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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용서와 공적인 법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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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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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생물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1976년에 「이기적 유전자 (The Selfish Gene)」라는 저서를 통해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합니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유전자가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 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이기적 유전자」입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인간이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 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책은 철저한 다윈주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는 독특하고 놀라운 발상과 주장입니다. 기존의 진화 단위인 개체를 유전자(Gene)로 보고 유전자를 불멸의 존재라고 하였습니다. 도킨스의 주장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의 영역을, 생명의 본질적인 면에서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 유전론입니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고 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 요소라고 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 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자기 복제를 함으로써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자연은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생명체들의 거대한 생존 투쟁의 장이고, 모든 생명체는 자연선택에 의한 적자생존을 위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투쟁의 과정에서는 개체 차원의 이기성과 더불어 집단 차원의 이기성도 함께 발현된다는 것인데, 인간의 이기성과 도덕성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서 상당할 정도로 설득력을 갖는 이론입니다. 그러나 그 이론 역시 인간의 사회성 즉 도덕과 협동성을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하였습니다. 도킨스의 이론에 미흡한 점을 매트 리들리가「덕의 기원(The Origins of Virtue)」이라는 책을 통해서 설명하였습니다. 한국어 번역은 “이타적 유전자”로 책 제목을 붙였습니다.

이 책은 한 없이 이기적인 인간이 어떻게 이타성, 상호부조, 협동 같은 덕목을 지닐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 생물학, 진화론, 게임이론, 도덕철학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유전자도 물론 이기적 유전자입니다. 모든 유전자는 진화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한다는 전제에서 전개한 이론입니다. 거기에는 미생물, 개미, 꿀벌, 원숭이와 유인원, 돌고래, 조류, 식물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계의 전술에서부터 사회를 이루어 공동체적 적자생존을 꿈꾸는 인간의 전략까지 모든 것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성을 지닌 인간은 특별히 이타적인 본성을 진화시켜 왔다고 하여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임과 동시에 ‘이타적’이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도덕과 사회성은 이타적 유전자의 명령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덕(德, Virtue)의 기원이라는 설명입니다.

성경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재로 창조되었으나 타락으로 인하여 왜곡되어서 선에 관한한 무능하게 되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하여 성령으로 선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과학자들은 과학적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타락을 이기적 유전자로, 구속 안에서 성령의 역사를 이타적 유전자로 설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간의 인격과 행동과 가치까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유전자나 호르몬의 작용의 결과이기 때문에 행위자의 책임이 소홀히 되고 말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 경제 교육 종교의 영역에까지 부정이 만연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것도 위와 같은 이론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전 전 대통령에게 부과된 추징금과 관련된 수사가 한창입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현직에 있을 때 지은 경제적 범죄로 인하여 퇴임한 지 25년이 지난 지금 자녀들을 비롯하여 가족과 친척들이 조사를 받고 구속되기도 하였습니다. 기억력조차 오락가락 하는 노인이 된 전직 대통령이 다시 법의 제재를 받고 언론의 질타를 당하는 모습이 측은하기까지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모든 죄를 덮고 없었던 일처럼 용서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가 지은 죄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추징금 납부에 대해 의견조율까지 한 모양인데, 최고 지도자의 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그 피해가 심각합니다.

대통령이 정직하고 깨끗하면 장차관을 비롯하여 비서관들과 공무원들이 부정을 저지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부정을 저지르면 고위 공직자를 비롯하여 말단 공무원까지 부정을 저지르기가 쉬워집니다. 전 전대통령의 경제적 부정은 추징금 2,628억 납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법을 어기고 부정하게 돈을 착복하는 것을 보고 담력을 얻어 부정을 저지르게 된 모든 공무원들과 기업주들과 군인들과 사회 각계각층의 요직에 있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지도자의 책임은 그만큼 큰 것입니다. 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온 나라에 조금이라도 높은 지위에 있는 거의 모든 이들이 너도 나도 누구에게 뒤질세라 나라 돈과 회사 돈을 착복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 때 한 일본인이 ‘이렇게 하고도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것이 기적이다.’라고 했습니다.

기독교인이 정치인과 사회를 비판한다는 것이 낮 뜨겁고 부끄러울 만큼 교회와 교계 또한 시정잡배들의 난장판이 되어버렸습니다. 내가 몸 담았던 한국 합동총회는 총회장과 총무의 스캔들과 무례함으로 인해 파행을 겪고 있고, 그 교단과 선린관계인 KAPC 교단 안에서도 상식으로 납득할 수 없는 저급한 문제를 일으켰던 이들로 아픔을 겪고 있고, 그 외에 한국과 미국에서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문제를 일으킨 지도자들과 그 문제에 대처하는 교단과 교회의 태도는 오히려 사회를 오염시킬까 우려됩니다. 비록 종교가 타락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종교인에게 주는 사람들의 크레딧을 감안하면 교회지도자들의 죄가 사회 일반인들의 죄보다 몇 배 파렴치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렴치한 죄를 짓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러한 죄를 역겨워 하지 않고 침묵하는 대다수도 문제입니다. 악한 행동을 환경이나 유전자 때문이라는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은 책임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원수까지 용서하고 사랑하되 공익을 해치는 것에 대해서는 호리라도 눈감지 말아야 하는 것이 정의이고 그 정의가 곧 사랑입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반역의 죄는 무시무시한 벌(삼족을 멸한다거나)로 다스린 것도 결국 공익을 해치고 다른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못하도록 한 법 정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어느 국가나 집단에서든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사적인 감정이나 약한 마음으로 법을 낮추어 집행한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에게 악을 저지르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나의 선한 뜻이 불특정 다수에게 고통이 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은 지식과 지혜의 문제입니다.

“거만한 자가 벌을 받으면 어리석은 자도 지혜를 얻겠고 지혜로운 자가 교훈을 받으면 지식이 더하리라.” - 잠 21: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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