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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을 기다리는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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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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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봄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여름을, 어떤 사람은 가을을, 또 어떤 사람은 겨울을 좋아합니다. 나는 초여름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떤 한 계절을 좋아한다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 말고 다른 계절은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빨리 여름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봄이 좋은 사람은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을 기다리며 사는 것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겨울은 겨울대로 좋고 여름은 여름이어서 좋은 바로 그런 사람으로 사는 것이 더 좋은 것입니다. 오늘을 기뻐하고 내일을 기대하면서 준비하며 사는 인생이 지혜로운 인생입니다.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관찰해 보면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째, 겨울이 되면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는 철새 같은 동물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대 평원에 사는 누 떼나 사슴 같은 것은 때를 지어서 대이동을 합니다. 어떤 철새는 아프리카에서 시베리아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자기 체질에 맞는 기후와 먹을 것을 찾아서 이동합니다. 둘째 유형은 동면을 하는 동물입니다. 동물들의 동면은 현대과학으로도 설명이 다 안 되는 신비입니다. 어떤 동물은 심장 맥박도 없이 겨울잠을 잔다고 합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툭툭 털고 일어납니다. 셋째 유형은 털갈이를 합니다. 여름에는 털이 다 빠졌다가 겨울이 되면 다시 털이 나서 추위를 넉넉히 이겨냅니다. 사람은 이 유형 중 아무 쪽에도 속하지 않지만 또한 모든 유형의 특징을 다 지닌 존재입니다.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주하는 것은 철새와 다름없고, 겨울을 준비하는 것은 동면하는 동물과 같으며, 겨울 옷 여름 옷, 냉난방 시설을 개발하여 사용하는 것은 털갈이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짐승에게 없는 시간에 대한 두 개의 이해와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말 ‘시간’은 구분이 없지만 그리스어에는 ‘크로노스(Χρόνος)’와 ‘카이로스(καιρός)’라는 두 단어가 있습니다. 고급 시계를 자세히 보면 ‘크로노미터(Chronometer)’라는 글이 쓰여 있습니다. ‘크로노미터’란 크로노스를 가르쳐 주는 기계라는 뜻입니다. 크로노스는 하나님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은 우리가 변경할 수 없는 시간입니다. 또 다른 하나의 시간은 ‘카이로스’입니다. 카이로스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입니다. 개인마다 주어진 시간이 다르지만 그 시간은 우리가 나름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미국의 목회자요 신학자였던 라인홀드 니버는 ‘하나님이여, 고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고칠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고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냉정함을 주옵소서. 그리하여 고칠 수 있는 것과 고칠 수 없는 것을 식별하는 지혜를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고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고칠 수 없는 것을 고치려고 하는 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고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입니다. 이를테면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보편적인 진리입니다. 죽음이 찾아왔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은 시간을 선용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태도입니다. 조나단 에드워드는 미국의 대표적인 청교도 신학자요 목회자입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 받는 분입니다. 그는 일생 동안 다섯 가지 생활지침을 세워놓고 그 지침에 따라 살았다고 합니다. 첫째는 살아있는 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둘째는 한 순간이라도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셋째는 타인을 무시하지 말 것, 넷째는 결코 복수심이나 질투하는 마음에 사로잡히지 말 것, 다섯째는 지금 곧 죽는다 해도 마음에 거리끼는 일을 하지 말 것, 이런 생활 지침은 사람에게 주어진 카이로스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바울 사도는 다른 사도들보다도 많은 일을 하였습니다. 주와 복음을 위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교회와 성도를 돌아보기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하였습니다. 그가 복음과 교회를 위해 두 번째 로마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그 당시 정황으로 보아 그는 이제 머지않아 순교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있었습니다. 추측하건데 나이도 칠십이 넘어서 노인이지만,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모든 정황으로 보아 내년 봄 어느 날에 순교하게 될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관제와 같이 부음이 되고 나의 떠날 기약이 가까왔도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도 한 때는 병을 고쳐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처형당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살려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의 시간 크로노스를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을 정리하였습니다. 그는 달려갈 길을 다 가고 믿음을 지켰다고 했습니다. 그는 죽음을, 오랫동안 힘겨웠던 믿음의 경주를 마무리 하는 골인지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때 바울이 취했던 태도는 인생의 종착지를 향해 가는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바울은 그 순간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편지하면서 ‘너는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하였습니다. 세상 떠날 날이 가까웠다고 판단될 때 사랑하는 믿음의 아들이 그리워졌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식이 없었던 그는 죽기 전에 믿음의 아들 디모데를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당시 지중해 연안은 겨울이 되면 얼어서 배가 항구에 접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체되어 디모데가 오기 전에 겨울이 오면 배가 운행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디모데를 만날 수 없기에 겨울 전에 어서 오라고 하였습니다. 바울은 육체적으로 노인이 되어 추운 겨울을 지하 감옥에서 보내기가 힘겨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디모데에게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바울은 나이 들어 더 추웠을 것이고 가까이 있던 이들이 다 떠나서 외로웠습니다. 바울은 그러한 사실들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서운함과 외로움도 있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지난 시간들을 회상할 때 자기를 버리고 세상으로 갔던 데마가 생각났고, 바울을 배신 한 것은 아니지만 일 때문에 바울을 떠난 디도도 생각났습니다. 두기고는 바울이 에베소로 보냈습니다. 지금 바울 곁에는 누가만 남아 있습니다. 바울은 추운 겨울 노구의 몸으로 외로운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꼭 마가를 데리고 오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 마가는 ‘마가의 다락방’의 주인 마가입니다. 마가는 비교적 부유했던 집 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는 1차 전도여행 때 바울과 함께 했다가 도중에 포기하였습니다. 1차전도 여행 때 중도에 포기했던 마가가 2차전도 여행 때 또 따라나섰지만 바울이 안 된다고 하여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바울이 생각할 때 너 같이 고생을 참지 못하는 부잣집 아들은 안 된다고 판단하여 거절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바울은 그 때의 일을 돌이켜 보며 그 때 마가가 얼마나 서운했을까를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디모데에게 마가를 데려오라고 해서 그 때의 그가 섭섭했던 마음을 위로하고 마음에 응어리가 있다면 풀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내가 그 때 너를 많이 섭섭하게 했지, 나를 용서해라 라고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를 원수처럼 괴롭혔던 사람 알렉산더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자신을 어지간히도 괴롭혔던 사람들이 많지만 바울은 그들에게 허물을 돌리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합니다. 인생의 겨울을 맞는 바울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주님의 가르침을 마지막 순간까지 착함과 신실함으로 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인생의 겨울을 이렇게 준비하고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바울과 같이 마가를 불러서 오해를 풀고, 화해하고, 겨울이 오기 전의 남은 인생을 평소에 늘 즐겨 읽던 손 때 묻은 가죽 성경을 읽으며 주님의 품에 안길 다가오는 봄 어느 날을 기다림으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 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 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 딤후 4: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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