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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소지품을 훔친 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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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200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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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2월 24일, 학생들이 한 학년 진급을 하는 날, 출근하니 책상에 장미 한송이와 옆에 "선생님 감사합니다."라고 쓰여진 조금만 카드 한 장이 놓여져 있었다. 담임하고 있던 학급의 옥이가 갖다 놓았음을 알게 되었다.

전년도 국립 사대 졸업과 동시 서울의 한 여중에 초임 발령. 중 1의 한 학급을 담임하며 재미있게 학생들과 어울리고 있었다. 5월 중순에 학급에서 아이들의 소지품 분실 사건들이 일어났다.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당황은 물론 불안도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소지품 관리에 각별히 주의를 당부했다. 학급 분위기가 엉망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신뢰를 못하고 아이들이 서로를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의 학업 열중에의 장애물이기도 했다.

6월 초순 한 아침. 부반장 아이가 희소식 하나를 가진 듯 급하게 교무실로 달려 왔다. 얼굴에는 기쁨과 분노가 썪인 표정이었다. "선생님, 옥이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사건 마무리 처리 문제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중1의 조그마한 체구의 옥이가 교무실로 불려 왔다. "큰일 났다. 이제는 죽었다."라는 마음이 옥이의 표정에서 읽히는 양 했다.

다른 교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옥이를 생물실로 데리고 갔다. 마치 경찰에 붙들려 고개를 숙이고 수갑에 채여 끌려가는 범인을 연상케 하는 옥이의 모습이다. 나도 그다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잠시 후에, 무엇이 그런 행동을 하게 했는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종이를 건네 주며 왜 그랬는지를 쓰도록 했다. 눈가에 눈물이 흐르는 옥이가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자리를 비껴 주었다.

얼마 후, 옥이가 쓴 글을 조용히 읽어 내려 가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중학교를 진학 한 후, 이웃에 사는 숙이와 등•하교를 같이 하며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다. 숙이는 성격이 아주 활달하여 학급에서 웃음 제조기로 여겨진 아이였다. 옥이에게는 숙이가 마음의 위안이었던 모양이었다. 선생님의 ‘학업 열중’ 강조로 숙이도 성적을 향상시키며 성적 우수 학생들과 친해졌다. 이에, 옥이는 친구를 점점 잃는 불안감이 생겼고 가난해서 숙이에게 잘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여유가 있는 아이들의 소지품을 훔쳐서 숙이와 나누며 숙이의 마음을 돌리고자 했던 것이다. 옥이는 장녀로, 동생 셋이 있는,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고 있었으며 무척 외로운 아이였음을 글을 통해 깨달을 수가 있었다.

옥이를 교실로 돌려 보낸 후, 숙이를 불러 옥이의 글을 읽게 했다. 숙이의 눈가에 눈물이 흘려 내렸다. 주머니에 있던 5000원을 숙이에게 주며 당부했다. 앞으로 옥이의 용돈이 떨어지면 선생님을 찾아 오라고. 숙이가 놀라워 하며 교실로 돌아 갔다.

오후 종회 시간. 옥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었다. 옥이의 잘못 지적보다는 학급의 분위기를 빨리 회복하는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했다. 아이들의 신뢰가 회복되고 이전의 분위기로 돌아오기을 바라는 마음으로. 얼마 안가서 학급이 웃음을 다시 찾게 되었고 아이들이 어느 새 옥이를 용서해 준 것 같았다.

2학년을 올라간 옥이. 결국 가난함으로 동료 교사의 도움을 받아 공단에 취직을 하기 위해 학교를 떠났다.

몇 년 전에 30대 초반의 숙이가 유명한 가수가 되어, 어느 교회 장로님의 초대로, 공연차 연말에 뉴욕을 방문했다. 선생님의 뉴욕 거주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자기 디-너 쇼에 초대를 했다. 뉴욕을 떠나기 전에 통화가 있었다. 중1 때의 기억들이, 특히 옥이의 사건이 생생하게 되살아났고, 뉴욕 방문 중 자기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고 했다. 옥이의 사건은 인간의 아름다운 심성에 관해서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고 나는 응답했다. 인간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동기를 이해해 줌이 심성의 긍정적 발달에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범죄 경험이 있는 한 마약 중독 환자의 고백이다. 자기들의 마음 중 다뜻한 면도 많은데, 잘못된 선택으로 삶을 망치게 되었다."라는 이야기다. 숙이의 외로움과 친구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잘못된 선택으로 나쁜 아이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져 있었던 것 같았다. 선생님의 이해와 학급 친구들의 포용은 옥이에게 한 송이의 장미와 작은 카드 속에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마음을 낳게 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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