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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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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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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낙태전쟁’이 일고 있다. 미국 사회는 언제나 낙태 문제를 놓고 프로 라이프(Pro-Life)냐, 프로 초이스(Pro-Choice)냐로 양분되어 싸워 왔다. 프로 라이프는 ‘생명의 편’이란 뜻으로 임신부의 몸속에 있는 태아도 하나의 생명체이므로 낙태는 살인행위라 보고 낙태를 반대하는 그룹, 그러니까 보수파의 견해다. 반면 프로 초이스는 태아를 여성의 신체적 부분으로 파악하고 임신부의 낙태 결정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낙태 찬성그룹, 그러니까 진보파의 견해다.

출산은 여성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원치 않는 출산을 강요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것이 프로 초이스의 주장이고 미국 대법원의 견해이기도 하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s. Wade)‘란 역사적인 판결을 통해 여성의 낙태 선택권을 인정했다. 그러니까 낙태 합법화였다. 청교도가 세운 나라에서 어디 감히 낙태? 그렇게 낙태를 터부시하던 미국이란 나라가 이 판결로 철퇴를 맞은 꼴이 되었다. 미국 역사상 진보와 보수가 가장 험악하게 으르렁대며 맞선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이때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는데 그때까지 대부분의 주는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아니라면 낙태를 금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낙태를 두고 반목하던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제2라운드를 맞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다가는 2015년 대법원의 동성애 합법화 판결로 나라가 둘로 갈라지더니 이번엔 낙태문제로 두 진영이 또 혈투를 벌이겠다는 태세다.

우선 살펴보자. 이번 달 앨라배마 주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금지법을 치고 나왔다. 임신 중인 여성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을 경우를 빼고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조차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임신중절 수술을 한 의사에게는 최고 99년형이란 강력한 처벌을 때리기로 한 것이다. 임신중절 수술 의사에 대한 형벌이 감방에서 99년이라고? 그뿐 아니다. 미주리 주도 가세하고 나섰다. 임신 8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것이다.

이렇게 보수파가 낙태에 대해 엄격하게 치고 나오는 이유는 진보파가 너무 들이대며 앞서가는 것도 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진보하면 떠오르는 뉴욕 주에서는 임신 24주 이후 후기 중절수술까지 법적으로 허용하면서 낙태에 대하여 아주 ‘리버럴’하게 나오자 바이블벨트 지역의 미 중남부지역에선 이에 질세라 낙태 원천봉쇄작전에 들어간 셈이다.

만약에 낙태 반대의 함성이 미 전국을 흔들며 다시 대법원으로까지 찬반 대결이 치닫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두 명의 보수파 대법관, 즉 닐 고서치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을 디밀어 놨으니 이번에는 프로 라이프의 승리가 예견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낙태찬반 논쟁이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보수파와 복음주의 지지층 결집에 아주 달콤한 감초역할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도 알라바마 초강경 낙태 반대법을 놓고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날렸다. "나는 강력히 낙태를 반대한다"면서도 "성폭행과 근친상간, 산모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경우 등 3가지는 예외"라고 말했다. 보수 진영 내 균열을 조기에 봉합하면서도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줄타기’로 보여 진다.

그럼 성경은 낙태에 관하여 어떻게 말씀하고 계시는가? 성경은 낙태를 해라, 말아라 분명한 명령어가 없다. 그러나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말씀들은 많이 있다. 출애굽기에서는 태내에 있는 아기의 죽음을 초래한 자는 살인한 자와 똑 같이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시하고 계시다. 그러니까 하나님은 태아조차도 성장한 사람처럼 간주하신다는 사실이다. 낙태란 여성이 선택할 ‘권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태아가 모체의 일부라고는 할지라도 임신한 여성의 낙태 권리가 자기 신체 결정권에 포함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태아 역시 독립적인 생명권을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황청과 캐톨릭 국가는 무조건 낙태반대다. 우리주변에 살고 있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한 두 명도 아니고 줄줄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너무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캐톨릭 국가에서 낙태는 신앙적으로 금기사항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임신을 중단한 행위가 감옥 갈 범죄인가?”라며 기독교 내부에서도 낙태죄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 소수자의 목소리도 경청할 필요는 있다. 더구나 개신교에서는 내부적으로 낙태에 관한 통찰력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냥 “성경적…어물어물…” 머뭇대고 있을 때 세상에선 정치싸움의 도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낙태는 불법이란 ‘알라바마식’ 보다는 그래도 ‘트럼프식’과 같은 융통성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성폭력에서 비롯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의 낙태까지도 범죄로 몰아붙인다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독단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낙태이슈가 또다시 진보와 보수가 대결하는 전쟁터로 변한다면 모든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심을 믿고 따르는 우리로서는 전쟁터 어느 편에 설지도 고민이고 그렇다고 ‘낙태반대’만 조용히 중얼대는 것도 비겁한 무관심이 될 것 같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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