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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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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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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하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혼자서 용감하게 건너면 심각한 대형 사고를 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빨간 신호등이라도 여럿이 함께 건너면 파란 불일 때 혼자 건너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합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통계 조사를 해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심리 학자에게는 이런 조사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당연히 지키지 않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그러나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은 자신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 일차적 목적이 아니고 그것이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의무와 책임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개인과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해서 교통법규가 존재하지만 공공의 질서는 사적 이익 때문에 지키는 것이 아니고 공공의 이익, 즉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지키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일원은 혼자서 안전할 수 없고 모두가 안전할 때 비로소 개인의 안전도 보장되는 것입니다.

현대 기독교인의 문제 중 하나는 신앙이 지나치게 사적 영역에 집착하는 경향입니다. 그러한 경향은 교회 공동체의 경향이기도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 대한 개인의 신앙이 공적 영역을 무시하고는 성립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하나님 나라 백성은 교회를 통하여 공공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드러내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는데, 교회는 교인들을 자기 교회 부흥시키는 데만 유용한 일꾼을 만드느라 공공의 영역에서 착하고 충성된 일꾼으로 훈련시키지 못합니다. 신실한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면 당연히 교회에서 착하고 충성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착하고 충성된 교인이 사회에서 착하고 충성되지 못하면 그러한 교인은 참 충성된 하나님 나라 백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공공의 영역을 무시하고 사적으로 기울게 된 것은 세상에서 배운 것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극도의 개인주의가 지배합니다. 세상이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닙니다. 개인과 세상이 극도로 이기적이 되는 것의 근본 원인은 하나님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의 궁극적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찬양하는 것인데, 이 신앙 안에 윤리와 도덕과 정의와 사랑이 들어 있습니다. 윤리나 도덕이나 정의나 사랑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절제를 해야 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더 나은 것을 갖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하나님 나라 백성은 그것까지 절제하고 양보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모든 것을 절제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는 것은 칭찬과 명예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의무요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의무와 책임은 단순히 힘들고 메마른 의무감이 아니라 신비롭게도 즐거움과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까지 동반되기도 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은 경건의 능력을 공공의 영역에 나타내게 되는데, 구체적 예를 들자면 가치질서를 존중하여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법과 권위를 존중하고 상식과 질서를 잘 지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듭니다. 예수님께서 그를 믿는 모든 자들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것은 이런 것을 다 포함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많은 사회는 건강해야 정상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신들의 역할을 잘 감당한다면 그 사회는 건강하게 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교회와 미국 시회, 그리고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모든 사상, 이념, 철학, 예술, 문학, 학문, 정치, 경제, 역사는 아무리 애써 나름의 이상을 추구해도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여 가치의 무질서와 혼란을 만들고 결국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듭니다. 하나님 대신 인간 자신을 믿고 섬기게 되면 온갖 거짓과 악이 정당화 되고 그것은 곧 극도의 무질서와 혼란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듭니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하나님을 거부하므로 자기가 우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정당할수록 더 악하게 되고 더 나쁜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개인이나 집단이 정당할수록 더 악하게 되고 더 나쁜 죄를 짓는 것이라는 점을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미친 사람은 자기가 미쳤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점점 더 미친 행동을 하듯이 하나님을 부인하게 되면 정당할수록 더 죄인이 되는 것을 모르고 미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치판이나 대학이나 지식인이나 기업인이나 예술인이나 종교인이나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들을 신념과 확신을 가지고 버젓이 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어떤 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나 진위를 가릴 필요도 없고, 사거리 신호등이 빨간 불이냐 파란 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롭고 안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가 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Veronika decides to die)》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스물네 살의 주인공 베로니카는 자신이 정상적인 사람이지만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그녀가 자살을 하게 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점점 늙어서 몸은 약하고 병들고, 친구들은 사라질 것이고, 고통과 절망만 증폭될 것이기 때문에 이 이상 오래 산다고 해서 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고, 둘째 이유는 세상이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은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여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는 죽지 못하였습니다. 