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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오피니언

뒤돌아봄과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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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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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습니다. 2008년도는 이제 옛날이 되었습니다. 2008년도가 지금 우리에게는 엊그제 같지만 언젠가 까마득한 옛날이 될 것입니다.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오던 때 컴퓨터의 오작동으로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모두들 긴장했었는데 그로부터 거의 10여년이 다 되었지만 우리들에게는 불과 며칠 전의 일만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으로만 거슬러 올라가도 아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50년 전에 나는 일곱 살이었는데 그 해 3월에 초등학교에 들어갔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처음 학교를 가던 날 동내 아주머니들과 친구들이 함께 학교에 가는 길에 저만치 앞서 달려가면서 손을 땅에 짚고 몸을 한 바퀴씩 넘으며 가던 것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학교에 갈 때 겨울에는 교실에서 난로에 땔 나무를 가져가야 했고, 여름에는 퇴비를 안고 갔습니다. 풀씨를 채취해서 가져가는 것도 숙제였습니다. 쥐를 잡아 꼬리를 잘라가는 것도 숙제였고, 회충약을 먹고 몇 마리의 회충이 나왔는지를 세어가는 것도 숙제였기 때문에 산에서 변을 보고 꼬챙이로 변을 뒤적이며 회충을 세어야만했습니다.

학 교에 갔다 오면 누구나 소풀과 나무를 하러 가야했고, 시간이 나면 남자아이들은 기만전, 기마타기,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강통 차기, 삼 년 고개, 씨름 등을 하며 놀았고, 산으로 들로 다니며 뱀, 들쥐, 새, 잠자리, 토끼를 잡고, 개울에서는 미꾸라지, 붕어, 메기, 가제, 피라미를 잡고, 논에서는 골뱅이를 줍고 방개를 잡아 등에 흙을 실어 경주를 시키며 놀았습니다. 길에서는 개똥벌레 굴을 파서 개똥벌레를 잡고, 참나무에서는 집게벌레를 잡았고, 뽕나무에서는 장수하늘소를 잡았고, 찰흙을 파다가 달구지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진달래 꽃, 접동 꽃, 골 단초 꽃을 따먹고, 감꽃을 주워 먹었습니다. 산에서는 도라지, 잔대, 칡뿌리를 캐어 먹고, 산딸기를 따먹고, 밭에서는 오디를 따먹고, 논이나 들판에서는 개구리나 메뚜기를 잡아 구워 먹었습니다. 낙동강 모래밭에서 쥐를 산채로 잡아 축구를 하며 놀았고, 뱀을 산채로 잡아 뜨거운 모레 위에서 놀리며 장난쳤습니다. 어쩌다가 동네잔치가 있어서 돼지를 잡으면 돼지 오줌통을 얻어다가 바람을 넣어 축구를 하며 놀았습니다.

여자아이들의 놀이 레퍼토리가 남자아이들만큼 다양하지 못하여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오자미, 공기, 땅따먹기, 소꿉장난 등을 하며 놀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수많은 장난감과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컴퓨터 게임이나 농구, 야구 등을 하고 놀지만 옛날에도 나름대로 놀이거리가 많았습니다. 자연을 놀이대상으로 하고 자란 아이들과 장난감이나 컴퓨터나 기계를 놀이 대상으로 하고 자란 아이들은 정서가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문제에 대처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그 때 시골에서 살든 아이들의 꿈은 서울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가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서울에 있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서울에 갈 수 있는 길은 무작정 상경하여 여자아이들은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하거나 공장에 취직을 하는 것이었고, 남자아이들은 가게 점원으로 들어가거나 운전이나 철공 등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 것이 아이들의 꿈이었습니다.

당시는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무시를 당했으니까 빨리 어른이 되는 것이 아이들의 또 다른 꿈이었습니다. 빨리 한 살이라도 더 먹기를 바라고 어른이 되는 그 날을 그렇게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어른이 되어보지도 못하고 환갑을 맞을 것만 같습니다. 나이가 드니까 기다려지는 것은 없어지고 자꾸만 옛날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지만 어른이 된 지금 백발의 노인이 되기를 기다릴 마음은 없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그렇게 되겠지만 그것은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한 번은 친구에게 “야, 내일 모레면 우리도 환갑이다.”라고 했더니, 그 친구 하는 말이 “야, 끔찍하게 그런 소리 하지 마라.”고 하였습니다.

군인들 에게는 제대하는 그날이 기다려지고, 처녀 총각에게는 결혼하는 그날이 기다려지고, 학생에게는 졸업하는 그 날이 기다려지겠지만 40을 훌쩍 넘어버린 사람들은 젊었을 때처럼 기다리는 그 날이 없어졌습니다. 자식의 입학과 졸업과 결혼의 날을 기다리기는 하지만 철저하게 자신에게는 그 날이 오면 좋겠다고 기다려지는 날이 없습니다. 그 기다려지는 날이 환갑도 아니고 진갑도 아니고 장례식 날은 더구나 아닙니다. 이것이 나이든 사람들의 부정할 수 없는 현주소입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세상 사람들을 가리켜 소망 없는 자들이라고 하고 우리 믿는 자들을 가리켜 소망을 가진 자들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는 소망의 그 날은 주님께서 재림하시는 그 날입니다. 그 날에 주님께서는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계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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