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심은 사람 > 지난 오피니언

본문 바로가기



이곳은 2017년 이전에 올려진 아멘넷 오피니언 칼럼 글입니다. 이름으로 찾으실 수 있습니다.
황상하 | 김동욱 | 최송연 | 허경조 | 이수일 | 송흥용 | 김정국

지난 오피니언

나무를 심은 사람

페이지 정보

황상하2008-03-09

본문

1953년에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Jean Giono 1895-1970년)가 쓴 “나무를 심은 사람”이 리더스 다이제스트지에 처음 소개되었고 그 다음해인 1954년에는 책으로 출판되어 지금까지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되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감동을 주었습니다. 어린이 동화책보다 얇은 그 책을 나는 며칠 전에 만났고, 책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 노인은 나의 의식과 허울의 옷을 발가벗겨, 내면 깊숙이 감추어 놓은 자존심까지 부끄럽게 하였습니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자신이 엘제아르 부피에 노인을 만남에 대하여, 그리고 그의 작품을 통하여 그 노인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한 인간이 참으로 보기 드문 인격을 갖고 있는가를 발견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해 동안 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행운을 가져야만 한다. 그의 행동이 온갖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있고, 그 행동을 이끌어 나가는 생각이 더없이 고결하며, 어떠한 보상도 바라지 않고, 그런데도 이 세상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는 틀림없이 한 잊을 수 없는 인격과 마주하는 셈이 된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 알프스의 끝자락 고원지대에 삼림자원의 분별없는 남벌로 인하여 황폐해진 몇 개의 마을과 버려진 땅이 있었습니다. 전에는 사람이 살았으나 숲을 무자비하게 남벌하여 사람은 물론 짐승들조차 살수 없게 된 버려진 땅입니다. 더 이상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을 지경이 될 때까지 숯을 구워 팔며 살았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서로 경쟁하며 투쟁하였고, 시기하고 경계하며 살인하고 자살하며 좌절가운데서 굶주린 야수처럼 서로 물어뜯다가 지리멸렬하였습니다. 모든 이들이 떠나버린, 아니 죽어간 그 폐허의 땅에 들어가 거의 반세기를 오직 나무를 심으며 살았던 사람이 바로 엘제아르 부피에입니다.

그는 불행하게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고 쉰 두 살의 나이에 홀로 그 곳에 들어가 오직 나무를 심으며 남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땅, 사람이 살 수 없어서 떠나버린 땅에 스스로 찾아들어가 나무를 심어 다시 사람들이 찾아와 평화로운 마을이 생겨나게 하였습니다. 몇 마리 기르던 양도 나무를 키우는데 방해가 되어 팔아버렸고 그 후에는 나무에 이로운 벌을 키우면서 나무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무를 사랑한 것이 아니고 사람을 사랑한 것이었습니다. 1914년 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장 지오노는 전쟁에 참가하여 전장에서 5년을 보냈고, 전장에서 돌아온 그는 1920년부터 1년에 한 번씩 부피에 노인을 방문하였지만 한 번도 그가 좌절하거나 회의에 빠져있는 것을 본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부피에 노인의 나이 75세가 되던 1933년에는 산림청에서 그 숲을 천연 숲으로 보호해야 한다면서 부피에 노인에게 찾아와 밖에서는 함부로 불을 피우지 못하도록 주의를 주고 가기도 하였습니다. 1939년에 일어난 2차 세계 대전은 목탄가스로 움직이는 자동차 연료를 얻기 위한 벌목으로 수많은 삼림이 훼손되었으나 다행히도 부피에 노인의 숲은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안전하였습니다. 부피에 노인은 1914년에 일어났던 1차 대전과 1939년에 일어났던 2차 대전도 모른 체 혼자 살았기에 말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살았습니다.

그는 누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았고, 그 자신이 무슨 득을 볼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나무를 심는 것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한 가지 생각으로 떡갈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를 심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규칙적으로 하고, 자기가 만든 숲이 뿜어내는 살아있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욕심 없는 소박한 식습관,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음의 평화가 이 노인으로 하여금 놀라우리만큼 좋은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조건들이었겠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신 복이었습니다.

그는 89세가 되던 1947년에 바농 요양원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습니다. 젊지 않은 나이에 단순히 육체적 정신적 힘만으로 그것도 혼자서 황무지를 가나안 땅으로 만들어낸 부피에 노인의 무욕의 성실함과 들레지 않는 자긍심은 나를 경탄하게 하고 무한한 존경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가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냈다고 하는 것은 낭만주의와 실존주의가 겹쳐진 평가이고, 개혁주의를 표방하는 나는 인간이 타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부피에 노인처럼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구속”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부피에가 나무를 심은 것처럼 아무런 기대와 바람이 없이도 진정 사람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야 할 텐데....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 시 23:4 -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아멘넷의 시각게시물관리광고안내후원안내ㆍ Copyright © USAamen.net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아멘넷(USAamen.net) - Since 2003 - 미주 한인이민교회를 미래를 위한
Flushing, New York, USA
카톡 아이디 : usaamen / USAamen@gmail.com / (917) 684-0562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