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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티쿤 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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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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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광복절을 맞은 지난주 LA 다운타운에선 ‘아리랑’이 울려 퍼졌다. 기쁠 때도 아리랑, 슬플 때도 아리랑을 부르며 일제시대 한민족은 나라 잃은 서러움을 이 노래로 달래 오지 않았는가? 라크마(LAKMA)와 LA 유대인심포니가 공동으로 월트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개최한 ‘우정과 하모니’란 음악회에 참석하여 첫 곡으로 무대에 오른 아리랑은 내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엘레지였다.

세계 2차대전이 1945년 8월 일본의 패망으로 막을 내리며 우리에겐 해방이 찾아왔지만 이스라엘에겐 3년 뒤인 1948년에 영국의 위임통치가 끝나고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학수고대하던 이스라엘의 건국이 비로소 선포되었다.

일제식민지배에서 해방된 대한민국의 역사나 홀로코스트란 역사상 최악의 고난에서 해방된 이스라엘의 역사나 모두 세계 2차 대전의 종말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고난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두 나라가 LA에서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무대를 만든 것만으로도 음악회는 감동이었다.

아리랑에 이어 유대인 심포니의 여성지휘자인 노린 그린이 지휘한 ‘이것이 우리들의 대응이 되리(This Will Be Our Reply)’란 교향곡은 그래미 상을 수상한 유명한 작곡가 루카스 리치먼의 작품이었다. 오래전에 별세한 미국 음악의 거장 레오나드 번스타인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틀 후에 한 연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고 한다.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번스타인은 케네디의 난데없는 죽음 앞에 ‘폭력에 대한 한 예술가의 반응’이란 연설을 통해 “이것이 폭력에 대한 우리의 대응, 즉 이전까지의 음악보다 더 강렬하게, 더 아름답게, 더 헌신적으로 음악을 창조해 내는 것”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 번스타인의 말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된 “이것이 우리들의.. . ” 심포니 가사들은 바로 티쿤 올람(Tikkun Olam)으로 가득 차 있었다. 티쿤은 ‘고친다’는 말이고 올람은 ‘세상’이란 히브리어다. 모든 유대인의 의식가운데 굳세게 자리 잡고 있는 이 사상은 세상이란 끊임없이 개선해서 완성해야 할 대상이라고 보는 유대교의 세계관이다.

“폭력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왕중의 왕이 되시며 거룩하신 주님께 무릎을 꿇고 구하나이다. 우리들의 커뮤니티, 우리들의 나라, 우리 모두의 지구촌을 위하여 이 세상을 고쳐주소서”라고 노래하고 있다. 이어서 단호하고 강렬하게 흐르는 심포니의 선율에 따라 “우리들의 딸과 아들을 위하여, 우리들의 기쁨을 위하여,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세상을 고쳐야 한다(We Must Repair the World)”고 선언하는 이 노래는 인종에 대한 폭력과 증오로 나라가 거덜 나고 있는 아메리카에 던지는 ‘악보 있는 고발장’이었다.

이날 이 심포니를 작곡한 루카스 리치먼이 무대에 올라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의 짧은 스피치에서도 티쿤 올람은 강조되었다. “우리는 이 세상을 고쳐야 한다”고.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말씀하셨지만 인류의 탐욕과 죄악으로 황폐해 지는 이 세상을 바라보며 주저앉아 그냥 운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동역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일어나 이 세상을 개선하고 수선해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야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티쿤 올람 . . .

한국 사람들에게 ‘아리랑’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가슴에 파고드는 아련한 아픔이요 그리움이자 수줍은 체념의 노래다. 그러나 이날 두 번째 무대를 장식한 유대인교향곡은 저항의 노래, 행동의 노래였다. 같은 고난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민족이지만 유대인들은 세상을 고쳐야 한다고 저항하며 역사에 대들고 있는데 한국 민족은 여전히 페시미즘에 머물러 그냥 ‘아리랑’ 으로 멈춰 있을 때가 아니다.

한 많은 억압과 핍박의 시대를 이겨내고 이제 대한민국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그게 사실인가? 왜 이 세상을 고쳐야 된다는 결연한 한국판 티쿤 알람은 광복 74주년을 맞으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정치는 물론이고 교회도 마찬가지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으니 계속 고치고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실종된 채 자기 살길에만 혈안이 된 이기주의에 중독이 된 대한민국이 아닌가?

이날의 연주회는 내게 있어 음악회 이상의 웅변이었고 매니페스토였다. 한인과 유대인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된 위대한 이해와 조화의 자리였다. 이런 무대가 가능할 수 있도록 수고해준 라크마 윤임상 지휘자에게 갈채를 보낸다. 뛰고 춤을 추며 열광적으로 지휘한 것으로 유명했던 번스타인의 열정을 그날 저녁 윤임상 지휘자에게서 보는 것 같았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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