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만 장의 부고장이 증명했다… ‘돈’과 ‘명예’는 천국에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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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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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가 26년간 작성된 3,800만 건의 부고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고인을 기억할 때 ‘성취’나 ‘권력’보다 ‘전통(신앙)’과 ‘자선(사랑)’이 압도적으로 많이 언급됐다. 특이점은 9.11 테러 직후에는 공동체성이 강화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사랑’과 ‘가족’에 대한 언급이 급감하며 영적·관계적 위기 신호가 감지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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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00만 건의 빅데이터는 인간이 죽음 앞에서 무엇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AI사진)
우리는 평생 더 화려한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지만, 정작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 부고장에는 전혀 다른 언어들이 기록된다. 죽음이라는 엄정한 현실 앞에서 ‘연봉’이나 ‘직함’ 같은 세속적 성취는 설 자리를 잃고, 오직 타인을 향한 ‘사랑’과 신념을 지킨 ‘믿음’만이 활자화되어 남는다. 최근 발표된 대규모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무엇을 영원한 가치로 여기는지를 통계적으로 입증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된 리앤 영과 토마스 마주치 팀의 연구는 1998년부터 2024년까지 온라인 추모 사이트 ‘레거시닷컴’에 올라온 3,800만 건의 부고장을 분석했다.
슈퍼컴퓨터가 추출한 결과, 미국인들이 고인을 회고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핵심어는 ‘전통(Tradition)’과 ‘자선(Benevolence)’이었다. 이 두 가치는 전체의 70% 이상에서 발견된 반면, 평생을 바쳐 쫓았던 ‘성취(Achievement)’나 ‘권력(Power)’ 관련 어휘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재난에 따른 변화다. 9.11 테러 직후에는 ‘봉사’, ‘충성’ 등 공동체적 단어가 급증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사랑’, ‘공감’, ‘가족’ 같은 관계 지향적 단어가 급격히 감소했고, 이 수치는 엔데믹 이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력서의 덕목’과 ‘부고장의 덕목’의 괴리
이 데이터는 기독교 지성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설파한 ‘이력서 덕목(Resume Virtues)’과 ‘부고장 덕목(Eulogy Virtues)’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대인은 자본주의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과 능력을 배양하는 데 삶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그러나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유능했는가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따뜻했는지, 얼마나 신실했는지에 대한 인격적 가치다.
복음주의적 관점에서 이는 전도서 기자가 말한 “해 아래서 하는 모든 수고가 헛되다”는 고백과 맞닿아 있다.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는 소유가 아닌 존재와 관계에서 증명됨을, 세속적 데이터가 역설적으로 확증해 준 셈이다.
팬데믹이 남긴 영적 상흔: 관계의 실종
이번 연구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자선(Benevolence)’ 관련 어휘의 추락이다. 9.11 테러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려는 영적 단합을 가져왔다면,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공포는 인간 사이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를 단절시켰다. 교회 공동체의 핵심인 ‘코이노니아(성도의 교제)’가 약화되고 개인주의가 심화된 현상이 부고장이라는 기록물에도 투영된 것이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는 동안, 우리는 죽은 이를 추모하는 글에서조차 ‘사랑’과 ‘가족’을 덜 언급하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사회 현상을 넘어, 관계를 통해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독교적 가치관이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경고음이다. 성경이 말하는 사랑은 접촉과 돌봄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그 통로가 막히자 영적 언어마저 메말라버린 형국이다.
결국 남는 것은 ‘믿음’과 ‘사랑’뿐
다행스러운 점은 ‘전통’의 가치가 위기 속에서도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초기에는 신앙과 유산에 대한 언급이 잠시 주춤했으나, 이내 평년 수준 이상으로 반등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인간은 결국 변하지 않는 가치, 즉 신앙과 영원한 본향에 대한 소망으로 회귀함을 보여준다.
결국 3,800만 개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성경의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남는 것은 통장의 잔고가 아니라, 타인에게 베푼 사랑의 흔적과 끝까지 지켜낸 믿음의 분량이다.
뉴욕의 화려한 마천루 속에서 성공을 외치는 목소리는 높지만, 마지막 순간 우리를 설명하는 단어는 소박하고 본질적이다. 오늘 당신이 맺고 있는 관계, 당신이 지키고 있는 예배의 자리가 훗날 당신의 부고장을, 아니 하나님 앞에서의 영원한 상급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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