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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감리교회 앞에 놓인 ‘비아돌로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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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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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지난주 5월 4일은 역사적인 날이었다. 미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목사가 탄생한 날이었다. 1956년 감리교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드 젠슨(Maud Jensen)이란 여성이 남성 목사와 똑같은 자격으로 목사 안수를 받은 날…같은 해 미국장로회(PCUSA)에서도 여성 목사가 탄생했다. 65년 전의 일이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65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목사 안수는 성경적이냐, 아니냐로 교회는 양분되어 있다. 감리교나 미국장로회, 복음주의루터교회나 성공회는 여성목사를 대량 방출(?)하고 있다. 구세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캐톨릭 교회를 비롯하여 미국서 가장 큰 교단 남침례교는 여성목사 반대다. 루터교 미주리시노드도 반대한다. 한국의 장로교도 여성안수에서는 찬반이 분명하다. 장자교단이라 불리기를 좋아하는 예장합동은 절대 반대, 반면 예장통합은 찬성이다.

그래서 여성목사안수는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숙제다. 교단에 따라 제각각이다. 성경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장합동의 경우 ‘여성안수 반대는 영원한 진리’라고 외치고 있다.

그런데 감리교가 역사 속에 제일 먼저 여성 목사 안수를 치고 나왔다. 엄청 진보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성 목사 안수 등 감리교와 비슷한 신학적 성향을 보이던 복음주의형제교회(Evangelical United Brethren Church)가 있었다. 독일경건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던 이 복음적인 교단과 감리교가 연합을 결의하고 함께 뭉친 게 1968년. 두 교단이 그 해 교단 대 교단 통합을 선언하면서 이름을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 UMC)로 정했다. 그래서 꼭 53년 전 UMC가 탄생한 것이다.

이 연합감리교회는 글자 그대로 연합을 사랑해서였는지 소수인종교회를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사랑했다. 교단의 최고지위인 감독직에 그동안 한인 감독 4명(고 김해종, 박정찬, 조영진, 정희수 감독)이 배출된 것을 보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자료에 따르면 미주 내 한인연합감리교회 목회자는 현재 1,073명으로 남성 855명, 여성이 218명이며, 은퇴목회자는 그중 226명이다.

교단 이름에 ‘연합’이란 이름을 등장시킴으로 분열보다는 연합이 좋고, 나누고 갈라지는 것보다는 서로 이해하며 합치는게 좋다는 걸 암시라도 하듯 근사하게 이름값을 해오던 연합감리교회였다. 그런데 그 연합의 역사가 깨질 위기를 맞았다. 2년 전에 갈라서기로 결의한 것이다.

원인은 ‘동성애’였다. 한쪽은 동성애를 품고 가자는 진보 쪽이고 다른 쪽은 ‘동성애 반대는 영원한 진리’라고 주장하는 보수주의 쪽이다.

미국 대법원도 동성애를 합법화한 마당에 교회도 동성애를 품고 가자는 교단 입장에 반대하여 교단내 보수주의와 대다수 한인교회들은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동성애는 반대’라는 강경한 입장과 충돌한 것이다. 더러 동성애를 지지하는 한인교회들도 있기는 하다.

서로에게 차이가 있는 것은 다양성의 차원에서 견딜수 있고 잘하면 화합의 여지가 있다고 치자. 그런데 신앙공동체에선 ‘신조’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볼 장 다 본 셈이다. 상대를 두고 다르다 말하지 않고 틀렸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갈라서야 한다. 나뉘는 게 낫다. 그래서 갈라서자고 합의에 이른 것은 좋았으나 한때는 같은 밥솥 식구였으니 “은혜롭게 갈라서자”는 처음 약속은 점점 희미해지고 험한 꼴로 이별을 맞이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앞서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최근 남가주를 비롯 미 전역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며 보수적인 교단을 만들어 분리를 주장하던 목사들에게 돌연 파송중지 통지서가 날라오자 ‘은혜로운 분리’는 커녕 ‘전쟁선포’라는 격한 분위기가 맴돌고 있다. “벌써 예배당 재산싸움인가?”란 반응도 있다.

이렇게 되면 감리교회가 ‘연합’이란 이름으로 똘똘 뭉쳐 하나님 나라 선교 역사 속에 이뤄놓은 수많은 기념비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세상 이혼이든 교회 이혼이든 갈라서는데 무슨 은혜? 그런 냉소주의를 겸손하게 내려놓자. 아직 연합감리교회란 공동체 구성원으로 있는 모든 이들은 하나님 앞에서 우선 나와 우리를 살피자. 앞으로 나의 선택이 주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었는지. . 이왕에 헤어질 거면 하나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헤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자.

교단 정치 때문에 진리 수호가 오염되어선 안된다. 정의를 외치다 신앙이 매몰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교단 분리의 길이 비아 돌로로사처럼 험하고 긴 슬픔과 고난의 길이라 할지라도 그분 손에 붙잡혀 오르는 길이라면 그 길이 승리의 길, 그 길이 부활의 길이란 믿음을 갖고 움직이자.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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