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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목사님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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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200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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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 뉴욕 중앙 일보[전문가칼럼] 7월 21일자

제목: 신앙 지도자의 치료적 역할

  “탁터 리, 심한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면서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는 교회 신도를 어떻게 치료 받도록 할 수 있습니까 ”라고 한 여성 목사님이 질문했다.  모두들 필자를 주목했다. 필자는 바로 대답을 피하고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매우 조심스러운 발언을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하면서. “아주 증상이 악화된 상태에 있는 그런 분들을 정신 치료 기관으로 인도, 혹은 위탁하시기가 힘드실 것입니다. 저의 견해로는 평상시에 정신 의학적 치료도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점을 계몽하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라고 강한 어조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정신 질환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의 미국 감리교 목사를 대상으로한 2003년도 수련회에서‘정신 건강 증진 및 치료’강연회의 마지막 질문 시간에 있었던 대화의 한 부분이다. 평상시에 교인들이 영적 치료를 주장하며 일반 정신과 치료를 거부할 때 난처하다는 입장을 몇 분의 목사님들이 토로하셨다.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 중에 신앙인, 특히 기독교인이 상당수임을 발견한다. 그래서 신앙 지도자가 환자를 정신 치료 서비스로 위탁(Referral)할 수 있는 정도의 지식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치료 과정을 몰라서 유일한 선택으로 영적 치료만을 무리하게 고집할 수도 있다.

  정신 질환자를 정신 병원이나 클리닉으로 위탁하여 조기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은 환자나 가족의 삶의 질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증상 치료로 그들이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이다. 필자도 사고와 의식적, 그리고 행동적 변화를 추구하는 인지 행동 치료법을 활용한다.

  그런데 많은 환자들이 약물 복용으로 정신 분열 증세나 우울 증세들이 없어지는 것을 보아 왔다. 다시 말해 두뇌 속의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는 화학물의 불균형이 정신 질환의 원인이라는 이론을 확인한 것이다. 약물 투여는 바로 그 불균형을 교정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현대 정신 의학에서 주요 요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정신과 의사 (Psychiatrist)나 심리 카운셀러 등의 전문인들을 통한 정확한 진단은 알맞은 치료 선택으로 연결된다. 물론 다면적 접근 방식이 이용된다. 일례로 신앙 지도자도 치료의 한 역할을 맡아 말씀과 기도로 환자의 심리·정신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약물은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 기여를 하지만 환자의 사고나 성격의 교정에는 한계를 지닌다. 사고나 성격 변화는 마음, 즉 심리 과정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본다. 예를들면 스트레스나 사물을 보는 관점의 변화, 문제 자각을 위한 지적 분석 및 통찰력,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의식과 행동으로 옮기는 의지적 결단 등의 과정이 사고 및 성격 변화에 필요하다고 본다. 신앙 지도자와 심리 상담자들의 치료 초점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경우들도 의외로 많다. 자기 질병에 관해서 통찰력이 없기 때문이다. 영적 치료를 주장하는 경우도 적지가 않다. 신의 능력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학적인 치료도 고통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신의 은총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본다.

  적절한 위탁 서비스는 신앙 지도자의 부담을 줄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신 질환 문제와 영적 문제를 등식화하는 경우를 보자. 치료가 되지 않을 경우 환자가 극도로 죄의식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다. 맹신적인 경우에는 신앙 지도자를 불신하여 관계가 나빠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수련회에 참석하신 한 목사님은 예배를 포함한 여러 모임에 정신 질환자로 인해 분위기가 경직되거나 산만해진다고 언급하셨다. 위탁 등 신속한 조치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도 논의되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분의 목사님은 성격 장애를 가진 교인으로부터 애를 많이 먹는다고 하셨다. 목사님께서 하시는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건다는 것이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심한 경우들이다.

  오래 전에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환자가 있었다. 심한 증상 중의 하나로 자살 시도도 했었다. 그를 돕던 목사님이 환자를 필자가 일하던 정신 병동으로 위탁하셨다. 의식이 거의 없었다. 필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약 2달 남짓의 치료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정부의 응급 메디케이드 혜택으로 치료비 전액을 보조받았다. 퇴원 후에 신앙 생활을 열심히 잘 한다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약하면, 치료 선택은 누구도 강요할 수 없는 환자의 개인 권리이다. 개인이 권리를 누릴 수 없을 때가 문제이다.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신앙 지도자의 정신 치료에 관한 지식 확보는 교인들을 위해서 유익하다고 본다. 그리고 정신 질환도 당뇨병 환자가 약으로 증상을 조절하는 것과 같이 증상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의 계몽이 필요하다. 이 때 비로소 신앙 지도자들의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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