그녀가 의식을 차리고 눈을 뜬 곳은 영원히 탈출이 불가한 빌레트라는 정신병원이었습니다. 이 병원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세 부류인데, 정말 미친 사람들, 미친 사람들로 몰려서 수용된 사람들, 특별한 사정으로 도피하기위해 미친척하는 사람들입니다. 스스로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베로니카는 자살 실패로 미친 사람이 되었고, 수면제 과다 복용의 부작용으로 심장의 근육조직이 썩어가기 시작하여 닷새 아니면 일주일 정도의 시한부 생명이라는, 의사들이 진료하며 자기들끼리 나누는 말을 듣게 됩니다. 베로니카 자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확신하지만 의료진들과 그곳의 직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를 않고 그녀를 미친 여자로 취급합니다. 미친 사람은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에 그녀의 미치지 않았다는 강력한 변명이 오히려 발작증세로 판단하여 의사와 간호사들이 강제로 진정제를 주사하곤 하였습니다. 그녀 자신은 정상적인 정신을 가졌으나 정신병원에서는 환경적으로, 제도적으로, 수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이 도치된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체념을 하게 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녀는, 미쳤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지 못할 때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가 꿈꾸는 대로 살려고 하면 미친 사람으로 취급 받는 것이 세상이라고 체념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만나는 사람 누구에게나 “미쳤다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습니다. 그러다가 정신병자로 그곳에 입원한 제드카가 그녀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로 질문에 대답을 해 줍니다 .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있었다. 그 왕국에는 두 개의 우물이 있었다. 하나는 왕과 왕의 가족 전용 우물이고 다른 하나는 그 왕국의 백성 모두가 길어다 먹는 우물이다. 그 마법사는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백성들의 우물에 묘약을 풀었다.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미쳐버리게 되는 묘약이다. 왕과 그 가족을 제외한 모든 백성들은 그 우물을 길러다 마시고 미쳐버렸다. 그러나 왕과 그 가족의 우물은 경계가 삼엄하여 마법사가 묘약을 탈 수 없었다. 이제 모두 미쳐버린 백성들 때문에 불안한 왕은 백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안전과 공중위생에 관한 일련의 조치를 내렸다. 그런데 관리들과 경찰들도 이미 독이 든 물을 마신 상태였다. 왕의 조치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그들은 따르지 않기로 결정 했다. 왕의 칙령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모두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 했다. 절망에 빠진 왕은 왕위를 포기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왕비가 말렸다. ‘우리도 그 우물에 가서 그 물을 마셔요. 그러면 우리도 그들과 똑 같아질게 분명합니다.’라고 왕비가 제안했다. 그래서 왕과 왕비가 독이 든 물을 마시게 됐고 이내 미쳐버렸다. 그러자 백성들은 마음을 돌렸다. 백성들은 왕을 지혜로운 왕이라고 믿었다. ‘그 왕국에는 또 다시 평화가 찾아 왔어. 백성들이 이웃나라 백성들과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말이야.’그리고 왕은 죽는 날까지 왕의 자리를 지킬 수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제드카의 입을 통해 모든 것의 진위가 혼동된 집단 체면에 걸린 사회의 병폐들의 위험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 정신병원 안에 “형제클럽”이 있습니다. 이들은 언제라도 퇴원허가서를 받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걸 거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누구의 눈치나 비판에도 마음 쓰지 않고 누구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가 있어서 그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정신병원이기 때문에, 누구나 심각한 정신이상자인척만 하면 되기 때문에 그들은 그곳을 더 즐깁니다. 병원 내의 의료진은 늘 차가운 표정을 갖고 있지만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여 단지 규정에 의해 한 치의 의문도 품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자기들을 취급해서 그것을 아주 편안하게 느낍니다. 정신병원 밖에는 묘약을 탄 우물물을 마신 사람들이 득실거립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정상이라고 믿습니다. 정신병원 안에서는 묘약을 탄 우물의 물을 마시지 않았어도 모두 미쳤다고 낙인이 찍힙니다. 그들은 그 낙인을 자신들의 힘으로는 지울 수가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한테 미쳤다고 낙인이 찍히게 되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말과 행동에 전혀 논리적일 필요도 없고 도덕적이거나 규범적인 틀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릅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1998년에 세상에 내 놓았습니다. 코엘료는 지금의 미국이나 한국의 정치판이나 언론의 행태를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에 현재의 우리들보다 몇 배 더 예리하고 정확하게 직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미쳐 돌아가고 있는 정치판과 언론들의 거짓과 음모와 가치질서 파괴를 분별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아야 합니다. 모두가 미쳐버려서 정신이 온전한 사람마저도 미쳐야 왕따 당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입니다. 모두가 미쳤다고 하는 사람을 미친 사람 취급하는 세상입니다. 로마의 총독 베스도가 새로 부임하여 바울을 심문하는 중에 아그립바 왕의 의견을 듣고자 하자 아그립바가 자기도 직접 바울의 이야기를 듣기를 원하여 바울이 가이사랴에서 여러 고위 인사들 앞에서 자기변명을 하게 됩니다. 베스도와 아그립바는 바울에게 변명할 기회를 준 것이지만 바울은 그 기회를 복음 증거의 기회로 활용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의 주라는 사실을 증거하다가 죄수가 된 바울이기 때문에 자기변명이 곧 복음 증거였습니다. 바울의 변명이 얼마나 거침이 없고 확신에 찼던지 듣고 있던 베스도가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고 하자 바울은 “베스도 각하여 내가 미친 것이 아니요 참되고 온전한 말을 하나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미친 자들은 거짓과 억지로 바울을 고소한 유대인들이고 그들의 고소가 거짓이고 억지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 때문에 무죄한 바울을 석방하지 않는 정치인 베스도가 미친 사람입니다. 미친 사람들에게는 정상적인 사람이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바울이 이같이 변명하매 베스도가 크게 소리 내어 이르되 바울아 네가 미쳤도다 네 많은 학문이 너를 미치게 한다 하니 바울이 이르되 베스도 각하여 내가 미친 것이 아니요 참되고 온전한 말을 하나이다.”(행 26:24,25)

황상하 목사 (퀸즈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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