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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의 정신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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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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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사지(易地思之)란 바꿀 역, 땅 지, 생각 사, 어조사 지... 즉 처지를 바꾸어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헤아리는 것을 말합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남북정상회담 때 양측 정상들에게 이 고사성어를 들어 충고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역지사지를 심리학적인 용어로 하면 감정이입(感情移入)입니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한 태도입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이 성숙한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면 상당할 정도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에 반대되는 말로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 아, 밭 전, 당길 인, 물 수, 즉 자기 밭에 물 끌어 대는 식으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추려고 우겨대는 것을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말도 있습니다. 끌 견, 강요할 강, 붙일 부, 모을 회로 이 말 역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붙이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세상에는 아전인수, 견강부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그런 경향이 심한 사람이 있고 좀 덜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아전인수나 견강부회가 사회적 경향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식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하고 이해하려 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현대인의 특징이 된 것은 모든 것이 세분화 되고 전문화 된 때문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지식은 두루두루 아는 폭넓은 지식이었습니다. 그 옛날 희랍의 철하자들은 철학자이면서 교육자이었고, 정치가이면서 또한 도덕가였습니다. 공자도 철학자였으면서 종교가였고 또한 정치가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은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학문은 세분화 되었고, 과학기술 또한 분업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의 대하여 깊이는 알게 되었지만 넓게는 알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전문가란 다른 것에 대해서는 무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야의 권위 있는 박사가 되려면 평생을 그 분야에서 투신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기의 지식으로 다른 것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경제학자가 경제적 이론으로 정치와 교육을 설명하려 하고, 사회학자가 사회과학적인 이론으로 종교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태도가 상당할 정도의 경향을 지니게 되자 철학에서는 이것에 환원주의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집단이기주의의 요인이 되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게 하였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기가 더욱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란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이 모인 계약 집단이라고 볼 때 역지사지란 더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익집단으로서의 사회는 점점 더 갈등이 심화되어 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양질의 도덕적 자원은 가정에서 얻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가정만이 이익집단이 아닌 유무상통의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가족 상호간에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위해서 끝없이 희생하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하지만 오늘 날은 이 가정이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도 가족끼리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가정도 이기적인 사회의 영향을 받아 유무상통의 원리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정이 윤리와 도덕의식이 메말라 가는 사회에 도덕적 자원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이 사회 구성원처럼 서로가 이익을 추구하게 되면 그런 가정은 더 이상 평안과 안식이 있는 곳이 아니고 도덕적 자원을 생산할 수도 없게 됩니다. 그런 가정은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할 뿐 아니라 사회까지 불행하게 합니다.

그런데 가족 관계 가운데 가장 힘들고 어려운 관계가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입니다. 며느리와 시부모는 전혀 생물학적으로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관계입니다. 며느리는 사부모와 혈연관계도 아니고, 결혼할 때 남편과 계약을 맺은 것이지 시부모와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니까 계약관계도 아닙니다. 게다가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한 남자를 사이에 둔 두 여자의 관계로서 조화를 이루기가 가장 힘든 관계입니다. 한 남자를 두 여자가 사랑하는 너무나 어렵고 힘든 관계입니다. 프로이드는 이것을 이디프스 콤플렉스라고 했습니다.

고부간의 갈등 때문에 가정이 파탄에 이른 경우는 참으로 많습니다. 이 세상에 깊은 감동을 주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많고, 보모 자식 간의 희생적 사랑 이야기도 많지만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좋은 관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는 거의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양극화의 관계가 고부관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물학적으로도 사회학적으로도 좋게 될 가능성이란 전혀 없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이 관계를 극복한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구약성경에 나오는 시어머니 나오미와 며느리 룻의 관계입니다. 나오미는 남편 엘리멕렉과 말론과 기론이라는 두 아들과 함께 베들레헴에 살다가 그 땅에 흉년이 들자 흉년을 피해 모압 지방으로 가서 살았습니다. 거기서 두 아들을 장가보내어 모압 여자들로 며느리를 삼았습니다. 그 후 남편과 두 아들이 죽고 그 집에는 과부 셋만 남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오미는 하나님께서 자기백성을 돌아보셔서 베들레헴에 다시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두 며느리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가다가 나오미가 생각을 바꾸어 며느리들에게 너희들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재혼하여 잘 살라고 강권하였습니다. 자식도 없는 과부 나오미에게는 나이 들어 돌보아 줄 며느리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자기의 이익보다 며느리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였습니다. 며느리 룻 역시 자신의 이익보다 시어머니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였습니다. 자신과 시어머니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은 죽음밖에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고 맹세하였습니다. 나오미가 며느리들에게 하는 말과 며느리 롯이 시어머니에게 하는 대답은 역지사지의 지혜를 능가하는 우리 모두가 금과옥조를 삼아야할 신앙의 지혜입니다.

불신과 갈등이 심화되는 사회에 역지사지의 정신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나오미의 가정에 일어난 일이 전통적인 한국 가정에서 일어났다면 며느리는 아들 잡아먹은 며느리라는 근거도 없는 혐의로 인하여 억울한 죄인취급을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아들이 죽게 된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 그로 인해 며느리가 과부가 된 것을 몹시 마음아파 하였습니다. 나오미와 룻의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이 아름다운 마음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과 지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잠언 16장 7절에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로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고 하였습니다. 나오미와 룻은 좋은 관계를 이루기가 가장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참으로 특이하게 아름다운 관계를 이루어 모든 신자들의 대인관계의 가장 아름다운 본을 제시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오미와 룻처럼 그들 사이에 계시는 하나님을 믿고 바라보는 신앙에서 모두가 어렵게 된 것은 자기 탓으로 돌리고 상대의 유익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때 가정과 사회가 하나님께 복을 받아 천국의 평안과 복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손이 나를 치셨으므로 나는 너희로 인하여 더욱 마음이 아프도다. 룻이 가로되 나로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유숙하시는 곳에서 나도 유숙하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장사될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와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룻기 1:13,16-17절하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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