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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에도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 발렌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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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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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4월,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페레스트로이카 선언을 통해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표방하였습니다. 한 때 대중을 열광시키고 지식인들에 어필했던 공산주의 이상이 70여 년의 온갖 우여곡절의 시행착오를 통해 페레스트로이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이론이 인류 복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데 70년의 세월이 필요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습니다. 그릇된 철학과 사상이라도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확신을 심어 줄 수 있으며, 그것의 진정한 가치와 효용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단순히 논리나 과학이나 역사에 의존할 때 참으로 엄청난 대가와 시간을 지불하고 나서야 ‘이게 아니구나.’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고르바초프의 개혁은 엄청난 피의 대가를 요구하는 혁명이라는 방법을 통하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참으로 위대하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은 ‘스웨덴 체제’를 모방하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의 관심은 스웨덴을 주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웨덴을 주목하게 된 사람들이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발렌베리 기업이었습니다.

스웨덴은 사회학적으로 반사회주의 형 국가(semi-socialist state)로 분류되며 전폭적인 복지 정책을 추진하는 나라입니다. 스웨덴이 이와 같은 복지 모델을 확립하게 된 것은 1950년대 유럽 제1위의 경제 부국으로 등극한 후 제도적 측면에서 사회주의 모델을 차용한 것에서 시작합니다. 국가가 교육, 보육, 건강, 연금, 노인 복지, 사회복지 사업 등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전폭적 복지를 위한 높은 세금 부담률로 인한 재정적 압박과 구조적 문제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세계가 주목하던 스웨덴 복지 제도도 변화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모든 다른 나라들이 겪고 있는 도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아직까지는 스웨덴이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 세계에서 비교적 건강한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스웨덴을 모델로 삼았다는 사실에 인상을 받은 세계가 스웨덴을 주목할 때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스웨덴의 국민 기업 발렌베리라고 한 것은 스웨덴의 국가 정체성과 발렌베리의 기업철학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입니다. 발렌베리 같은 기업이 없었다면 스웨덴의 전폭적인 복지 정책은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공산주의 복지 사회건설 이상이 처절하게 실패한 마당에 스웨덴은 사회주의 경제 모델을 도입하여 공산주의가 꿈꿨던 이상을 상당할 정도로 실현한 것이 고르바초프로 하여금 스웨덴을 개혁의 모델로 삼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발렌베리의 창업자 오스카 발렌베리는 스웨덴 루터교 목사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스웨덴은 국민의 87%가 루터교 신자입니다. 유럽의 나라들 중 개신교도가 많은 나라와 가톨릭교도가 많은 나라를 사회적 윤리 의식으로 비교해 보면 개신교도가 많은 나라가 월등히 정직하고 깨끗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나라들을 한 번 여행 해 보는 것만으로도 그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스카 발렌베리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개혁신앙과 윤리적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여 해군장교로 제대한 후 금융업에 뛰어들어 1856년 스톡홀름 엔실다 은행(SEB·Stockholm Enskilda Bank, 훗날 스칸디나비스카 엔실다 은행으로 개명)을 창업했는데, 이것이 160년을 이어온 발렌베리 그룹의 태동입니다.

