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0만 명의 대이동, 그 길 끝에 '감사'가 기다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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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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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추수감사절, 미국은 역대 최다인 8,180만 명의 이동이 예고됐다. 칠면조 가격 하락으로 식탁 물가는 안정됐으나, 정부 셧다운 여파와 공항 혼잡이라는 불안 요소가 공존한다. 단순한 연휴 풍경을 넘어, 소비와 이동의 폭증 속에 가려진 이웃의 결핍과 나눔의 의미를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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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최다 인파로 붐비는 공항 터미널, 전광판에는 붉은색 지연 표시가 가득하다 (AI사진)
단순한 귀성 전쟁이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거대한 순례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고 인플레이션의 파고를 넘은 8,180만 명의 미국인이 길 위로 쏟아져 나온다. 2025년 추수감사절,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혼잡한 도로와 공항을 뚫고서라도 기어이 '가족'이라는 목적지로 향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의 최신 보고서는 올해 여행객 수가 팬데믹 이전 기록을 완전히 갈아치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년 전보다 약 180만 명이 늘어난 수치다. 플로리다와 같은 따뜻한 휴양지로 향하는 발길도 늘었지만, 대다수는 고향 집 식탁을 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대이동이 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이라는 시스템적 불안 속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가벼워진 장바구니, 무거운 핸들
그나마 다행인 소식은 식탁을 차리는 부담이 줄었다는 점이다. 푸드 다이브(Food Dive)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추수감사절 만찬 비용은 작년 대비 약 5% 감소했다. 특히 식탁의 주인공인 칠면조 가격은 16%나 떨어졌다.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공격적인 저가 경쟁을 펼치며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한 덕분이다. 고물가 시대에 지친 서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그러나 식탁에 앉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다. 지난 11월 초까지 이어진 연방 정부 셧다운의 여진이 항공 시스템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Times of India)는 관제사 및 보안 요원 인력 수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아 '시스템적 지연'이 발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칠면조는 싸졌지만, 그것을 먹으러 가는 시간 비용은 급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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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거실에서의 모바일 쇼핑을 하는 여성(AI사진)
클릭 한 번으로 끝내는 쇼핑, 잊혀지는 얼굴들
소비 패턴의 변화도 뚜렷하다. 전미편의점협회(NACS)는 올해 연말 쇼핑 매출이 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징적인 것은 매장 앞의 긴 줄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모바일 쇼핑이 대세가 되면서, 추수감사절 당일이나 그 이전에 구매를 마치는 '얼리 버드'가 소비의 주축이 되었다.
편리함이 극대화된 시대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 발전이 채워주지 못하는 결핍이 존재한다. 사파(SAPA) 등 구호 단체들은 화려한 소비 통계 뒤에 가려진 '식량 불안(Food Insecurity)' 계층을 지적한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푸드 뱅크를 찾는 발길은 오히려 늘었다.
빈 접시를 채우는 손길
다행히 교계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나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스킵 더 디포(Skip the Depot)'와 같은 앱을 활용한 기부가 늘어나는 등 봉사 활동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단순히 남는 음식을 주는 시혜적 차원을 넘어, 이민자와 저소득층의 자립을 돕는 구체적인 지원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2025년의 추수감사절은 '역대급 풍요'와 '시스템의 불안'이 교차하는 지점에 서 있다. 8천만 명이 도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고, 1조 달러가 온라인을 오가는 이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팩트는 명확하다. 감사는 저렴해진 칠면조 고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고기를 먹지 못하는 이웃을 기억하는 식탁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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