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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스겔의 골짜기에 서다: 멈춰버린 '신앙의 언어'를 깨우는 디지털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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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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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인공지능(AI)이 잊힌 유대 역사를 복원하는 핵심 도구로 부상했다. AI는 이집트 카이로 게니자에 보관된 40만 점의 중세 유대 문헌을 해독하고, 소멸 위기의 언어인 '라디노어(Ladino)'를 구사하는 챗봇으로 재탄생했다. 이는 기술이 단순한 정보 처리를 넘어 영적 유산을 계승하는 '디지털 방주'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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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술은 낡은 양피지 속 갇힌 문자를 해독해 현대의 언어로 소환하고 있다. (AI사진)

 

1896년, 랍비 솔로몬 셰흐터가 이집트 카이로 벤 에즈라 시나고그의 다락방에 올랐을 때, 그곳에는 먼지 쌓인 침묵만이 흐르고 있었다. '카이로 게니자(Cairo Genizah)'로 불리는 이 보물창고에는 40만 조각이 넘는 중세 유대인들의 편지와 기도문이 잠들어 있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인간 학자들의 육안으로는 해독이 불가능했던 이 난해한 필사본들이, 이제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렌즈를 통해 비로소 그 입을 열기 시작했다.

 

RNS(종교뉴스서비스)의 보도에 따르면, 셰흐터 연구소의 '미드라시 프로젝트'팀과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AI 플랫폼 'eScriptorium'을 활용해 중세 히브리어와 아람어, 유대-아랍어 문헌의 대규모 해독에 착수했다.

 

연구진이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고문서 데이터를 학습시키자, AI는 흐릿해진 잉크 자국을 텍스트로 변환해내며 학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10세기 유대인들의 삶과 신앙을 현대의 데이터베이스로 소환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디지털 복원'은 텍스트 해독에만 그치지 않는다. 홀로코스트와 세속화로 인해 사멸 위기에 처한 스페인계 유대인의 언어, '라디노어(Ladino)'는 AI 챗봇 '에스트레이카 페레즈(Estreyika Perez)'를 통해 되살아났다.

 

연구진은 단순한 번역기를 넘어, 세파르디 유대인 특유의 따뜻하고 친근한 인격을 챗봇에 주입했다. 사용자들은 "마치 옛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았다"고 반응한다. 기술이 멈춰버린 언어에 인격을 부여하고, 단절된 세대를 잇는 가교가 된 셈이다.

 

마른 뼈에 생기를, 디지털 시대의 에스겔

 

이 사례는 한국 교계와 선교 현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경 번역 선교회들 역시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위클리프 성경번역선교회' 등은 AI를 활용해 번역 초안을 작성하는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과거 10년 이상 걸리던 소수 부족 언어 번역이 이제는 수년, 혹은 수개월 단위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는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하리라"는 지상 명령을 수행하는 데 있어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 '가속 페달'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더 나아가 한국 교회의 역사 보존 측면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1900년대 초반 평양 대부흥 당시의 빛바랜 설교 원고나, 6.25 전쟁 전후 신앙 선조들의 육필 일기들이 한국 곳곳의 서고에서 산화되고 있다. 유대인들이 그들의 유산을 AI로 살려냈듯, 우리도 흐릿해진 초기 한국 기독교의 영성을 디지털 기술로 선명하게 복원해낼 수 있다.

 

데이터(Data)를 넘어 기억(Memory)으로

 

물론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AI가 번역한 텍스트에는 영적 깊이나 문맥의 뉘앙스가 결여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립대 예브라 로페즈 교수의 지적처럼, 현대 기술의 가장 시급한 용처는 "고립된 이들을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것"일지 모른다.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서로 연결되어 군대가 되었듯, 흩어진 데이터 조각들이 AI라는 기술을 만나 다시금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기술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누구와 연결되기를 원하느냐는 '방향성'이다. 먼지 덮인 문헌 속에서 믿음의 선배들이 지금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다. 이제 귀를 기울이는 것은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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