발렌베리는 금융업에서 출발해 국가 전략산업인 전자, 엔지니어링, 원자력, 자동차, 항공, 정보산업에 이르는 11개 핵심 업체를 비롯하여 1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100여 개가 넘는 기업들과 관련을 맺고 있으며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고, 자산은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과 월마트를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발렌베리가 고용한 종업원 수는 2009년 기준으로 39만1,355명인데, 이는 스웨덴 전체 인구의 4.5%입니다. 창업자 오스카 발렌베리 이후 무려 5대에 걸쳐 창업자 가문이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지만, 스웨덴 국민들로부터 절대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이 발렌베리 기업을 사랑하고 창업자 가문을 존경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룹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그들도 산업화 과정에서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노사는 타협을 통해, 기업은 자신들이 속한 사회에 기여하고, 사회는 그 기업가문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1938년 극심한 노사분규 과정에서 스웨덴경영자연합(SAF)과 스웨덴노동조합(LO), 그리고 정부 3자 간에 노사정 대타협인 살트셰바덴협약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 협약의 핵심은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인데, 오너 일가의 기업 지배권을 인정하고, 대신 회사 이익금의 85%를 법인세로 납부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이나 대한민국 기업문화에서는 상상이 안 되는 협약입니다. 스웨덴 정부는 이 획기적 제도를 개별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2011년 기준으로 스웨덴 상장기업의 55%, 핀란드 상장 회사의 36%, 덴마크 상장기업의 33%가 이 제도를 따르고 있다고 합니다. 북 유럽의 나라들을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발렌베리 기업의 오너 가문이 후계 경영자를 선택하는 방식은 아주 엄격하고 독특합니다. CEO가 되기 위한 조건은 첫째,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 유학을 마칠 것과, 둘째, 해군 장교로 복무해야 합니다. 그리고 10-20년의 오랜 실무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후계 경영자들은 모두 이 조건을 지켜오고 있다고 합니다. 발렌베리의 역사에는 2차 대전 당시 3세대인 야콥 발렌베리가 나치에 협력한 혐의로 비난을 받는가 하면, 외교관이었던 라울 발렌베리의 경우 헝가리 유태인 10만 명을 홀로코스트에서 구해내 '스웨덴의 쉰들러'로 불리기도 했던 명암이 교차하고 있기도 합니다.

1938년 이래 발렌베리 가문은 집권당인 사회민주당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스웨덴의 복지사회 실현을 가능케 한 정치 경제의 인프라가 이 두 집단의 정경유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지지기반으로 장기집권 해온 사민당과, 경영권을 세습하며 전략산업에서 기업 활동을 해온 발렌베리 가문의 안정된 공조체제야말로 스웨덴 모델의 핵심입니다. 이들의 정경유착은 비난의 이유가 아니라 신뢰와 존경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신 자유주의 경제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광폭한 거인이 된 자본주의를 대신할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구 소련 식 사회주의는 이미 망했고, 미국식 신 자유주의도 이제는 자체 제동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질주로 인하여 종말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서방 세계가 따라야 할 경제 사회 모델은 스웨덴과 같은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스웨덴을 비롯한 북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사회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북유럽의 복지제도가 지속 가능한 것인지, 과거 경험에 의하면 복지를 늘이면 경제성장이 둔화됩니다. 또한 비교적 사회가 경제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민자들이 증가합니다. 그 결과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정당이 출현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금 그런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 유럽의 이런 나라들의 수준에 못 미치는 나라들은 그 나라들을 모델로 삼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것입니다.

2003년 7월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아들 이재용씨와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을 데리고 스웨덴을 방문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모델로 발렌베리를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발렌베리 가문을 벤치 마크하려는 주된 이유는 발렌베리가 가지고 있는 차등의결권이었습니다. 차등의결권 주식이란 다른 주식에 비해 의결권은 높되 배당 등 경제적 이득은 제한하는 주식입니다. 그러나 삼성은 이 차등의결권을 배당 이익에 제한이 없이 의결권만을 높이는, 이를테면 차등의결권의 삼성화를 노린 것임이 그 후 경영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삼성을 비롯하여 다른 기업들이 할 수 없는 일을 발렌베리는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교회를 기업 경영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세습을 하면서도 존경 받는 대형교회 목회자는 진정 불가능할까요?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을 교회가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스웨덴 국민의 87%가 개신교 신자인데 현재 개신교 예배에 출석하는 사람은 2%라고 하니 순수한 개혁신앙은 형편없이 퇴색한 것이 분명하지만 발렌베리가 국민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성공한 배경에는 개혁신앙의 세계관이 가치관의 인프라로 작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른 신앙의 부흥이 절실한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교회가 계속 쇠퇴하는 사회에서 국민의 사랑 받는 발렌베리 같은 기업이 성공하는 것이 부럽기만 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교회와 기업이 함께 국민의 불신과 비난을 받고 있는 현실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다윗의 집이여 너는 아침마다 정의롭게 판결하여 탈취 당한 자를 압박자의 손에서 건지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너희의 악행 때문에 내 분노가 불 같이 일어나서 사르리니 능히 끌 자가 없으리라/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 렘 21:12, 마 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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