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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 윷놀이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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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200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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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올해 구정을 맞이하여 당시에 필자가 다니던 예일 장로 교회의 '2003 구정 윷놀이 대회'를 진행하면서보고 느낀내용의 글입니다.미주 뉴욕 중앙일보의2월 15일자(구정 전날)의 [생활 단상]란에 실렸던 글입니다.

제목: 구정 맞이 윷놀이 마당

“백(Back)도다!”, “잡았다!”

‘구정 맞이 윷놀이 대회’에서 2명으로 이뤄진 주일학교 남학생 팀이 한 어른 팀을 대역전시키는 순간이었다. 어른들은 이미 3동이 나고 1동만 나면 경기를 이기게 되어 있었다.

그 때까지 아이들은 겨우 한 동만 냈을 뿐 누가 보아도 어른들이 거의 이기는 경기였다. 아이들은 게임이 잘 안 풀려 의기소침해진 모습이었다.

거의 경기가 끝날 즈음에 한 아이가 또 희망 없는 ‘개’를 던졌다. 다른 아이는 자기 순서에 ‘백(Back)도’를 던졌다. 이제 어른들은 ‘개’만 던지면 이기게 된다. 그런데 어른 한 사람이 ‘도’를 친다. 네번째의 마지막 말이 빠지는 끝 지점에 놓인다. 그래도 어른들이 다음 순서에 이길 것으로 참가자 대부분은 믿고 있었다.

거의 포기 상태에 있던 아이들이었다. 순서가 돌아 온 한 아이가 아무 희망 없이 윷을 자기 눈 높이만큼 공중에 던진다. 윷들이 윷판 위에 떨어진다. 갑자기 구경을 하던 사람들과 아이들이, “와! 백(Back)도다!”, “잡았다!”라고 외친다. 그러더니 같은 아이가 계속하여 ‘윷’, ‘윷’, 그리고 ‘모’를 잇따라 친다. 그러나 어른들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겨우 ‘도’와 ‘개’를 던지고 만다. 결국, 아이들이 승승장구하여 어른들을 이기고 결승전에 올랐다.

퀸즈의 뉴욕 예일 장로 교회에서 있었던 교인 대상의 설 맞이 윷놀이 대회의 준결승전 이야기다. 지난 95년부터 열려 온 경기로, 이달 마지막 주일 오후 찬양 예배 후에, 7개의 윷판을 깔아 놓고 약 3시간 동안 교회 친교실에서 벌어졌다.

성인 86명의 43개 팀과 아동 22명의 11개 팀, 총 1백8명의 54개 팀이 참가하였는데, 매년 참가자수가 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점점 많은 어린이들이 참가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결국, 개인전 결승은 다른 성인 팀을 이긴 주일학교 여학생 팀이 역전승을 거둔 남학생 팀과 싸웠다. 이번에는 준결승전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면서 남자아이팀이 여자 팀에게 패한다.

하여튼 올해 윷놀이 개인전 경기는 이 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그리고 형과 누나 팀들을 당당히 이기고 1위와 2위를 각각 차지했다.

이번에는 단체전 경기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로 이뤄진 제 1선교회 팀이 13개 팀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경기 중에 덩실덩실 춤을 추는 할머니도 계셨다. 어떤 할머니는, “얼씨구 절씨구, 들어간다!”하면서 신명나게 윷을 던진다. 모두가 폭소를 터트린다.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에 모두들 기뻐하였다.

“어! 어!” 저쪽에서는 몇 분의 집사님들께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이었다. 말을 잘못 놓았는지, 아니면 윷이 윷판 경계선에 물렸는지 분위기가 약간 심각하다. 그래도 주변에서는 재미있다고 웃고들 야단이었다.

다행히 제 3자의 개입없이 곧 갈등이 풀린 것 같았다. 모두들 싱글벙글 웃었다. 머리를 긁는 분도 있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비명이 연발했다. 참 즐겁고 아름다운 윷놀이 마당이었다. 모두들 참 재미있었다고 했다. 약간 늦게 끝났지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고 말했다. 오랜만에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신나게 즐긴 우리의 윷놀이 마당이었다.

교육적인 효과도 돋보였다. 특히 윷놀이에서는 도·개·걸· 윷·모·백도 등의 발음을 아이들이 1세와 같이 어려움없이 내고 있었다. 자기들이 ‘말’을 놓으며 전략 짜기에도 제법이었다. 경기 도중 시종일관 진지하여 상당한 집중력을 보이기도 하였다.

자세 하나 흐트려짐 없이 자기 차례를 기다릴 줄 아는 태도도 보기 좋았다. 8강 전에 올라온 팀들을 소개할 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의젓해보였다. 그리고 같은 주일 학교 학생들을 위해 응원을 하면서 단결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찬양 예배전의 친교 시간에, 주일학교 학생들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세배를 드리는 순서도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라고 이구동성으로 인사하면서 예쁘게 절을 올렸다. 지난 2주 동안 한글학교에서 단체로 연습한 탓에 더 잘하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들의 진지한 세배 모습으로 어른 공경의 교육이 성과가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오후의 한글학교 시간에는 제기 차기 대회를 했다. 제기가 없어서 오자미로 대신했지만 재미가 있었는지 모두가 열심이었다.

아직도 어제의 흥겹고 열기 있던 윷놀이 장면들이 자꾸 되살아 난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1세들과 이 곳에서 자란 2세들이 윷으로 함께 어우러진 오후시간이었다.

앞으로 오랫 동안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귀가 중에 차안에서 나와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구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에요!”를 부르고 있었다.

이수일 (박사·테라피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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