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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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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성지순례를 하기 위해 요르단에서 이스라엘에 가기 위해선 국경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국경엔 3개의 검문소가 있다. 요단강 북쪽에 있는 후세인 검문소, 여리고 쪽에 있는 알렌비 검문소, 그리고 사해 남부 와디 아라바 검문소가 그것이다. 지난해엔 후세인 검문소를 통해 이스라엘에서 요르단으로 들어갔으나 금년엔 반대로 알렌비 검문소를 거쳐 이스라엘에 들어갔다.

검문소에 들어서니 벽에 걸린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 왔다. 클린턴 대통령이 가운데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 이츠하크 라빈 총리와 요르단 왕 후세인 1세가 악수하는 모습.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저들의 저 악수가 없었던들 우리가 성지순례를 할 수 있었을까? 감동이 가슴속에 밀려왔다.

그 사진속의 라빈 총리는 1967년 ‘6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스라엘 ‘국민영웅’이다. 6일 전쟁 때 참모총장이었던 그는 모세 다얀 국방장관과 함께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아랍 국가들을 굴복시켰다. 이집트로부터 시나이 반도, 요르단으로부터 서안지구(West Bank), 시리아로부터 골란고원을 빼앗고 예루살렘 일부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둔 전쟁이었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전쟁이었다.

그가 총리로 재직할 때 83명의 이스라엘인이 탄 프랑스여객기를 아랍 테러범들이 우간다로 납치해 갔다. 그때 주저없이 특공대를 투입, 그 유명한 ‘엔테베 작전’을 성공시킨 장본인도 바로 라빈이었다.

6일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의 지도를 바꿔놓고 아랍 국가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전쟁영웅이었지만 그는 후에 ‘평화의 전사’가 되기를 원했다.

라빈은 93년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과 역사적인 중동평화협정을 이끌어냈고 94년에는 요르단과 46년간 교전상태에 종지부를 찍는 공동선언에 서명하는 등 중동평화의 주춧돌을 놓는데 기여했다. 내가 알렌비 국경 검문소에서 본 그 사진은 94년 클린턴 대통령의 중재로 라빈과 후세인 왕이 평화조약에 서명하는 순간에 찍은 것이었다.

93년엔 아라파트, 만델라등과 함께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로 뽑혔고 94년엔 아라파트와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던 라빈.

그는 자신이 빼앗은 시나이 반도를 이집트에 돌려주었고 팔레스타인 영토를 평화협상을 통해 되돌려줌으로써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이후 가장 평화지향적인 정부를 이끌었다고 평가를 받는 라빈 총리였지만 그러나 이스라엘 내부에선 그를 ‘배신자’라고 몰아세우는 세력이 있었다. 리쿠드 당을 비롯한 극우파들이었다. 현 네타냐후 총리는 그런 극우파 리쿠드당 당수다.

라빈은 극우파 청년가운데 한사람, 광신적인 유대인이 쏜 총에 맞아 1995년에 암살당했다. 화약고란 별명이 붙은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던 ‘평화의 사도’는 그렇게 극우파 청년의 총에 사라진 것이다. 당시 이스라엘 신문들은 일제히 “우리는 고아가 됐다” “이스라엘의 JFK(존 F 케네디) 사건”이라고 보도하면서 애도했다. 그의 장례식은 전 세계 40여 개 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국장으로 치러졌다.

라빈의 중동평화, 이스라엘 평화에 대한 꿈은 그의 암살로 마감되었다. 중동평화는 결국 궤도를 잃었고 그 후 이스라엘은 극우파 네타냐후의 세상이 되었다.

이번 성지순례기간동안 나는 다시 한번 이츠하크 라빈을 생각했다. 그가 지금도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이스라엘 주변엔 올리브 잎 새를 입에 문 평화의 비둘기가 훨훨 날아오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여전히 분리장벽을 쌓아올리며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고 있다. 여리고나 사마리아로 들어가는 서안지구 그러니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지역 검문소를 통과하다보면 “유대인의 안전은 보장받지 못함”이란 섬뜩한 표지판이 보이기도 한다. 유대인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6일 전쟁을 통해 이스라엘이 점령은 하였으되 결코 통치할 수는 없다는 아주 묘한 정치적 실타래가 꼬여 있는 서안지구 사람들은 이스라엘 국민도 아니고 요르단 국민도 아니다. 두 나라 어느 곳에서도 여권을 받을 수 없어 비행기를 타기도 쉽지 않은 서러운 땅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사람들. . . 그래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애원 하고 하소연을 할지라도 국가는 무슨 놈에 국가? 그냥 자치정부로 만족해야지! UN에서도 번번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주장은 허공을 치고 있는 미완성 평화지대… 이스라엘.

그나마 죽기 전에 이룩해 놓은 라빈의 평화적 업적으로 요르단과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가능해 진 것은 고마운 일이다. 무슬림의 땅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에 자취를 감추고 있는 예수님의 발자취를 더 잘 보존하고 발굴하기 위해서라도 폭력적인 극우파가 득세하기 보다는 이스라엘 정치판에 ‘제2의 라빈’과 같은 평화주의자가 들어서면 얼마나 좋으련만. . .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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