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시간] 길어진 삶 홀로 남는 노인들…고립의 그늘 빛으로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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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8-06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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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본격화…기초수급자 42%가 노인
고립·빈곤·질병에 자살까지…"돌봄 정책만으론 부족"
"교회, 일회성 봉사 넘어 체계적 참여 필요 "
아이들은 혼자 자라지 않습니다.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핵개인화되며 '혼자'를 강요받는 시대 속에 살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청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돌봄의 공백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비극을 낳고 있습니다. 이제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몫이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 데일리굿뉴스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아동·청년·노년 세대별로 나타나는 돌봄의 사각지대를 살펴보고, 그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가 더 늦기 전에 서로를 돌보는 따뜻한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라며, 지금이 바로 '돌봄의 시간'입니다.
▲지난달 23일 신생명나무교회에서 '장수사진'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자식 키우는 것보다 노인 부양이 돈이 더 든대요. 아들이 쉰인데, 나도 기댈 수만은 없지요. 죽으면 죽는 대로, 살면 사는 대로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고 살아야죠."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신생명나무교회(장헌일 목사)에서 열린 장수사진 촬영 행사에 참여한 박종철(79) 씨는 황혼의 무게를 이같이 토로했다. 박씨는 "교회는 다니지 않지만, 정이 있고 베푸는 게 있어 항상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한민국이 '노인 1천만 시대'에 들어섰다. 통계청의 '2024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1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셈이다.
문제는 수많은 노인이 경제적 어려움과 정서적 고립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기초생활수급자 중 65세 이상 노인은 42.8%로 전체 수급 계층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2020년(35.4%)에 비해 7.4%포인트 증가했고, 10년 전인 2014년(30.6%)과 비교하면 무려 12.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삶의 끈을 스스로 놓는 노인도 적지 않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의하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고의적 자해(자살)로 숨진 65세 이상은 1만8,044명에 달했다.
오대종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박사는 "노인 자살에는 정신과 질환뿐 아니라 만성질환, 경제난, 고립, 대인 갈등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며 "자살 예방은 조기 선별과 지역사회의 통합적 개입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 교회가 일회성 봉사를 넘어 노인 돌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데일리굿뉴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돌봄통합지원법'이다. 노인과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의료·요양·주거·일상생활을 통합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만으로는 노인 돌봄 사각지대를 온전히 해소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외로움과 고립 같은 문제는 행정의 손길만으로는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 돌봄 사역에 앞장서온 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정훈 의원실 김상기 사무국장은 "고령층 문제 중 경제적 어려움과 질병은 국가가 어느 정도 책임져야겠지만, 외로움과 고독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교회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 돼 소외된 노인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소영철 서울시의원도 "행정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자체 복지 프로그램에 심리적 거부감을 갖는 어르신들이 많다"며 "교회가 지자체와 협력해 사회적으로 소외된 어르신들을 그물망처럼 촘촘히 관리한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회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돌봄에 참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교회의 구제·봉사활동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사회복지 영역처럼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대형 교회들의 구조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교수는 "대형교회들은 대부분 예산과 인력을 내부 교인 사역에 집중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예산과 인력의 일정 비율을 지역 돌봄에 배정하고, 작은교회들과 연대하는 구조를 만들면 훨씬 더 큰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헌일 한국공공정책개발연구원장도 "경제적 빈곤이나 질병보다도 더 치명적인 것이 외로움과 고립"이라며 "교회가 돌봄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일은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 교회만 빛나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지역의 다른 교회들과 연합하고, 주민자치위원회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에 적극 참여해 모두가 꺼리는 힘든 일도 기꺼이 맡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회의 진정성 있는 돌봄 실천이 고립된 노인들을 지역 공동체로 되돌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욱 기자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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