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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의 21세기 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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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 2008-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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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로마나”(Pax-Romana)”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로마를 통한 평화를 뜻합니다. 이것은 주후 1세기 지중해 지역의 지배적 이데올로기였습니다.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스페인과 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을 때 원로원은 그의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아우구스투스 평화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그 때 세네카는 위대한 영웅이자 황제인 아우구스투스가 이룩한 제국적 질서의 평형 상태를 일컬어 '팍스로마나'라고 명명했습니다. 그것은 평화가 권력의 중심인 로마에 의해 시작되고 유지되며 귀결된다는 의미이며, 로마의 압도적 힘에 의해 지탱되는 평화가 없다면 세상은 야만과 혼돈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거기에 담겨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팍스로마나는 진리와 도덕적 당위를 자신과 일치시켰습니다.

기독교의 입장에서 보아도 로마는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 로마는 식민 지배를 하고 있던 모든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기독교 선교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만약 그런 질서가 전혀 없었다면 기독교의 복음은 주변의 공격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팍스 로마나는 점령지 국가의 정치적 자치와 종교를 존중했고 누구에게나 로마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초기 기독교가 로마 세계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포교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로마가 기독교를 유대교의 일부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바울의 로마 시민권이 그의 전도활동에 유용했던 것처럼 로마 제국의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복음의 길을 예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로마는 기독교를 자신들의 제국에 위험스런 집단으로 몰아서 혹독하게 박해했으며 인정사정없이 파괴했습니다. 네로 황제는 로마의 대형 화재를 기독교인의 책임으로돌렸고, 도미티안, 트라얀, 하드리안, 안토니우스 피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 등은 기독교에 모진 박해를 가했는데 그 기간이 주후 50-300년이니까 무려 250년이나 됩니다. 천년의 로마제국을 짧은 글을 통해 설명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기독교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유럽의 중세기까지 로마 제국은 그 명성을 떨쳤고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따라서 유럽의 모든 문명은 로마에 기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건축, 예술, 법, 문학, 그리고 종교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구의 모든 문명은 곧 “팍스 로마나”라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로마에 의한 평화가 곧 지고(至高)지선(至善)이기 때문에 팍스 로마나를 거스르는 그 어떤 이념과 철학도, 심지어 종교도 이단시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물리적 힘이 강하게 되면 팍스 로마나를 꿈꾸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이 추구하는 것도 팍스 아메리카나(Pax-Americana)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팍스 아메리카나는 팍스 로마나의 21세기 번전의 다름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얼굴을 가진 로마처럼 미국도 두 얼굴을 가져서 한 편에서는 세계 평화와 인권의 수호자처럼 행동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주의적 다국적 기업을 앞세워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전자를 명분삼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합니다. 핵우산의 논리나 국제 경찰 노릇의 자처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을 통한 평화에 가장 절박한 사람들은 아마도 유대인들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에이팩(AIPAC)이라는 시민로비단체를 이용하여 미국이 친 이스라엘 정책을 세우도록 정치적 정신적 경제적 힘을 집중시키는 것을 볼 때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로비가 아니라 곧 생사를 건 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에게 그것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현실입니다. 지금 그들은 자기들의 생존을 팍스 아메리카나만큼 보장해 줄 그 어떤 사상도 세력도 국가도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한국의 보수 세력은 노무현 정부의 지난 5년 동안 노골적으로 깊어진 반미 감정을 회복하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우선 과제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지난 정부 말기의 국민 정서였고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한 소위 반노무현 국민정서에 편성하여 그동안 깊어진 반미정서를 회복하려는 성급함 때문에 쇠고기 협상을 졸속 타결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도의 나라가 미국과의 관계를 소원(疎遠)하게 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주권국으로서의 자존심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한 나라를 책임진 지도자에게는 보통 사람이 생각하지 못할 고민과 갈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팍스 아메리카나를 붙잡은 듯 한데, 순전히 정치적인 차원에서만 본다면 약소국의 지도자가 그렇게 하는 것을 나무랄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팍스 아메리카나에 목을 매듯이 많은 나라들이 겉으로는 반미하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친미를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나는 미묘한 정치 경제적 한미 이해관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신학적으로는 한 마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니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그는 미국과의 평화보다 하나님과의 평화를 우선적으로 추구해야만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일면 이 세상의 힘의 논리에 그대로 순응하는 것 같지만 가루 속에 들어간 누룩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며 세상을 정복합니다. 물리적인 힘과 자본의 힘이 곧 정의인 시대정신과는 바로 누룩과 같은 방법으로 싸워야 합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팍스 크리스티아나만을 지향함으로써 팍스 로마나를 극복했었습니다.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이 전체 역사의 주인시며 통치자심을 믿습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사랑의 정신으로 서로를 아끼며 바로 세워주고 격려하며 하나님과의 평화에 힘씁시다.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와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 -잠 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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