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설교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 한 성공회 사제의 고백
페이지 정보
기사 작성일2025-09-01관련링크
본문
[기사요약] 텍사스 크라이스트 처치의 콜 하틴 신부는 바쁜 목회 일정에도 불구하고 설교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설교가 목회자와 성도가 함께하는 삶 속에서 나오는 것으로, 신뢰와 진정성이 핵심이라고 강조하며 AI 사용 시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설교, AI가 대신할 수 없는 신뢰의 영역이다 (AI사진)
미국 성공회 온라인 매체 ‘리빙처치’(livingchurch.org)에 텍사스 크라이스트 처치의 콜 하틴 신부가 기고한 글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왜 나는 설교에 AI를 사용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인공지능이 목회 현장에 스며드는 시대에 목회자로서의 고민과 원칙을 진솔하게 나눴다.
하틴 신부는 의사, 교사, 목회자 할 것 없이 모두가 바쁜 삶을 살고 있다고 공감했다. 특히 목회자는 예측 불가능한 심방, 건물 문제, 갑작스러운 장례 등 긴급 상황에 항상 대비해야 하는 동시에, 매주 설교 준비와 기독교 교육, 예배 기획, 재정 관리 등 정해진 마감일에 쫓긴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든 자녀를 돌보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겹치는 주가 되면, 설교 준비라는 가장 신성한 임무 중 하나를 인공지능에 넘기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고 인정했다.
지역의 토양에서 자라난 말씀
하지만 하틴 신부는 목회자가 설교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반대는 기술에 대한 혐오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늘 사용하는 등 기술의 편리함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AI 설교를 거부하는 핵심 이유는 목회자와 교인 간의 ‘신뢰’ 관계 때문이었다.
그는 매주 성경을 연구하고 기도하며, 문학과 경험을 총동원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메시지를 나누는 것을 신성한 부담이자 특권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교인들 역시 바쁜 삶에도 불구하고 주일에 하나님을 예배하기 위해 시간을 내어 교회에 온다. 그들은 성찬을 받기 위해,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는 것을 듣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기에, 컴퓨터가 작성한 대본을 읽어주는 것으로 그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좋은 설교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과 그 말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하는 것이라고 하틴 신부는 정의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의 힘은 단지 목사라는 직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사’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인들과 함께하는 삶, 모든 목회적 대화와 아침 기도, 병원 심방의 경험이 그의 정신과 영혼에 스며들어 설교로 피어난다. 그의 설교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섬기는 공동체라는 ‘지역의 토양에서 자라났기’에 교인들에게 의미가 있고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성이 핵심… 속았다는 느낌 주지 말아야
물론 AI를 연구 자료 수집 용도로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뢰할 만한 주석을 참고하는 것과 비슷한 범주로 볼 수도 있다고 그는 여지를 두었다. 하틴 신부 자신도 때로 설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코믹한 효과를 위해 사용하며, 그럴 때는 반드시 AI가 만든 이미지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설교문 자체를 작성하는 데 AI에 의존한다면, 자신이 아끼는 사람들을 속이는 기분이 들 것이라고 고백했다. 스스로가 ‘사기꾼’처럼 느껴지고 부끄러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틴 신부는 “나는 흠 없이 다듬어진 기성품을 내 것처럼 포장하기보다는, 사랑과 노력과 기도 속에서 태어난 평범한 설교를 전하는 평범한 사제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끝에 강력한 도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식의 방법으로 쓰고, 가르치고, 설교할 계획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AI를 설교에 활용하는 다른 목회자들의 논리를 기꺼이 듣고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그 길을 택한다면, 반드시 교인들에게 그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회의 강단에서 선포되는 주님의 말씀을 들으러 온 누구도 속았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주 한인교회에 던지는 질문
하틴 신부의 이러한 고백은 미주 한인 교회에 깊은 도전의 계기를 제공한다. 이민 사회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한인 교회 목회자들은 설교뿐만 아니라 행정, 상담, 심방 등 1인 다역을 감당하며 소진되기 쉬운 환경에 놓여 있다.
매주 높은 수준의 설교를 기대하는 성도들의 암묵적인 압박 속에서, 설교 준비의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AI의 유혹은 더욱 강력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의 주장은 ‘효율성’과 ‘편리함’이라는 가치가 강단의 ‘진정성’과 ‘신뢰’를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문제는 기술을 사용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교회가 강단에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미주 한인 교회 공동체는 잘 다듬어진 ‘완성품’으로서의 설교를 원하는가, 아니면 다소 투박할지라도 목회자의 기도와 씨름이 담긴 ‘과정’으로서의 설교를 원하는가.
하틴 신부의 글은 강단과 회중이 함께 고민하며, 목회자가 사랑과 노력으로 말씀을 빚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격려하는 건강한 신뢰 관계를 재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