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소중하지 않은 것에 인생을 허비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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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3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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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인 92%는 좋은 삶의 조건으로 안락한 주거를 꼽았고, 가족과의 시간·수면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실제 삶은 달랐다. 6%만이 중요하다고 답한 소셜미디어에 85%가 시간을 쏟았다. 갤럽 조사는 가치관과 행동이 일치할 때 삶의 만족도가 2배 이상 높아짐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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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인은 '좋은 삶'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중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쏟는다. 갤럽 조사는 가치와 행동의 불일치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범임을 지적한다. (AI사진)
우리는 모두 '좋은 삶(Good Life)'을 갈망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시계바늘은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곳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간다. 현대인의 비극은 무엇이 소중한지 몰라서가 아니라, 소중하지 않은 것에 생명을 태우고 있다는 '인지부조화'에 있다. 갤럽과 아스펜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는 이 서늘한 진실을 데이터로 증명했다.
지난 10월 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성인 2,1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국 가치관 조사(American Values Study)'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안락한 주거(92%), 사랑하는 이들과의 시간(78%), 충분한 수면(76%)을 좋은 삶의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이는 단순한 욕망의 나열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존엄과 관계의 중요성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치와 일상의 기이한 괴리
문제는 '아는 것'과 '사는 것'의 괴리다. 가장 극명한 불일치는 소셜미디어 사용에서 드러났다. 응답자 중 단 6%만이 소셜미디어가 좋은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주 실제로 소셜미디어를 사용했냐는 질문에는 무려 85%가 "그렇다"고 답했고, 63%는 거의 매일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뉴스를 보고 듣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중요도는 25%에 불과했으나, 실제 행위는 92%에 달했다. 우리는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스크린 속 세상에, 가장 귀한 현실의 시간을 헌납하고 있다. 반면 요리, 독서, 예술 활동 등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으면서도 실제 실행 비율은 중요도 인식에 미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다. 영적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삶의 주도권을 상실한 상태다.
'적당함'이 주는 의외의 위로
흥미로운 지점은 '최적의 빈도'에 관한 데이터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 계획된 지출을 위한 경제적 여유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삶의 만족도가 정비례하여 상승했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러나 독서나 예술 활동, 기호품 구매 같은 활동은 달랐다. 주 3~4회 정도의 빈도에서 삶의 질 평가가 가장 높았다. 굳이 매일 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서너 번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누리거나 책을 펼치는 행위만으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준다. 이는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현대인의 압박감을 내려놓게 만드는 대목이다. 쉼과 향유에도 '적정선'이 존재한다.
행동하는 자가 누리는 '샬롬'
결국 핵심은 '일치(Alignment)'다. 이번 조사의 백미는 가치관과 행동의 일치 여부가 삶의 질을 어떻게 결정하는지 분석한 대목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그룹은, 그렇지 못한 그룹에 비해 '번영(Thriving)'하고 있다고 느낄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았다.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자주 하는 사람의 40% 이상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비율이 20%에 그쳤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일상의 루틴으로 만들어내는 것.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 믿음과 내 발걸음의 보폭을 맞추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평안, 즉 '샬롬'에 이르는 길임을 데이터는 웅변한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오늘 나의 시간은 내 가치관을 배반하고 있지 않은가. 좋은 삶은 멀리 있지 않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당신이 가장 소중하다고 믿는 그 사람의 눈을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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