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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피니언

온유한 사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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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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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가축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가축은 곧 재산이었기에 어느 집에서나 기르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가축들이 이웃집 가축과 종종 싸움을 합니다. 개도 싸우고 닭도 싸우고 소도 싸웁니다. 염소도 싸웁니다. 그런데 우리 소가 이기고, 우리 개가 이기고, 우리 닭이 이기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 개나 소가 이웃집 개와 소와 싸워서 지면 그 때의 기분은 아주 참담합니다. 나의 기억에 소를 몰고 산에 갔다가 우리 소가 이웃집 소와 싸워서 우리 소가 지자 울면서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 기억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집 개가 큰 집 개와 싸워서 졌습니다. 큰 집 개가 얼마나 지독한지, 힘으로 하면 우리개가 이기지만 악으로 하면 큰 집 개가이깁니다. 그 날도 큰 집 개가 우리 개의 귀를 물고 놓지를 않았습니다. 우리 개의 귀가 찢어져서 피가 흐를 때 나의 가슴은 참담하였습니다. 싸움을 그치게 하려고 물을 뿌리고 소리를 지르고 막대기로 때려도 그치지를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와서 겨우 싸움이 그쳤습니다. 나는 귀가 찢어져서 피를 흘리는 우리 개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직도 그 때 마음의 상처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에 찬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개를 키워도 강한 놈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강한 개는 늘 꼬리를 하늘 쪽으로 올려 말고 다닙니다. 늠름합니다. 약한 개는 으르렁 거려도 꼬리를 가랑이 속으로 말아 넣고 으르렁거립니다. 그런 개를 데리고 다니면 괜히 비참해 집니다.

닭도 제일 센 장 닭이 이웃집 암탉을 다 거느립니다. 짐승들의 싸움을 보면 늘 암 컷을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싸웁니다. 우리 집에 아주 센 장닭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웃 집 암탉을 다 거느리고 다닙니다. 한 마리도 양보를 안 합니다. 나의 마음도 참 고약하였습니다. 이웃 집 장닭들을 불쌍히 여기기보다는 우리 장닭이 자랑스럽고 대견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이웃집 장닭들은 주위를 맴돌면서 가까이 가지를 못합니다. 어쩌다가 한 번 자기 집 암탉에게 가까이 했다가는 우리 장닭에게 혼쭐이 납니다. 그런데 센 놈과 약한 놈은 서로를 바라보는 자세가 다릅니다. 우리 집 장닭은 정면으로 상대를 바라봅니다. 약한 이웃 집 장닭은 곁눈질로 상대를 바라봅니다. 어릴 때도 한 편으로는 이웃 집 장닭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런 생각은 우리 장닭을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에 묻혀버렸습니다.

인간 세상도 강한 자가 모든 것을 소유합니다. 이것이 세상의 법칙이며 방법입니다. 강한 자가 교양도 있어 보이고, 선한 것 같고, 의로운 것 같습니다. 세상은 강한 자의 논리가 지배합니다. 약한 자의 논리는 설득력이 약합니다. 그래서 약한 자는 불쌍하고 비참합니다. 약한 자는 늘 상처를 입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이치 때문에 모두가 강하게 되고 싶어 합니다. 돈을 버는 것도, 많이 배우려고 하는 것도 다 따지고 보면 강한 자가 되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강한 자가 되려고 자존심도 체면도 버리고, 윤리와 도덕도 버리고, 가족과 이웃도 돌아보지 않고 이를 물고 발버둥을 치며 삽니다. 강한 자가 되어야 돋보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강한 자가 부러웠습니다. 이것은 솔직한 고백입니다. 강한 자가 매력이 있습니다. 권력으로 강하든지, 돈으로 강하든지 물리적인 힘이 세든지 그것은 참 부러운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에게 부러운 대상이 달라졌습니다. 강한 자가 아니고, 많이 배운 자도 아니고, 돈 많은 자도 아닙니다. 키 크고 잘생긴 사람도 아닙니다. 요즘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마음이 온유한 사람입니다. 나는 요즘 온유한 사람을 보면 부럽고 마음에 감동을 받습니다. 부드러운 마음 가진 사람이 부럽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사실 온유한 자가 강한 자입니다.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여 오랜 세월동안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요즘은 온유한 사람을 만나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난 목사가 되어서도 왜 저렇게 온유하지 못할까 생각하면서 가끔은 슬픈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온유란, 자기 자신을 이기는 힘에서부터 비롯된다는데 나는 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곤 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슬퍼집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 마 5:5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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