죄수들이 스스로 신학자가 되어 교도소의 생태계를 밑바닥부터 뒤집고 있다는 소식이다.
2025년 미지막 날, 미국장로교(PCA) 교단지 '바이페이스(byFaith)'의 앤디 존스 편집장과 메건 파울러 부편집장은 한 해를 결산하며 이 놀라운 현장을 담은 벤자민 모리스의 취재물을 '2025년 가장 좋았던 기사 10선' 중 하나로 선정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 주립 교도소 출소자의 10년 내 재범률은 82%에 달한다. 반면 이곳의 신학교육 프로그램 '언바운드 216(Unbound 216)' 수료자들의 재범률은 5%에 불과하다. 이는 단순한 교화 활동을 넘어, 정식 석사 학위와 수료증을 수여하며 수감자를 '사역자'로 길러낸 결과다.
죄수복 입은 신학자들의 탄생
변화의 시작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도소 내 소요 사태를 잠재우고자 했던 교정 당국이 버밍엄 신학교(BTS)에 손을 내밀었고, 태디어스 제임스 박사와 미치 하우버트 목사가 이에 응답했다.
2016년 첫 수업이 시작된 이래, 살인과 마약 거래 등으로 수감된 이들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구원론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의 독특한 지속 가능성이다. 팬데믹 기간 외부 강사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었을 때, 일반적인 교도소 사역은 중단됐으나 이곳은 달랐다. 이미 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이 강사가 되어 동료 수감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언바운드 216'은 주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지역 교회와 후원만으로 운영되며, 철저히 수감자 주도로 굴러가는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했다.
'밀고' 대신 '고백'하는 문화
신학적 지식은 곧바로 삶의 양식으로 번역되었다. 통상 교도소 내에는 "밀고자는 꿰매버린다(Snitches get stitches)"는 폭력적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한다. 그러나 신학 과정을 이수하는 3개 구역(Bay)에서는 이 슬로건이 폐기됐다. 누군가 죄의 유혹에 빠지면 멘토에게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고, 공동체는 정죄 대신 회복 계획을 짠다.
실제로 이 구역에서는 2018년 이후 폭력, 성범죄, 절도 등 규정 위반 사례가 '0건'이다. 교도관들이 불시에 감방을 수색하면 나오는 것은 흉기나 마약이 아니라 닳고 닳은 성경책뿐이다. 심지어 교도소 측은 신변 위협을 받는 다른 수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구역으로 피신시키기도 한다. 살인자들과 갱단원들이 있던 곳이 교도소 내 가장 안전한 피난처가 된 셈이다.
역설적 자유, "여기서 우리는 더 자유롭다"
취재진이 만난 수감자들은 자신들이 바깥세상에 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자유롭다고 말한다. 프로그램명인 '언바운드 216'은 베드로전서 2장 16절("자유가 있으나 그 자유로 악을 가리는 데 쓰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종과 같이 하라")에서 따왔다. 종신형을 선고받아 다시는 사회로 나갈 수 없는 이들조차 복음 안에서 진정한 해방을 경험하고 있다.
러셀(가명)이라는 수감자는 철조망 뒤에서 에베소서 헬라어 언어학을 주제로 목회학 박사 논문을 방어했다. 이들은 말한다. 이 변화는 자신들의 의지가 아니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적 역사라고. 바이페이스 편집진이 이 기사를 올해의 글로 꼽은 이유 역시, 죄수복을 입은 그들의 신학이 상아탑의 이론이 아닌 폭력과 절망을 이겨낸 실전의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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