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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주년 윌로크릭의 그림자: "성공한 기업, 실패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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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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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 현대 교회의 원형을 제시했던 윌로크릭 커뮤니티 교회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탐사 보도 전문기자 줄리 로이스와 랜스 포드는 화려한 성장 이면에 '제자도 실종'과 'CEO 목회'라는 치명적 결함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구도자 중심 모델은 수많은 인파를 모았으나 영적 성숙을 이끌지 못했고, 빌 하이벨스의 성 스캔들은 시스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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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무대 뒤 가려진 제자도의 공허함, 이제는 브랜드보다 본질을 물을 때 ▲윌로크릭 50년의 명암 (AI사진)

 

미국 시카고 외곽의 윌로크릭 커뮤니티 교회(Willow Creek Community Church)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반세기 동안 윌로크릭은 전 세계 교회의 '교과서'였다. 극장식 좌석, 세련된 찬양, 드라마 설교로 대변되는 '구도자 중심(Seeker-Sensitive)' 모델은 한국을 포함한 서구 교회의 표준이 됐다. 그러나 잔치는 끝났고, 남은 것은 불편한 질문뿐이다. "우리는 사람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으나, 제자를 만드는 데는 실패하지 않았는가?"

 

탐사 보도 전문 매체 '로이스 리포트(The Roys Report)'는 작가이자 목회자인 랜스 포드(Lance Ford)와 함께 윌로크릭의 50년 유산을 해부했다. 줄리 로이스와 랜스 포드는 윌로크릭 모델이 교회를 '종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질시켰으며, 이는 오늘날 기독교 쇠퇴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소비자가 된 성도, CEO가 된 목사

 

1975년, 빌 하이벨스는 렌트한 극장에서 교회를 시작하며 파격을 선언했다. 십자가와 강대상, 딱딱한 장의자를 치웠다. 대신 '교회 안 다니는 해리와 메리(Unchurched Harry and Mary)'가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세련된 프로그램을 채워 넣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수천, 수만 명이 몰려들었고 전 세계 목회자들이 이 '성공 방정식'을 배우러 시카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랜스 포드는 이 현상을 두고 "교회가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이론을 맹신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목회자는 양 떼를 돌보는 '목자(Shepherd)'의 지위를 버리고, 조직을 관리하고 확장하는 'CEO' 혹은 '농장주(Rancher)'가 되었다. 설교는 듣기 좋은 동기부여 강연으로 대체됐고, 예배는 잘 짜인 콘서트가 됐다.

 

문제는 이 화려한 시스템이 영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7년 윌로크릭 자체가 실시한 '리빌(Reveal)'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교회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사람일수록 영적 만족도가 떨어졌고, 성장이 정체됐다. 빌 하이벨스조차 "우리는 실수했다"고 시인했으나, 시스템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그 실패마저 '리빌 컨퍼런스'라는 또 다른 상품으로 포장되어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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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라는 우상

 

윌로크릭은 '글로벌 리더십 서밋(GLS)'을 통해 전 세계에 '리더십 복음'을 전파했다. 잭 웰치, 빌 클린턴, 보노 같은 유명 인사들이 강단에 섰다. 하이벨스는 "지역 교회가 세상의 소망"이라고 역설했다. 얼핏 감동적으로 들리는 이 슬로건에 대해 포드는 "세상의 소망은 예수가 되어야지, 교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교회가 브랜드가 되고 목사가 스타가 되는 순간, 예수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이러한 '스타 리더십'의 폐해는 2018년 빌 하이벨스의 성 추문 사태에서 폭발했다. 수십 년간 지속된 그의 부적절한 행동과 권력 남용이 폭로되었음에도, 교회 장로회(이사회)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브랜드 보호에 급급했다. 목양적 돌봄 대신 위기 관리(Risk Management) 매뉴얼이 작동한 것이다. 50주년 기념식에서 나온 사과조차 "구체적인 죄의 고백 없는 세련된 홍보 멘트"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브랜드를 버리고 식탁으로 돌아가라"

 

데이터는 냉혹하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통했던 이 모델은 MZ세대에게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내 대형교회(Megachurch) 수는 1970년 50개에서 현재 2,000개로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전체 기독교 인구 비율은 38%에서 28%로 급감했다. 작은 교회들을 흡수해 덩치만 불렸을 뿐, 실제 하나님 나라의 영토는 좁아진 셈이다.

 

포드는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 '크래커 배럴'의 사례를 들었다. "로고를 바꾸고 인테리어를 고쳐도 음식이 맛없으면 손님은 떠난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조명을 바꾸고 무대를 꾸며도, 그 안에 '생명의 빵'이 없다면 영적 기갈은 해소되지 않는다.

 

결국 대안은 '본질'로의 회귀다. 화려한 무대(Stage)가 아닌 소박한 식탁(Table)이 필요하다. 수천 명이 관람하는 쇼가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고 아픔을 싸매는 진짜 공동체가 절실하다. 윌로크릭 50년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예수 없는 성공은 실패이며, 십자가 없는 부흥은 거품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한국 교회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우리는 지금 교인을 모으고 있는가, 아니면 제자를 기르고 있는가.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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