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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남들이 지키거나 말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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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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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지난 주 수요일 크리스 쿠오모 CNN 앵커는 이마에 검정 숯칠을 하고 뉴스를 진행했다. 전국으로 나가는 방송에서 진행자가 이마에 재를 바른 모습은 처음 보는 일이라 나도 깜짝 놀랐다. 형 앤드루 쿠오모는 현재 뉴욕 주지사,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도 뉴욕 주지사를 지낸 대단한 정치집안의 막내아들인 그가 사순절을 맞아 이마에 재로 십자가를 그리고 나타난 것이다. 웬만한 사람은 “아하! 오늘이 재의 수요일이구나” 그렇게 짐작했었을 것이다.

지난 주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로부터 금년 사순절(Lent)이 시작되었다. 도대체 머리에 숯 칠 하는 그 재는 무슨 의미인가? 재는 유대인들에게 참회의 표시였다. 이날 이마에 재를 바르는 행위는 죄를 깨닫고 회개했다는 외적 고백이다. 재를 발라줄 때 사제나 목사님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십시오” 또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라고 말한다. 지난해 종려주일에 사용된 종려가지를 보관했다가 그것을 태워 그 다음해 재의 수요일에 사용한다.

아일랜드같은 나라에서는 재의 수요일을 ’국가 금연의 날‘로 정해 놓았다. 사순절을 시작하며 기호품인 담배를 하루만이라도 절제해서 봉헌하라는 뜻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순절이 성경에 있는가? 없다. 그럼 왜 지켜야 하냐고 따져 물으면 할 말은 없다. 지키던지 말던지. . 당연히 캐톨릭 교회에서 생겨난 전통이다. 사순절이 처음 언급된 것은 AD 4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있었던 일로 이때부터 사순절을 재의 수요일부터 부활절까지의 40일로 정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기 위한 이 절기를 40일로 정한 것은 예수님이 광야에서 40일간 시험을 받으셨기 때문. 그뿐이 아니다. 노아 때 40일간 비가 내렸고 십계명을 받으러 올라간 모세가 40일간 금식했고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40일간 기도했다. 그래서 40일은 보통 고난과 인내를 상징하는 숫자로 여겨왔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하는 주일은 축일이기 때문에 40일에서 빼기로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재의 수요일로 시작하여 주일을 뺀 부활주일 전까지의 40일이 사순절이다.

이 사순절의 상징은 보라색이다. 사순절기간동안 목회자도 보라색 스톨, 주님의 테이블도 보라색으로 장식한다. 보라색은 예수님의 고난을 상징하는 색깔이다. 빌라도 총독이 예수님의 재판을 끝낸 뒤 자색 옷을 입히고 가시관을 씌웠다. 그래서 사순절의 색깔은 보라색이다. 사실 고대 로마시대에는 ’타이리언 퍼플(Tyrian purple)‘이라 해서 아주 지엄하게 높은 신분의 사람들에게만 제한되게 사용된 색깔이었다고 한다.

사순절은 캐톨릭 전통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수적인 교단에서는 지키지 않는다. 개신교 중에서는 성공회, 감리교, 루터교회가 이 절기를 열심히 지키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사순절을 지키는 미국인은 10명 가운데 3명 정도라고 라이프웨이 리서치가 밝혔다. 캐톨릭 신자가운데 61%가 이 사순절을 지키고 있고 그 가운데 3명 중에서 2명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절제하는 기간으로 알려졌다. 특별히 히스패닉은 사순절을 잘 지키기로 소문나 있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부활절이 오기 전에 경건한 절제생활로 40일을 보내자는 절기가 성경에 없다고 그냥 내칠 일은 아니다. 더구나 캐톨릭에서 비롯된 절기이니 우리 같은 개신교인들이 굳이 신경 쓸 일 아니라고 제쳐 두는 게 옳은 일일까?

우리 개신교의 ’큰 집‘이 캐톨릭이고 캐톨릭의 큰 집은 유대교다. 베드로와 사도 바울은 유대교인이었다. 예수님도 시작은 유대교인이었다. 12제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세계로 흩어져서 세운 교회가 캐톨릭 교회다. 우리가 종교개혁자라고 떠받드는 개신교 창시자들인 얀 후스나 마틴 루터, 요한 칼빈은 모두 캐톨릭 사제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한통속이 아니라고 하지만 족보를 따져보면 캐톨릭에서 떨어져 나왔으니 ’큰 집‘이라고 할 수 있다. 큰 집에서 시작된 것이니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도 속이 좁아 보이고 성경에 없는 것이니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경직된 생각이다. 성경에 새벽기도회가 없으니 배척해야 된다고 주장한다면 아마 또라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할 것이다. 하나님과의 끊임없는 영적교제와 신앙적 성장을 위해 이른 새벽 일어나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처럼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경건하게 40일을 지내겠다는 사순절이 성경에 없다고 뭉개버릴 일은 아니다.

사순절을 지킨다는 것이 무엇인가? 40일 동안 트위터를 안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전통적으로 단음식을 삼가하고 소다, 초콜렛, 고기 등을 먹지 않는다. 물론 흡연이나 술 마시는 것을 절제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신교인들은 대충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캐톨릭 신자들을 보라! 이 절기에 정말 음식을 절제하고 철저하게 날을 정하여 금식을 한다. 경건과 절제를 통해 우리들의 영혼을 단련하고 연마하는 사순절이라면 캐톨릭 전통 어쩌구를 떠나 내 믿음생활의 중심에 도입해 보자. 신앙생활이 어디 남의 눈치 보기인가? 남들이 사순절을 지키거나 말거나 . . .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 짐 벗고 보니. . ” 이 일에 열중하자.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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