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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의 체면과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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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200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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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이라는 가면

미국으로 이민 온 지가 어느 덧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민 초기에 힘들기는 했지만, 딸 하나와 아들 하나로 단란하게 살았었는데… 어느 때부터 근심과 불안과의 싸움이 끊어지질 않는다.

오늘도 큰 아이(아들)의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온 몸이 불안으로 휩싸임을 느낀다.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다. 화장실로 가서 식은 땀을 훔쳐 내지만,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감을 느낀다. 학교에다 전화를 해 주어야 하는데, 용기가 없다. 아이가 학교에 또 결석을 했거나 아니면 수업을 빼먹었다는 이야기를 들려 줄까 봐 오히려 안 듣는 것이 차라리 편할 것 같아서 전화하기가 싫다. 눈물이 다시 핑돌림을 느낀다. 속으론, “집에 가서 두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분노가 다시 일어난다.

아이가 수업을 빼먹고 한 지가 여러 달이 되어서 졸업을 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최소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해서, 결석이나 결강을 할 때마다 연락해 준다. 이제는 불안 증세로 가슴이 답답하기가 일쑤이다. 직장에서 한 번 쓰러진 적도 있다.

마음이 답답하여 교회에서, 집에서 기도를 하지만, 그렇게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때로 눈물을 흘리면 약간 시원해지기는 하지만, 사건의 반복으로 눈물도 말라버린 것 같다. 속을 모르시는 친한 권사님, 안색이 안 좋다며 같이 기도하자고 한다. 위로와 관심은 감사하지만… 마음의 불안은 여전하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름대로는 하나님께 맡긴다고는 하는데… 아이의 행동이 개선되질 않는다. 하나님께 맡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혼란이 일어난다. 믿음이 없어서라고 자책도 해본다. 남이 죽고 싶다는 이야기했을 때는 농담으로 여겼었는데…사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가족 상담 시간 중에 털어 놓았던 어느 어머니의 고백이다. 일류 고교에 재학 중인 아들의, 불안과 근심으로 가득찼던, 고통스러운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머니의 두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고등학교를 들어가자마자 공부가 힘듬을 느낀 아이. 점점 자신감은 사라지고, 수업 시간들과 선생님들이 지겹게만 느껴졌다. 오히려 아이들과 수업을 빼먹고 핸드-볼(Handball: 공을 벽에 치는 게임)이 더 재미있었다. 이기면 기분도 좋고 말이다. 부모님의 출근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 게임으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게임도 하면서… 80% 정도는 이기니 기분이 참 좋았다. 불안과 근심이 다 사라졌다. 그런데, 출석표가 오는 날은 우체통을 먼저 확인했다. 그래도 부모님을 더 실망시키기는 싫었다. 엄마와 아빠가 알아차리기 시작하면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다니는 느낌이었다. 두 형사가 자기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피기 시작했다. 잘해 보려고 시도해보았지만, 예상치 않았던 부모님의 불신의 한 마디가 시도를 막고 감정만 더 상하게 했다. 잘해 보려고 수련회에 올라가서 눈물로 하나님을 찬양하며 기도도 많이 했는데…답을 들어주시는 것 같지가 않다. 하교길에, 버스를 내려서 집 가까이로 올수록 가슴이 더 두근거림을 느꼈다. 가끔 왜 살아야 하는지에 궁금증도…

진지하게 듣고 있던 어머니는 아이에게 많은 역정과 짜증스러운 사랑을 했다고 고백한다. 두 번의 사업 실패로 가정 불화(부부싸움)도 많았고, 긴장된 삶으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었다 한다. 아이들이 불안 해소의 타겟(Target)이 되었음도 시인한다. 특히, 아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을 가능성을 시인한다.

더 답답한 것은, 교회에서 아들이 대학을 못하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얼굴을 어떻게 들고 다닐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일류 고교를 입학했고 어려서부터 영특하여 공부를잘 한다고 칭찬을 많이 듣는 아이여서 덩달아 기분이 참 좋았는데…

아이가 영혼과 마음이 아팠던 것을 이해하는지를 어머니에게 묻는다. 어머니는 아이의 고통이 자기의 고통으로 느껴진다고 대답한다. 어머니로 하여금,영혼과 마음과 몸이 동시에 아프니,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어머니는 아이가 아파서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는 점에 공감하며 약간은 안심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기도 내용에 촛점을 맞춘다. 체면(가면) 때문에 마음의 중심이 제대로 잡히지 않음을 시인한다. 어머니와 기도 방향에 관해서 의견의 일치를 본다.

“하나님, 세상적인 그리고 사탄이 장난인저의 체면(가면)을 벗기도록 용기를 주소서. 우리 아이의 고통을 잘 알지 못하고 저의 체면과 욕심으로 기도의 문이 닫힌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셔서 그 어린 마음에 평강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소서. 학교를 졸업하든 못하든, 대학을 가든 못 가든, 그 아이의 마음 속에 미래에 대한 꿈을 심어주소서. 당신께서 허락하신 은사와 재능을 깨닫고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소망을 주시옵소서. 지금은 아이의 마음에 많은 위로가 필요하오니 저희들도 용기를 내어서 아이에게 그리고 가정에 화평을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옵소서. 저희들의 불안으로 인해 불신으로 아이를 대하였음을 시인합니다. 아이의 잘못만 지적하는 형사나 탐정의 역할을 중단하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그리고 저희도 가슴 두근거림으로 고통이 많았습니다만, 가면을 벗는 정직함으로, 겸손함으로, 그리고 욕심을 버림으로 평강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깨달았습니다. 또, 저희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을지라도 부디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평강을 맛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아래는 몇 가지 주요 치료 가설이었다.

1. 부모의 한국 문화적 체면이 신앙의 눈을 어둡게 함: 따라서 불안 가중으로 아이를 밀어 붙임.

2. 아이의 자신감 상실: 고교 학업의 많은 논리와 추상력 요구는 단순한 중학교 학업 방식을 체질화된 아이에게는 부담감. (예: 자신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능력의 40%정도밖에 발휘를 못한다고 고백함).

3. 불안한 가족 관계: 형식적인 신뢰만 존재 (예: 아이가 자신이 이해되지 못했고 신뢰를 받지 못했다고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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