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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의 신사도 benefit of dou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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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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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속담에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두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할 경우 한쪽 말만 들으면 그 한쪽이 옳은 것 같지만 또 상대편의 말을 들으면 그 또한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양편 다 허물이 있을 수도 있고 또는 어느 한 편이 다른 편보다 더 옳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말이란 어느 정도의 논리만 세우면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게 되고 또한 전달되는 과정에서 확대되므로 듣는 사람이 조심하여 들어야 합니다.

요즈음은 어떤 특정인을 사랑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 사이트에는 그 특정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글들을 올려놓습니다. 그 글들만 읽어보면 그는 성자 같기도 하고 이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위인 같기도 합니다. 그런 사이트를 통하여 그런 귀한 분을 알게 되어 의외의 유익을 얻기도 합니다. 한 가지 유감인 것은 그 특정인을 사랑하는 분들의 글들은 자기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분의 높은 덕망과 인격을 높이려는 열심이 지나쳐서 다른 모든 분들을 폄하하는 듯 한 뒷맛을 느끼게 합니다.

두 사람을 앞에 두고 한 사람만 칭찬하면 그 다른 한 사람에 대해서는 한 마디의 말을 하지 않고서도 그를 바보 만드는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존경하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속으로 존경하고 사람들 앞에서 칭찬하거나 높이는 것을 삼가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을 높이는 것은 높임을 받는 사람에게도 시험이 되어 눈을 어둡게 하고 또한 높이는 사람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제 삼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떤 특정한 사람을 존경하고 칭찬하므로 그 자신이 존경하고 칭찬하는 사람의 영예에 편승하고자하는 심리적 욕망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 나쁜 경우는 어느 특정한 사람을 비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웹 사이트의 경우입니다. 물론 그런 사이트도 어느 특정인을 비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정의를 위하고 진리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 세웁니다. 그러나 그러한 사이트에 올려진 글들을 읽어보면 정의와 진리를 위하는 글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나는 비난하는 사람이나 비난 받는 사람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설령 비난하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여도 그 방법이 기독교의 사랑의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에는 꿀이 흐르지만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글들에서 구밀복검처럼 입에는 진리와 정의와 사랑의 말을 쏟아내지만 속에는 누군가를 해하려는 칼이 숨겨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나에게 의심이 많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의 말을 잘 믿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이 진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확실한 증거가 있기 전에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아야겠다는 나 나름대로 체득한 깨달음이라고나 할까요? 누가 누구에 대해서 비난을 하면 진지하게 들어는 주지만 믿지는 않습니다.

미국인들에게는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신사도(紳士道)가 있습니다. 그것을 베네핕 오브 다우트(benefit of doubt)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의심의 이익”인데 미국인들은 그 뜻을 다음과 같이 적용합니다. 즉 어떤 사람에 대하여 아무리 나쁜 소문이 무성하더라도 그 증거가 확실히 드러나기 전에는 나쁜 소문이 없었던 것으로 여기고 그를 대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인들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한국인들보다는 그들이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만은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우리들에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과 판단이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0% 그가 옳다고 말하고,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100% 그를 나쁘게만 이야기 합니다. 이렇게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에 대한 평가는 거의 모든 사람에 대하여 예외가 없기 때문에 지역과 집단 간의 갈등은 깊어만 가는 것입니다. 전혀 좋은 점이 없는 사람에 대하여 억지로 좋게 말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점만 말하는 것은 공평치 않은 것입니다. 정치지도자들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소비적 정쟁을 일삼고 있는 이때에 교회들까지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는 것은 너무나 유치한 대응이라고 여겨집니다.

인간 사회에는 어디든지 소중한 옛 것의 가치를 지켜야 할 보수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그릇된 구태를 개혁해야 할 진보적 역할 또한 필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무조건 보수적이 되어도 안 되고 무조건 진보적이 되어도 안 될 것입니다. 무엇이 나쁘다고 할 때 그것이 나쁘다는 확실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좋은 것으로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고, 무엇이 좋다고 하여도 그것이 좋은 것으로 확실하게 드러나기까지는 성급하게 찬양하는 태도는 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이 스스로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곳 미국에 살면서 이들의 신사도인 benefit of doubt의 정신을 배우는 것도 유익하리라 여겨집니다.

“오직 너희 말은 옳다 옳다, 아니라 아니라 하라 이에서 지나는 것은 악으로 좇아 나느니라 .”-마태복음 5:3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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